[대전인터넷신문=세종/최대열기자] 해수부 부산 이전 이후 광주·전남 통합특별자치 논의에서 문체부·농림부 이전 주장이 확산되자, 대통령 집무실과 국회 세종의사당 완공을 앞둔 세종시는 “행정수도 완성 전략을 흔드는 분산 시도”라며 강한 경계와 반발 기류를 드러냈다.
광주·전남 통합특별자치 논의 과정에서 문체부·농림부 이전 주장이 제기된 상황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이미지임. [제작-대전인터넷신문]
광주·전남 통합특별자치 논의는 광역 행정구역 개편 수준을 넘어 중앙정부 조직 재편 문제로 번지고 있다. 통합의 실질적 성과를 보여줄 ‘가시적 카드’로 문체부와 농림부 이전이 거론되면서, 통합의 추진 동력이 중앙행정 분산으로 연결되는 모양새가 형성됐다. 세종시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지점도 바로 이 대목이다.
통합 논의 쪽에서는 ‘중앙부처 이전’이라는 직설 대신 ‘국가 기능 배치’, ‘정책 거점화’, ‘현장 중심 행정’ 같은 표현을 사용해 정당성을 부여하는 흐름이 강하다. 그러나 핵심은 통합에 대한 보상이나 인센티브로 중앙부처를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다. 행정수도 세종을 전제로 설계된 중앙행정 집적 원칙과 충돌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세종시는 애초 중앙행정의 비효율을 줄이기 위해 흩어진 부처를 모으는 국가 전략으로 조성된 도시다. 대통령 집무실과 국회 세종의사당은 그 ‘완성’의 단계로 이해된다. 이런 시점에 핵심 부처를 다시 흩어 놓겠다는 발상은 행정수도 완성의 방향을 거꾸로 돌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입법 기능과 행정 기능의 결합이 강화돼야 할 때, 정책 집행 부처가 추가로 분산되면 조정 비용이 커지고 의사결정 속도는 느려질 수 있다.
해수부 부산 이전은 통합 논의 측이 자주 드는 근거다. “선례가 생겼다”는 주장이다. 세종과 충청권에서는 오히려 이 선례가 위험하다고 본다. 예외적 이전이 일반화되면 다른 통합 논의 지역에서도 “우리도 부처 하나는 필요하다”는 요구가 반복될 수 있고, 중앙행정 체계가 지역 협상과 거래의 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문체부·농림부 이전 논리의 약점도 분명하다. 문체부는 교육·외교·산업·지역균형 등 다부처 협업이 잦고, 농림부는 기재·환경·국토와 정책 조정이 필수인 부처다. ‘현장성’만으로 이전을 결정하면 중앙 조정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 권한과 재정을 함께 내리는 분권과 달리, 조직만 옮기는 방식은 행정의 분절을 초래해 효율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
균형발전 프레임도 논쟁의 핵심이다. 부처를 옮기는 방식의 균형발전은 지역 간 경쟁을 부추기고 전국적 갈등을 키울 수 있다. 한 지역의 통합을 위해 중앙부처 이전이 허용되면 다른 지역도 같은 기준을 요구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국가 차원의 행정 설계보다 지역별 ‘보상 경쟁’이 앞설 위험이 있다. 균형발전은 세종을 행정의 중심으로 확고히 하면서, 각 지역은 산업·연구·문화·인재 등 고유 기능을 강화하는 역할 분담으로 설계돼야 한다는 반론이 설득력을 얻는다.
호남권 일부 언론 배포물은 이러한 이전 주장을 확산시키는 통로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배포 논조는 대체로 “농업 비중이 큰 전남에 농림부가 있어야 한다”, “문화·콘텐츠를 키우려면 문체부 이전이 필요하다”, “해수부 이전이 가능했다면 다른 부처도 가능하다”, “통합 결단에 국가가 이전으로 응답해야 한다”는 프레임을 반복한다. 그러나 중앙부처를 국가 운영의 핵심 기관이 아니라 지역 발전 자원으로 단순화하면서, 행정수도 세종의 탄생 배경과 국가적 합의 과정을 충분히 다루지 않는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국민적 반응 전망도 갈린다. 충청권에서는 행정수도 완성에 대한 기대가 큰 만큼 “세종을 비우는 분산 실험”이라는 반발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수도권과 다른 비수도권에서도 특정 지역 통합을 위해 국가 행정 체계를 흔드는 방식이 타당한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공무원 사회 역시 잦은 이전과 조직 분산이 인력 유출, 업무 공백, 행정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누적해 왔다.
문체부·농림부 이전을 통합특별자치의 성과처럼 내세우는 광주·전남 통합 구상은 지역 발전의 절박함을 담고 있지만, 국가 행정 체계와 행정수도 전략을 함께 놓고 본다면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다. 행정수도 세종 완성을 향한 대통령 집무실·국회 세종의사당 추진이 현실화되는 시점일수록, 통합의 명분이 중앙행정 분산으로 귀결되지 않도록 국가 차원의 원칙과 기준을 분명히 세우는 일이 필요하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