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세종/최대열 기자] 세종시의회 김현옥 의원은 8일 5분 자유발언에서 “재난은 누구에게나 다가오지만, 그 무게는 결코 평등하지 않다”며 노인·장애인 등 주거약자의 재난 대피 취약성과 세종시의 미흡한 대응을 지적하고, 실효성 있는 현장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김현옥 의원이 8일 열린 제100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5분자유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대전인터넷신문]
세종시의회 김현옥 의원(더불어민주당, 새롬동)은 8일 열린 제100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재난 대책의 불평등 문제를 지적했다. 김 의원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장애인에게 재난은 훨씬 더 가혹하게 다가온다”며 “시민 모두가 동등한 안전권을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발언을 시작했다.
세종시 동지역은 공동주택 위주의 공급으로 고층화·지하심층화·밀집화된 특징을 갖고 있어 대형화재 위험이 상존한다. 실제로 11층 이상의 고층 건축물은 1,681개 동, 아파트 지하주차장만 180개에 달한다. 특히 전기차 보급 확산에 따라 지하주차장 화재 위험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지난 10년간 세종시에서 발생한 화재 중 주거시설 비율은 15%에 불과했지만, 인명피해 비율은 71%로 주거시설 피해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김 의원은 장애인과 노인 등 취약계층의 대피 한계를 강조했다. 유엔 조사에 따르면 자력 대피가 가능한 장애인은 20%에 불과하며, 세종시 등록 장애인 1만3천여 명도 같은 현실에 놓여 있다. 고층 건물 화재로 인한 장애인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3.6명으로 비장애인 대비 9배나 높다. 그는 “대피 제약이 큰 장애 유형을 구분해 별도의 대피소와 대피기구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세종시의 대책은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2013년부터 보급된 응급안전안심기기 서비스는 지난달 기준 1,570명에게만 지원됐으며, 이 중 장애인은 57명에 불과했다. 대상자인 혼자 사는 65세 이상 노인과 치매 고위험군·장애인활동지원 수급자 6,151명의 1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한 개인정보 문제로 소방당국과 장애인 부서 간 정보 공유가 이뤄지지 않아, 실제 재난 시 몇 층에 누가 거주하는지조차 신속히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주거약자 실태조사 부재도 문제로 지적됐다. 김 의원은 “세종시는 「주거약자법」 제7조에 따른 장애인·고령자 주거실태 조사를 한 차례도 실시한 적이 없다”며 “기본 현황 파악조차 없는 상황에서 안전관리계획에도 대책이 없다”고 꼬집었다. 또한 안전교육도 대부분 시설 내 교육에 그쳐 거동 불편 대상자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국가안전시스템 개편을 통해 취약계층 맞춤형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세종시도 관련 조례를 제정했지만 현장에서는 실효성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는 한국 장애인이 재난 앞에서 여전히 무력하다며 대응 미비를 비판한 바 있다. 장애인 단체들 역시 재난안전법에 규정된 안전취약계층 대응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재난의 예방·대피·복구·회복 전 과정에서 장애 유형을 고려한 원칙이 마련돼야 한다”며 “헌법이 보장하는 동등한 생존권·안전권을 실질적으로 구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외 및 국내 다른 지역 사례도 언급됐다. 포천소방서는 ‘피난약자 우선대피 현황판’을 도입해 소방대가 현장에서 즉시 취약계층 위치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고, 서울소방본부는 이동이 어려운 장애인을 대상으로 가정 방문 맞춤형 교육과 개별 대피로 확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김 의원은 “세종시도 주거실태를 면밀히 조사해 취약계층의 위치 확인 체계를 마련하고, 조력자 지정과 단지별 대피 매뉴얼 제작, 맞춤형 교육 및 시설 정비를 강화해야 한다”며 “세계가 인정한 안전도시 세종에서 단 한 명의 시민도 소외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발언을 마무리했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대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