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이향순 기자] 의료사고 발생 시 일정 요건을 충족한 의료인에 대해 형사기소를 제한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면서, 위헌성 논란과 필수의료 인력난 해법을 둘러싼 찬반 충돌이 격화되고 있다.
본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제작된 병원 응급의료 현장과 법적 책임을 상징하는 이미지임. [그래픽-대전인터넷신문]
국회에 제출된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조정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2026년 3월 발의된 이후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심사가 진행 중이다. 이 법안은 의료인이 책임보험 또는 공제에 가입하고 피해자와 합의하거나 손해배상 등을 이행한 경우, 중대한 과실이 없는 사고에 대해 형사기소를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정부와 의료계는 해당 법안을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응급·외상·분만 등 고위험 진료 분야에서 형사처벌 부담이 의료진 이탈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사법 리스크 완화가 필수의료 유지에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시민사회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1일 성명을 통해 “사망이나 중상해 사고에도 배상 등을 이유로 형사기소를 제한하는 것은 사실상 면책 특례를 부여하는 것”이라며 “환자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주장했다.
경실련은 또 “군인·경찰·소방 등 고위험 공익 직역에도 없는 형사 면책 구조를 의료인에게만 적용하는 것은 평등원칙 위반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며 “피해자가 진실 규명과 책임을 요구할 기회를 제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논란에서는 2009년 헌법재판소의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헌 결정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당시 헌재는 보험 가입 등을 이유로 중상해 사고의 공소 제기를 제한한 조항이 피해자의 재판절차 진술권 등을 침해한다며 위헌 판단을 내렸다. 시민단체는 이번 개정안이 이와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위헌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의료계는 이에 대해 의료행위의 특수성을 강조한다. 의료는 본질적으로 위험을 수반하는 영역이며, 결과 예측이 어려운 상황에서 형사책임 부담이 과도할 경우 고위험 진료 회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일부 필수의료 분야에서는 인력 부족과 진료 공백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원인 진단은 엇갈린다. 일부는 의사 수 부족과 지역·과목 간 불균형, 낮은 보상체계를 핵심 원인으로 지목하는 반면, 다른 전문가들은 형사 리스크와 의료분쟁 부담 역시 중요한 요인이라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결국 이번 법안은 단순한 처벌 완화 여부를 넘어 필수의료 문제 해결 방식에 대한 정책 선택의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형사기소 제한이 실제 의료인 유입 효과로 이어질지, 또는 환자 권리 침해와 법적 형평성 논란을 초래할지에 대한 검증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국회는 해당 법안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과 법적 쟁점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으며, 향후 상임위원회 심사 결과에 따라 법제사법위원회 및 본회의 상정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의료사고 형사책임을 둘러싼 이번 입법 논쟁은 환자 권리 보호와 필수의료 유지라는 두 가치가 충돌하는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 국회의 판단이 향후 의료체계와 사법 원칙 전반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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