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박완우 기자] 전국 하수에서 메트암페타민(필로폰)을 비롯한 불법 마약류 31종이 검출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하수 시료 분석을 통해 올해 불법 마약류 사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고, 분석 대상을 243종으로 확대하는 등 조사 체계를 고도화했으며 내년에는 조사 지역을 확대해 하수 기반 마약 감시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수 채수 지점. [사진-식약처]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5년 불법 마약류 사용 실태조사 결과와 2026년 조사 계획을 발표했다. 식약처는 수사나 단속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실제 마약류 사용 실태를 과학적이고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2020년부터 전국 하수 시료를 분석하는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올해는 조사 지점과 채수 방식, 분석 기법을 전면 개선해 조사의 정확성과 활용성을 한층 높였다.
가장 큰 변화는 조사 범위 확대다. 기존 하수처리장 중심 조사에서 벗어나 마약류 사용 지역과 가까운 상위배수분구와 특정 시기 인구밀집지역을 처음 조사 대상에 포함했다. 이에 따라 전국 34개 하수처리장과 서울·인천·광주·전남권 상위배수분구 16개 지점, 할로윈 기간 유흥시설 인근 인구밀집지역 10개 지점에서 하수 시료를 채취했다.
채수 방식도 개선됐다. 기존에는 자동채수기를 이용해 24시간 시료를 채취했지만, 하수 내 이물질로 인한 채수 오류와 시료 희석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올해부터는 불법 마약류 사용 가능성이 높은 주말 심야와 새벽 시간대에 조사원이 직접 시료를 채취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분석 대상도 대폭 확대했다. 지난해까지 14~22종 수준이던 동시 분석 마약류를 올해는 243종으로 늘렸으며, 표준물질이 없어도 미지의 화학구조를 탐지할 수 있는 비표적 분석도 함께 실시했다.
조사 결과 전체 하수 시료에서는 불법 마약류 31종과 의료용 마약류 25종이 검출됐다. 불법 마약류 가운데 28종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상 지정 마약류였으며, 나머지 3종은 임시마약류였다. 의료용 마약류로는 졸피뎀 등이 확인됐으며, 식약처는 의료용 마약류의 사용 양상도 지속적으로 분석해 관리 정책에 활용할 계획이다.
메트암페타민(필로폰)은 하수처리장과 상위배수분구, 인구밀집지역 등 모든 조사 지점에서 검출됐다. 하수처리장 분석 결과를 토대로 산출한 전국 평균 사용 추정량은 하루 인구 1,000명당 85㎎으로 조사됐다. 식약처는 조사 방식과 대상 지역이 서로 달라 단순 비교에는 한계가 있지만, 미국(2,109㎎), 호주(1,518㎎), 체코(1,175㎎) 등 해외 일부 조사 결과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대마와 유사한 효과를 내는 합성칸나비노이드 계열이 21종으로 가장 많이 검출됐다. 해당 물질은 하수처리장과 상위배수분구, 인구밀집지역 모두에서 확인됐다. 식약처는 대검찰청의 「2024 마약류 범죄백서」와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의 신종마약류 동향에서도 합성칸나비노이드 사용 증가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며, 이번 조사 결과 역시 국내 사용 양상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케타민도 최근 3년 연속 검출됐다. 특히 하수처리장과 인구밀집지역에서 지속적으로 확인되면서 최근 적발된 대규모 밀수 사례와 함께 실제 국내 유통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채수 지점별로는 하수처리장에서 11종, 상위배수분구에서 18종, 인구밀집지역에서 8종의 불법 마약류가 검출됐다. 상위배수분구에서 더 많은 종류가 확인된 것은 하수처리장으로 유입되면서 발생하는 희석 효과와 실제 마약류 사용 지역과의 거리 차이 때문으로 식약처는 분석했다.
특히 할로윈 기간 유흥시설 인근에서 채취한 하수에서는 하수처리장과 상위배수분구에서는 검출되지 않았던 코카인과 MDMA(엑스터시), 케타민 등 이른바 '클럽 마약'이 확인됐다. 같은 지역을 일반 주말에 추가 조사한 결과에서는 검출 종류가 줄어 특정 시기와 환경에 따라 마약류 사용 양상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
식약처는 올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2026년에는 상위배수분구 조사 대상을 기존 3개 도시에서 6개 도시로 확대하고, 특정 시기 인구밀집지역 조사도 1곳에서 3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하수처리장 조사는 전국 34개 시설을 17곳씩 나눠 2년 주기로 실시해 연도별 마약류 사용 추이를 지속적으로 파악할 방침이다.
아울러 조사 과정에서 불법 마약류가 확인될 경우 관할 수사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 관련 정보를 신속히 제공해 단속과 예방 활동에 활용하고, 온라인 불법유통 모니터링과도 연계할 예정이다. 신종 마약류로 의심되는 물질이 발견되면 추가 분석을 거쳐 임시마약류 지정 등 신속한 대응도 추진한다.
하수역학조사는 개인을 특정하지 않으면서 지역 단위의 실제 마약류 소비 경향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조사기법으로, 미국과 유럽 등에서도 마약류 확산 추세를 분석하고 정책을 수립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식약처는 "하수를 이용한 마약류 실태조사는 불법 마약류 사용 현황을 과학적·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효과적인 감시 수단"이라며 "관계기관과 협력을 강화해 국민 안전을 지키고 신종 마약류에 대한 대응 역량도 지속적으로 높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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