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최대열기자] 세종특별자치시는 인구 50만 시대 진입을 앞두고 상급종합병원 유치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중증환자가 대전으로 이동하는 데 30분 이상 소요되는 현실 속에서 분원 기능 강화와 공공의료 확충, 광역 의료체계 구축이 현실적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인구 50만 시대를 대비 의료 공백 현실과 골든타임 확보의 중요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이미지. [그래픽-대전인터넷신문]
세종시는 행정수도 기능 확대와 함께 성장했지만 의료 인프라는 여전히 부족하다. 특히 암·심혈관·중증외상 등 고난도 치료를 담당하는 상급종합병원이 없어 시민들은 대전 등 인접 도시로 이동해야 한다.
의료 현장에서는 응급환자가 발생할 경우 세종에서 대전 상급병원까지 이동 시간이 30분 이상 소요되며, 출퇴근 시간대에는 1시간 가까이 걸리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골든타임 확보’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상급종합병원은 단순히 병원을 설립한다고 지정되는 구조가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병상 규모, 전문의 인력, 중증환자 비율, 연구·교육 기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인구 50만 도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의료계는 해법을 ‘신규 병원 유치’보다 ‘기존 병원 고도화’에서 찾고 있다. 핵심 축은 충남대학교병원 세종분원이다. 충남대학교병원 본원을 기반으로 인력과 시스템을 공유하고 있어 상급 기능 확대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를 ‘준상급 단계’로 설명한다. 심뇌혈관·외상·암 등 중증 진료과를 집중 육성하고 전문의와 병상을 확충해 독립적인 진료 실적을 축적하는 과정이다.
다만 가장 큰 변수는 ‘환자 수요’다. 현재 세종의 중증환자는 이미 대전으로 이동하는 패턴이 고착돼 있어 세종 내 진료 실적이 쌓이지 않는 구조다. 실제 시민 다수가 건양대학교병원 등 대전권 병원을 이용하고 있다.
이 같은 구조는 ‘수요 부족’이 아니라 ‘수요 유출 구조’라는 분석도 나온다. 병원이 없기 때문에 환자가 빠져나가고, 환자가 없기 때문에 병원이 들어오지 않는 악순환이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50만 세종의 해법은 ‘병원 하나 더 짓기’가 아니라 ‘의료체계 전체를 재설계하는 것’이라는 의견이 제시된다.
첫 번째는 ‘광역 응급의료 네트워크 구축’이다. 세종·대전·충북을 하나의 의료권으로 묶고 병상, 의료진, 이송 시스템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특히 중증환자 이송 시간을 줄이기 위해 병원 간 실시간 병상 정보 공유와 전용 이송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두 번째는 ‘세종분원 기능의 단계적 확대’다. 중증 진료과 집중 육성과 전문의 확충, 병상 확대를 통해 독립적인 진료 실적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향후 상급종합병원 지정의 핵심 조건으로 작용한다.
세 번째는 ‘공공의료 기능 강화’다. 이는 민간 병원이 수익성 문제로 기피하는 응급·중증·감염 분야를 공공이 책임지는 구조다.
현재 세종은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외부로 이동해야 하지만, 공공의료 기능이 강화될 경우 초기 처치와 환자 안정화는 세종 내에서 가능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예를 들어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환자가 발생했을 때 1차 처치를 세종에서 수행하고 이후 상급병원으로 연계하는 방식이다.
이는 ‘모든 치료를 세종에서 해결’하는 개념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초기 시간은 세종이 책임지는 구조’로 이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생존율을 높이고 시민 불안을 줄일 수 있다는 평가다.
또한 공공의료는 병상 배정, 환자 분류, 병원 간 연계를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수 있으며, 광역 의료체계와 결합될 경우 효율성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네 번째는 ‘의료 수요 창출’이다. 세종은 공공기관과 데이터 기반 행정이 집중된 도시로, 임상연구와 바이오 산업을 결합할 경우 외부 환자 유입도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는 관련 인프라와 제도적 기반이 갖춰질 경우에 한해 기대되는 효과로 평가된다.
현장에서는 의료 공백에 대한 체감이 크다. 한 시민은 “응급 상황에서 이동 시간이 가장 불안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병원 유치보다 지금 당장 이용 가능한 체계가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세종의 의료 문제는 인구가 아니라 구조 문제”라고 지적한다. 한 의료정책 전문가는 “50만 도시는 상급병원을 가질 수 있는 조건은 되지만, 그것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는 수요와 시스템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의 상급병원 논의는 단순 유치 문제가 아니라 도시 구조 재편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중증환자 이송에 30분 이상 소요되는 현실을 바꾸지 않는 한 의료 공백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공공의료 강화와 광역 협력, 병원 기능 고도화가 동시에 작동할 때 비로소 세종은 50만 도시 수준의 의료 체계를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 기자 daeyeol636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