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세종/최대열기자] 세종 중학교 체험학습 이동 중 발생한 터널 연쇄 추돌 사고로 9명이 다친 가운데, 100쪽에 달하는 체험학습 매뉴얼과 ‘교사 책임 구조’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불붙고 있다.
세종 지역 중학교 체험학습 이동 중 발생한 터널 연쇄 추돌 사고 이후, 부상을 입은 교사가 교실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모습과 사고 현장, 체험학습 매뉴얼, 휴대전화 수거 장면을 합성한 이미지. 체험학습 안전과 교사 책임 구조 논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이미지. [그래픽-대전인터넷신문]
지난 3월 30일 오전, 세종 A중학교 학생들이 충남 금산 청소년수련원으로 이동하던 중 대전남부순환고속도로 구봉터널 내에서 버스 4대와 승용차 1대가 잇따라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는 도로 공사로 인한 정체 상황에서 차량 간 충돌이 이어지며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사고로 학생 7명과 교사 2명 등 총 9명이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학생들은 입술 열상과 찰과상 등 경미한 외상을 입었고, 일부는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등 심리적 불안을 호소했다. 교사 2명도 목 부상과 안면 상처 등을 입었으나 모두 중상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체험학습 일정은 전면 중단됐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세종교사노동조합은 현장체험학습 제도의 구조적 문제를 제기했다. 노조는 “고속도로와 터널 사고는 교사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이라며 “그럼에도 사고 발생 시 책임이 교사에게 집중될 수 있는 구조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약 100쪽에 달하는 현장체험학습 매뉴얼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매뉴얼에는 운전자 교통법규 준수 여부 점검, 차량 상태 확인, 안전장비 점검 등 교사가 수행하기 어려운 항목까지 포함돼 있어 현실성과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다.
노조는 “전문 영역까지 교사에게 요구하는 것은 과도하다”며 “결국 안전 책임은 강화됐지만, 그 무게는 교사 개인에게 집중되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세종시교육청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교사에게 책임을 전가한 사실은 없고 민원도 접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교육청 관계자는 “매뉴얼이 방대한 것은 사실이고 일부 항목이 현장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학생 안전 확보를 위한 기준이라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조 인력 배치 등으로 교사 부담을 줄이고 있으며, 매뉴얼도 현장 의견을 반영해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사고 속에서도 현장 교사들의 헌신적 대응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부상을 입은 일부 교사는 병가를 미루고 출근해 학생들을 돌봤다. 담임 교사가 자리를 비울 경우 학생들이 느낄 불안을 우려한 선택이었다. 특히 목 보호대를 한 채 교실로 향한 교사의 모습 앞에서, 현장을 찾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울컥했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였다.
해당 학교는 체험학습 출발 전 학생들의 휴대전화를 자발적으로 수거해 학생 간 소통을 유도하고 안전지도를 강화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 측은 이러한 조치가 사고 당시 피해를 줄이는 데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 이후에도 교사들은 학급별 ‘회복 서클’ 프로그램을 운영해 학생들의 불안을 낮추고, 취소된 체험학습을 대체할 교육 프로그램까지 마련하는 등 후속 대응에 나섰다.
교육청 역시 “현장에서 교사들이 보여준 대응은 매우 헌신적이었다”며 “학생 안전과 교육활동을 위해 자발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번 사고는 단순 교통사고를 넘어, 체험학습 제도의 안전성과 교사 책임 범위를 둘러싼 구조적 문제를 다시 드러냈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안전 확보와 교사 부담 완화 사이의 균형이 핵심 과제로 지목된다. 교사 개인의 책임에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교육청과 전문기관이 역할을 분담하는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안전은 시스템이 책임지고, 교육은 교사가 책임지는 구조로 바뀌지 않는 한, 교사의 헌신에 기대는 체험학습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 기자 daeyeol636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