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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점자는 무엇이 달랐나…수능이 던진 공부의 질문 - 세종미래교육연구소 강미애
  • 기사등록 2025-12-17 08:5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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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점자는 무엇이 달랐나…수능이 던진 공부의 질문


세종미래교육연구소

강미애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둘러싼 첫 반응은 “만점자가 많다”는 인식이었다. 그러나 공식 발표는 그와 달랐다. 전 영역 만점자는 5명으로 전년보다 오히려 줄었고, 이 가운데 재학생이 4명으로 다수를 차지했다. 수능을 둘러싼 오래된 통념, 즉 재수생이 유리하다는 공식에 균열을 낸 결과였다.


시험 자체는 만만치 않았다. 국어와 영어의 난도가 높았고, 특히 영어 1등급 비율은 3.11%에 그쳤다. 난도 조절 논란은 교육 현장의 혼란으로 이어졌고, 출제기관의 책임 문제까지 불거지며 평가원장 사임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귀결됐다. 변수가 많았던 시험일수록, 성과를 낸 학생들의 공통점은 더욱 분명해진다.


만점자 인터뷰를 종합하면 눈에 띄는 차이는 ‘재능’이 아니라 ‘방식’이었다. 이들은 학습의 중심을 학교 수업에 두었고, 공부 시간의 양보다 집중과 학습 리듬을 중시했다. 매일 계획을 세우고 실행한 뒤 점검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공부를 감정이나 의지의 문제가 아닌 구조와 습관의 문제로 다뤘다. 문제를 많이 푸는 대신 틀린 이유를 분석하고, 왜 정답이 되는지를 끝까지 이해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썼다.


학습 자료 활용 역시 균형적이었다. EBS, 인터넷 강의, 학교 수업을 필요에 따라 조합하며 스스로 학습 흐름을 관리했다. 지역이나 학습 환경의 차이는 결정적인 변수가 되지 않았다. 독서 습관과 충분한 수면, 컨디션 관리도 공부의 일부로 인식됐다. 단순히 시간을 늘리는 방식보다 생활 리듬을 지키는 것이 학습 효율을 높였다는 설명은 인상적이다.


이 지점에서 교육은 질문을 피할 수 없다. 우리는 여전히 ‘얼마나 오래 앉아 있었는가’로 학생을 평가하고 있지 않은가. 만점자를 특별한 성공 사례로 소비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이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준 학습 구조를 학교 교육 안에서 누구나 익힐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틀린 답을 실패가 아닌 성장의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수업 문화, 모든 교과에서 읽고 근거를 정리하는 학습, 자기주도학습을 ‘의지’가 아닌 ‘방법’으로 가르치는 체계가 필요하다.


올해 수능이 남긴 메시지는 분명하다. 시험이 어려울수록 성패를 가르는 것은 공부량이 아니라 공부의 방식이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읽고 이해하는 힘이 자리하고 있다. 수능의 난도 논란을 넘어, 우리가 어떤 배움을 지향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다시 던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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