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세종/최대열기자] 정부가 “수개월치 비축유가 확보돼 있어 단기적인 유가 급등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지만 국내 주유소 기름값은 며칠 사이 빠르게 상승했다. 공급 불안이 크지 않다는 설명과 달리 시장 가격이 먼저 움직이자 정유사 공급가격 결정 구조와 주유소 ‘후정산’ 관행 등 국내 석유 유통 구조 전반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최근 국제 정세 불안 속에 국내 주유소 기름값이 상승하면서 정유사 공급가격 구조와 석유 유통 시장의 가격 결정 방식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그래픽-대전인터넷신문]
이번 유가 급등 논란은 정부 설명과 실제 시장 흐름 사이의 괴리에서 시작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실물경제 점검회의에서 석유 수급 상황과 관련해 “비축유가 충분히 확보돼 있어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중동 지역 정세 불안이 장기화하더라도 당장 국내 석유 공급에는 큰 차질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전혀 다른 움직임이 나타났다. 전국 주유소 평균 판매가격은 며칠 사이 빠르게 상승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넘어서는 ‘경유·휘발유 가격 역전’ 현상까지 나타났다. 서울 지역 평균 가격은 휘발유가 1,940원대, 경유는 1,960원대까지 상승하며 2천원선에 근접했다.
세종시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역 주유소 가격도 최근 며칠 사이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일부 주유소에서는 경유 가격이 휘발유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공급 불안이 크지 않다는 정부 설명과 달리 지역 시장에서는 체감 유가 상승 속도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공급 문제가 없다면서 왜 가격이 먼저 오르느냐”는 의문이 커지고 있다. 국내 주유소 판매가격은 국제유가, 정유사 공급가격, 유류세 등 세금, 유통 마진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가격 변동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단계는 정유사 공급가격이다.
현재 국내 정유시장은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4개 정유사가 대부분의 공급을 담당하는 과점 구조다. 신규 진입이 사실상 어려운 시장 구조 속에서 이들 기업의 공급가격 변동은 전국 주유소 판매가격 형성의 기준점 역할을 한다.
여기에 국내 석유 유통 구조의 특성으로 지적되는 ‘후정산’ 거래 방식도 가격 논란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후정산은 주유소가 정유사로부터 석유제품을 공급받을 때 공급가격을 즉시 확정하지 않고 일정 기간 이후 정산하는 방식이다.
이 구조에서는 국제유가 상승이 예상될 경우 정유사 공급가격 인상 가능성을 고려해 주유소 가격이 선제적으로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반대로 국제유가가 하락하더라도 가격 인하는 상대적으로 늦어질 수 있어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가격 괴리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기름값은 올릴 때는 빠르고 내릴 때는 느리다”는 인식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정치권에서도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종민 의원은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회의에서 유가 안정 대책과 관련해 “유가 최고가격제는 해열제 주사 같은 응급 처방에 불과하다”며 근본적인 시장 구조 개혁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 의원은 특히 정유사 공급가격 결정 과정의 불투명성과 주유소 사후정산 거래 구조를 문제로 지적하며 “가격 형성 구조를 투명하게 만들기 위한 법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유사 공급가격 공개 범위를 확대하고 가격 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도 이번 유가 상승 논란이 단순한 국제유가 상승 문제가 아니라 국내 정유시장 구조와 가격 결정 방식에 대한 신뢰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국제 정세 불안이 발생할 때마다 국내 가격이 실제 공급 상황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현상이 반복된다면 이는 시장 구조 자체가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의미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단순한 단속이나 가격 안정 권고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유사 공급가격 공개 범위를 확대해 가격 결정 과정을 투명하게 하고 주유소와 정유사 간 후정산 거래 구조에 대한 제도적 점검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또한, 정유시장 과점 구조 속에서 가격 변동이 소비자에게 일방적으로 전가되지 않도록 시장 감시 체계를 강화하고 가격 결정 과정에 대한 공적 검증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번 유가 상승 논란은 단순한 국제유가 상승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정유시장 구조에 대한 신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공급 안정성을 강조했음에도 가격이 먼저 움직였다면 정유사의 공급가격 결정 구조와 주유소 후정산 관행, 그리고 정유시장 과점 체제까지 근본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요구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치권에서 석유 관련 법 개정까지 언급되면서 정유시장 구조 개혁 논의가 본격화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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