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최대열 기자] 세종시가 15일 전동면 송성리 친환경종합타운 입지결정·고시를 취소한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하면서, 입지선정위원회 주민대표에게 요구되는 ‘폐기물처리시설 주변 거주’의 법적 범위를 놓고 최종 법리 다툼에 들어갔다.
세종시가 15일 전동면 송성리 친환경종합타운 입지결정·고시를 취소한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사진은 조상호 세종시장과 대전고법, 친환경종합타운 조감도, 주민 반대 현장을 합성한 이미지. [그래픽·이미지=대전인터넷신문]
세종 친환경종합타운을 둘러싼 행정소송이 결국 대법원으로 향한다. 세종시는 15일 전동면 송성리 폐기물처리시설 입지결정·고시를 취소한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장을 제출했다.
지난 7일 조상호 시장이 “상고가 더 실익이 있는 건지, 주민들과 더 긴밀하게 협의하면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는 건지” 검토하겠다고 밝힌 지 8일 만이다. 세종시는 법률 자문과 향후 폐기물처리시설 입지선정 행정에 미칠 영향 등을 검토한 끝에 대법원의 법률적 판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대법원에서 다뤄질 핵심 쟁점은 친환경종합타운의 필요성이나 송성리 후보지의 환경적 적정성보다는 입지선정위원회 주민대표 자격을 규정한 법령상 ‘폐기물처리시설 주변’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대전고등법원은 지난 1일 전동면 송성리 주민들이 세종시를 상대로 제기한 폐기물처리시설 입지결정·고시 관련 항소심에서 1심을 뒤집고 주민 측의 예비적 청구를 받아들여 세종시가 2023년 7월 13일 내린 입지결정·고시를 취소했다.
항소심은 주민들이 주위적으로 청구한 입지결정·고시 무효확인까지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대신 입지선정 절차의 위법성을 이유로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예비적 청구를 받아들였다. 따라서 이번 판결을 친환경종합타운 사업 자체가 ‘원천 무효’ 판정을 받은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1심과 항소심 판단을 가른 핵심은 입지선정위원회 주민대표 자격이었다. 본지가 앞서 보도한 판결 관련 자료에 따르면 2023년 3월 30일 최종 입지를 의결한 입지선정위원회의 주민대표 5명 가운데 적어도 4명은 관련 법령이 요구하는 ‘폐기물처리시설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대표’로 보기 어렵다고 항소심 재판부는 판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본지 취재에서도 당시 입지선정위원회 주민대표 가운데 시설 예정지가 있는 전동면 주민이 아닌 세종시 신도시 지역 거주자가 포함됐으며, 해당 주민대표는 공개모집 방식으로 선정된 것은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세종시는 당시 주민대표 선정이 관련 규정에 따라 이뤄졌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기존 주민대표의 사퇴와 후속 추천의 어려움 속에서 관련 규정을 검토해 세종시에 거주하면서 입지를 공정하게 판단할 수 있는 인사를 주민대표로 선정했다는 취지다.
그러나 항소심은 주민대표 추천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사정이 있더라도 법령이 요구하는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로 주민대표를 구성한 것이 정당화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세종시는 이번 상고에서 항소심이 법령상 ‘주변’의 의미를 지나치게 좁게 해석했다는 점을 다툴 방침이다. 현행 폐기물시설촉진법과 시행령은 입지선정위원회 구성 때 ‘폐기물처리시설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대표’를 참여시키도록 하고 있지만, 시설로부터 몇 m 또는 몇 ㎞ 이내여야 하는지 등 구체적인 거리 기준은 별도로 두지 않고 있다는 것이 시의 판단이다.
세종시는 2020년 12월 관련 시행령 개정 취지도 상고 필요성을 판단한 근거로 제시했다. 당시 입지선정위원회 주민대표 위촉기준을 완화하고 위원회 구성에 필요한 세부사항은 폐기물처리시설 설치기관이 정할 수 있도록 제도가 변경된 점을 고려하면 ‘주변 주민’의 범위를 대법원에서 다시 판단받을 실익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세종시는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지난 6월 시의 입지선정위원회 구성 관련 질의에 대한 회신에서 폐기물처리시설 ‘주변’의 범위에 구체적인 거리 제한은 없다는 취지의 의견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다만 기후에너지환경부의 법령 해석과 법원의 사법적 판단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법령에 구체적인 거리 기준이 없다는 사실이 곧 세종시 어느 지역에 거주하더라도 해당 폐기물처리시설의 ‘주변 주민’으로 인정된다는 의미인지는 별도의 법률적 판단 영역이기 때문이다.
항소심 역시 단순히 특정 거리 숫자만을 기준으로 주민대표 자격을 판단한 것이 아니라 후보지와의 거리와 지역적 관계 등을 종합해 해당 주민들이 법령에서 정한 ‘폐기물처리시설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대표’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결국 상고심에서는 법령에 명시적인 거리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주변 주민’을 어느 범위까지 인정할 수 있는지, 입지선정위원회 주민대표 선정 과정에서 지방정부에 어느 정도의 판단 범위가 인정되는지가 핵심 법리로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대법원이 항소심의 법률 해석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판결을 파기환송할 경우 사건은 다시 항소심 법원에서 심리될 수 있다. 반대로 상고가 기각돼 항소심 판결이 확정되면 2023년 7월 13일 내려진 기존 입지결정·고시의 취소가 확정되고 세종시는 후속 행정절차를 검토해야 한다.
다만 상고가 기각된다고 해서 송성리 입지가 곧바로 자동 백지화된다고 단정하거나, 반대로 문제가 된 주민대표만 교체하면 기존 사업을 그대로 추진할 수 있다고 보는 것도 현 단계에서는 이르다.
입지선정위원회를 새롭게 구성해야 하는지, 주민대표를 다시 선정하는 것으로 절차상 하자를 보완할 수 있는지, 후보지 평가와 의결을 포함한 입지선정 절차를 어느 단계부터 다시 진행해야 하는지는 확정판결의 구체적인 취지와 후속 법률 검토를 거쳐 판단해야 할 사안이다.
이번 상고 결정은 조상호 시장이 후보 시절부터 강조했던 주민 의견수렴과도 맞물린다. 북부권쓰레기소각장반대대책위원회가 공개한 자료와 본지 기보도에 따르면 조 시장은 후보 시절인 지난 4월 30일 대책위원들과 만나 “최초의 입지를 변경하는 과정에 여론 수렴 절차나 그 방식에 대해서 참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시장 취임 이후에도 조 시장은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상고의 실익과 주민 대화를 통한 해결 가능성을 함께 검토하겠다며 “지역 주민들과 우리 세종 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가면서 결론을 내겠다”고 밝혔다.
결국 세종시는 대법원의 법률적 판단을 먼저 구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다만 법률상 보장된 상고 절차를 선택한 것과 주민과의 대화를 지속하는 것은 서로 배치되는 문제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세종시도 상고 방침을 밝히면서 대법원 심리 과정에 대비해 법리 대응을 강화하는 동시에 이번 결정이 또 다른 갈등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지역 주민들과 대화를 지속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시 관계자는 “향후 폐기물처리시설 설치를 위해서도 대법원 상고를 통해 법률적 불확실성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주민과의 소통을 강화해 적법한 행정절차를 진행하고 친환경종합타운과 전동면 지역발전을 위한 사업을 차질없이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북부권쓰레기소각장반대대책위원회는 항소심 판결 이후 세종시에 상고 포기를 요구해 온 만큼 이번 결정에 따른 주민 반발 가능성도 남아 있다. 대책위는 항소심 판결을 주민참여 절차의 중요성을 확인한 판단으로 평가하며 세종시가 판결을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법적 분쟁과 별개로 세종시가 해결해야 할 생활폐기물 처리 문제도 그대로 남아 있다. 친환경종합타운은 증가하는 생활폐기물 처리 수요에 대응하고 자체 처리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추진해 온 환경기초시설인 만큼 송성리 입지를 둘러싼 소송과 별개로 향후 폐기물을 어디에서, 어떤 규모와 방식으로 처리할지에 대한 정책적 해답이 필요하다.
이번 상고는 결국 항소심에서 패소한 세종시가 한 단계 더 재판을 이어가는 데 그치지 않는다. 명확한 거리 기준이 없는 법령상 ‘폐기물처리시설 주변 주민’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대법원의 법률적 판단을 구한다는 점에서 향후 유사한 폐기물처리시설 입지선정 절차에도 참고가 될 수 있다.
동시에 세종시는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는 동안 항소심에서 문제로 지적된 주민참여 절차를 어떻게 보완할지, 장기간 이어진 주민 갈등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갈지도 설명해야 한다. 법률적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상고와 주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소통을 어떻게 병행하느냐가 친환경종합타운 갈등의 다음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 기자 daeyeol636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