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세종/최대열기자] 대전고법이 세종 친환경종합타운 입지결정·고시를 취소한 가운데 조상호 세종시장이 상고의 실익과 주민 대화를 통한 해결 가능성을 함께 검토하겠다고 밝혀, 후보 시절 강조했던 주민 의견수렴과 절차적 정당성을 실제 행정에서 어떻게 구현할지가 주목된다.
조상호 세종시장이 7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전동면 송성리 친환경종합타운 항소심 판결과 관련해 대법원 상고의 실익과 주민 대화를 통한 해결 가능성을 함께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전고법은 지난 1일 입지선정위원회 주민대표 자격 문제를 취소 사유로 인정해 세종시의 2023년 친환경종합타운 입지결정·고시를 취소했다. 이미지는 조 시장과 대전고법, 친환경종합타운 조감도 등을 기사 내용에 맞춰 구성했다. [그래픽·이미지=대전인터넷신문 AI 제작]
세종시 전동면 송성리 친환경종합타운을 둘러싼 행정소송 항소심에서 입지결정·고시가 취소된 가운데 조상호 세종시장이 대법원 상고의 실익과 주민과의 대화를 통한 해결 가능성을 함께 검토한 뒤 상고 기한 내 최종 방침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조 시장이 후보 시절 친환경종합타운 입지 변경 과정의 여론수렴 절차와 방식에 아쉬움을 나타냈던 만큼, 이번 항소심 판결 이후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수년간 이어진 주민 갈등뿐 아니라 조 시장이 강조했던 절차와 소통의 원칙을 실제 행정에 어떻게 적용할지를 가늠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대전고등법원은 지난 1일 전동면 송성리 일원 주민들이 세종시를 상대로 제기한 폐기물처리시설 입지결정·고시 관련 항소심에서 1심을 뒤집고 주민 측의 예비적 청구를 받아들여 세종시가 2023년 7월 13일 내린 친환경종합타운 입지결정·고시를 취소했다.
본지가 앞서 보도한 판결 관련 자료에 따르면 항소심에서 1심과 판단을 달리한 핵심 쟁점은 입지선정위원회 주민대표 자격 문제였다. 2023년 3월 30일 최종 입지를 의결한 입지선정위원회의 주민대표 5명 가운데 적어도 4명을 관련 법령에서 요구하는 폐기물처리시설 주변 주민대표로 보기 어렵다고 재판부가 판단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항소심은 입지결정·고시가 처음부터 효력이 없다고 볼 정도의 하자가 있다는 주민 측 주위적 무효확인 청구까지 받아들인 것은 아니다. 입지선정 절차의 위법성을 이유로 해당 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예비적 청구를 받아들였다.
따라서 이번 판결을 법원이 친환경종합타운 사업 자체의 필요성을 부정하거나 사업 전체를 ‘원천 무효’로 판단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반면 기존 입지결정·고시가 취소된 만큼 판결이 확정될 경우 향후 사업 추진 절차에는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조 시장은 지난 7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친환경종합타운 항소심 판결과 관련한 향후 대응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조 시장은 “친환경 종합타운 관련해서는 좀 어려운 얘기”라며 “이미 우리 시가 지역 주민들과 긴밀하게 협의하면서 수년에 걸쳐서 논의를 해왔던 문제가 또 법적으로 계속 다툼이 남아 있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알고 있기로는 그 사업을 추진하는 것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는 아니고 그 입지 선정 위원회 구성과 관련해서 재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발언은 조 시장이 항소심 판결의 쟁점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판결 자체의 법률적 판단과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항소심의 직접적인 결과는 입지선정위원회 주민대표 자격 문제가 취소 사유로 인정돼 기존 입지결정·고시 처분이 취소됐다는 것이다.
특히 조 시장은 세종시가 아직 상고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조 시장은 “상고를 하는 기간이 있다”며 “그때까지 상고가 더 실익이 있는 건지 아니면 주민들과 더 긴밀하게 협의하면서 대화를 통해서 문제를 좀 해결해 볼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건지 하여튼 상고 제한 시간까지 최종안을 결정을 해서 논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다만 지역 주민들과 우리 세종 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가면서 결론을 내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지난 2~3일 판결 직후 세종시가 판결문과 관련 법령, 법률 자문 등을 검토해 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던 것에서 한 단계 구체화된 입장으로 볼 수 있다.
단순히 법률적 승소 가능성을 검토하는 차원을 넘어 조 시장이 직접 ‘상고의 실익’과 ‘주민과의 대화를 통한 해결 가능성’을 함께 검토 대상으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조 시장의 이번 발언은 지난 지방선거 당시 친환경종합타운을 둘러싸고 밝힌 입장과도 맞닿아 있다.
북부권쓰레기소각장반대대책위원회가 공개한 자료와 본지의 기배포 기사에 따르면 조 시장은 후보 시절인 지난 4월 30일 대책위원들과 만나 “최초의 입지를 변경하는 과정에 여론 수렴 절차나 그 방식에 대해서 참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당시 대책위는 조 후보가 사법부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도 밝혔다고 전했다. 항소심 판결 이후 대책위가 세종시에 상고 포기를 요구하면서 후보 시절 조 시장의 발언을 다시 제시한 배경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확인된 발언만으로 후보 시절과 시장 취임 후 조 시장의 입장이 뒤바뀌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후보 시절에는 입지 변경 과정의 여론수렴 절차와 방식에 문제의식을 나타냈고, 시장 취임 후 항소심 판결이 나온 상황에서도 “지역 주민들과 우리 세종 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가면서 결론을 내겠다”고 밝혀 주민 의견수렴이라는 원칙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대책위가 전한 후보 시절의 ‘사법부 판단 존중’이라는 취지의 발언이 법률이 보장한 상고 절차까지 포기하겠다는 의미였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항소심 판단을 존중하는 것과 법률적 쟁점에 대해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구하는 것은 반드시 서로 배치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조 시장의 위치와 책임은 후보 시절과 분명히 달라졌다. 당시에는 기존 행정의 입지선정 과정과 주민 의견수렴 방식을 평가하는 후보자였다면, 지금은 세종시 행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상고 여부와 친환경종합타운의 향후 추진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 따라서 앞으로의 핵심은 후보 시절과 현재의 발언이 문구상 일치하는지를 넘어, 당시 강조했던 주민 의견수렴과 절차적 정당성의 원칙을 실제 행정 결정에 어떻게 반영하느냐에 있다.
세종시가 대법원 상고를 선택한다면 왜 상고가 필요한지, 어떤 법률적·행정적 실익이 있는지 시민에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상고 여부와 별개로 주민대표 구성과 의견수렴 과정에서 법원이 취소 사유로 인정한 문제를 향후 절차에서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도 제시해야 한다.
반대로 상고하지 않아 항소심 판결이 확정될 경우에는 취소된 기존 입지결정·고시를 전제로 송성리 입지를 다시 추진할 것인지, 입지선정위원회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입지선정 절차를 어느 단계부터 다시 진행할 것인지 등을 검토해야 한다.
주민과의 대화를 통한 해결을 선택하더라도 과제는 남는다. 단순한 설명회나 의견 청취를 넘어 누가 주민대표로 참여하고 어떤 정보를 공개하며 주민 의견을 실제 입지 결정 과정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까지 구체적인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
송성리 입지를 그대로 유지할 것인지도 향후 검토 과정에서 중요한 쟁점이다. 다만 판결이 확정되지 않은 현재 단계에서 송성리 입지가 자동으로 백지화됐다고 보거나, 반대로 주민대표 구성만 바로잡으면 기존 사업을 그대로 추진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항소심 판결이 확정될 경우 그동안 사업 추진과 소송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 문제도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 판결에서 세종시가 부담하도록 한 소송비용과 별개로 주민들은 수년간 행정소송과 반대활동을 이어오면서 법률 대응과 집회·홍보 등에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을 부담해 왔지만, 전체 규모는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액수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법원이 정한 소송비용과 주민들이 반대활동 과정에서 부담한 비용은 구분해야 한다. 판결이 확정되면 소송비용은 관련 절차에 따라 산정되지만, 주민들이 지출한 집회·현수막·홍보·교통비 등까지 자동으로 세종시가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주민들이 위법한 행정처분으로 별도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며 세종시를 상대로 국가배상을 청구하는 문제는 별개의 법적 쟁점이 될 수 있다. 실제 배상책임이 인정되려면 취소판결만으로 충분한 것은 아니며 공무원의 고의·과실에 의한 법령 위반과 구체적인 손해, 상당인과관계 등이 별도로 판단돼야 한다.
결국 비용 문제는 어느 쪽이 소송비를 부담하느냐에 그치지 않는다. 세종시는 입지선정과 용역, 행정절차, 법률 대응 등에 시민 세금을 투입했고 주민들도 수년간 사비와 시간을 들여 반대활동과 소송을 이어왔다. 양측 모두 구체적인 전체 비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정확한 규모를 산정하기 어렵지만, 입지선정 절차의 문제가 법원에서 취소 사유로 인정된 만큼 이 과정에서 발생한 재정·행정·사회적 비용을 따져볼 필요성도 커졌다.
이와 함께 지역 일각에서는 송성리 재추진만을 전제로 할 것이 아니라 부강면 충광농원을 비롯한 대체입지를 원점에서 비교·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충광농원은 오랜 기간 축산악취 문제가 제기되면서 이전·정비 필요성이 거론돼 온 지역이라는 점에서, 기존 환경문제 해결과 새로운 환경기초시설 조성을 연계하는 방안을 당초부터 검토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다.
그러나 충광농원이 실제 친환경종합타운 입지로 송성리보다 적합하다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부지 규모와 소유관계, 주변 주거지역과의 거리, 교통 접근성과 폐기물 운반거리, 환경영향, 관련 법령상 입지조건은 물론 부강면 주민들의 수용성까지 새롭게 검증해야 한다.
따라서 항소심 판결을 계기로 입지선정 절차를 다시 검토하게 된다면 송성리 재추진만을 전제로 할 것인지, 충광농원 등을 포함해 대체입지까지 비교할 것인지도 조상호 시정이 답해야 할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
법적 분쟁과 별개로 세종시가 해결해야 할 생활폐기물 처리 문제도 남아 있다. 친환경종합타운은 세종시가 증가하는 생활폐기물 처리 수요 등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해 온 환경기초시설이다. 따라서 송성리 입지를 둘러싼 갈등과 별개로 세종에서 발생하는 생활폐기물을 앞으로 어디에서, 어떤 규모와 방식으로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해답은 필요하다.
특히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음식물류 폐기물 처리기능을 제외하는 방향으로 계획이 변경된 만큼 향후에는 최신 생활폐기물 발생 전망과 기존 시설의 처리능력, 필요한 소각용량, 운반거리와 환경·교통 부담 등을 토대로 시설 규모와 처리체계의 적정성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
결국 세종시가 선택해야 할 길은 단순한 ‘상고냐, 상고 포기냐’에 그치지 않는다. 법원의 판단을 토대로 입지선정 절차를 어떻게 정비할 것인지, 송성리 입지를 유지할 것인지, 주민과 어떤 방식으로 다시 협의할 것인지, 세종시의 장기적인 생활폐기물 처리체계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가 서로 연결돼 있다.
특히 상고를 선택하더라도 주민과의 대화를 중단할 이유는 없고, 상고를 포기한다고 해서 오랜 갈등이 자동으로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결국 법적 대응과 별개로 주민 신뢰를 회복하고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조 시장은 후보 시절 입지 변경 과정의 여론수렴 방식에 아쉬움을 나타냈고, 시장이 된 지금도 주민과 시민의 의견을 충분히 듣겠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이제 남은 것은 그 원칙을 실제 행정 결정으로 옮기는 일이다. 대법원의 최종 판단을 다시 구할지, 항소심 판결을 계기로 주민과의 협의를 통해 절차를 다시 설계할지에 따라 수년간 이어진 친환경종합타운 갈등의 향방은 물론 조상호 시정의 갈등관리 역량을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 기자 daeyeol636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