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권혁선 기자] 인사혁신처는 23일 공무원의 부작위·직무태만과 소극행정에 대한 징계 기준을 강화하고, 혐오표현에 대한 별도 징계 기준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소극행정의 최소 징계를 견책에서 감봉으로 높이고, 공직자의 혐오표현에 대해서는 최대 파면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등 공직사회의 책임성과 윤리성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23일 천지윤 인사혁신처 윤리복무국장이 공무원의 소극행정과 직무태만에 대한 징계 기준을 강화하고 혐오표현에 대한 별도 징계기준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 개정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문화체육관광부 e-브리핑 갈무리]
공무원이 직무상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아 국민의 권익을 침해하거나 국가 재정에 손실을 초래한 경우 최소 징계가 기존 '견책'에서 '감봉'으로 강화된다. 공직자가 인종·성별·지역 등을 이유로 혐오표현을 해 공직자의 품위를 심각하게 훼손한 경우에는 최대 파면까지 가능하도록 별도 징계 기준도 마련된다.
인사혁신처는 2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무원 징계령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의견수렴 절차에 들어갔다.
이번 개정안은 공직사회의 책임성과 국민 신뢰를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의 일환으로, 소극행정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한편 혐오표현에 대한 징계 기준을 처음으로 명문화한 것이 핵심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지금까지 회계질서 문란 비위와 함께 관리되던 부작위·직무태만 비위를 별도로 분리해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부작위·직무태만과 소극행정에 대한 최소 징계양정도 현행 견책에서 감봉으로 상향 조정한다.
부작위는 직무상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이행하지 않는 행위를 말하며, 소극행정은 이러한 부작위나 직무태만으로 국민의 권익을 침해하거나 국가 재정에 손실을 발생시킨 경우를 포함한다.
또한 지금까지 소극행정에만 적용되던 관리자의 감독 책임을 부작위·직무태만 비위에도 확대 적용해 관리자의 책임을 보다 명확히 규정할 계획이다.
인사혁신처는 그동안 별도 기준이 없었던 혐오표현에 대해서도 징계기준을 신설했다. 개정안은 인종, 국가, 성별, 지역, 연령, 소득수준 등을 이유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차별이나 폭력을 선동하거나 인간의 존엄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언어적·행동적 표현을 혐오표현으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공직자가 이러한 혐오표현으로 공직자의 품위를 심각하게 훼손한 경우 최소 감봉에서 최대 파면까지 징계할 수 있도록 했다. 포상 실적이 있더라도 징계 감경을 제한하는 규정도 함께 마련했다.
천지윤 인사혁신처 윤리복무국장은 이날 정부 브리핑에서 "사회적으로 소극행정과 혐오표현에 대한 비난 가능성이 높아졌고 이를 엄정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신상필벌의 공직문화 조성을 위한 정부 업무계획을 구체적으로 제도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직사회 위축 우려에 대해서는 적극행정과 소극행정을 구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천 국장은 "적극행정을 하다가 발생한 문제를 제재하려는 것이 아니라 해야 할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국민 권익을 침해하거나 국가 재정에 손실을 입힌 경우를 엄정하게 책임 묻겠다는 것"이라며 "복지부동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인 만큼 적극적으로 일하는 공무원들이 위축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비공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의 혐오표현 적용 여부에 대해서는 "혼자만 보는 일기 형태의 기록은 대상이 아니지만, 비공개 공간이라도 특정인을 공격하거나 혐오표현의 구성요건을 충족한다면 징계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사혁신처는 소극행정의 대표 사례로 지방해운항만청 당직 근무자가 야간에 정박 선박의 안전조치를 하지 않아 선박 간 충돌과 재산상 손실이 발생한 사례를 제시했다.
국가공무원 징계 통계에 따르면 2023년부터 2025년까지 최근 3년간 부작위·직무태만·소극행정으로 징계를 받은 공무원은 모두 122명으로 집계됐다. 연도별 징계 규모는 큰 증감 없이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사혁신처는 입법예고 기간 동안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법제처 심사 등 후속 절차를 거쳐 개정안을 시행할 예정이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권혁선 기자 ghs705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