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턴넷신문=세종/최대열기자]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피살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현지 정부가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농림축산식품부가 캄보디아에 285억 원 규모의 농업 ODA(공적개발원조)를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세종시를 비롯한 지방자치단체도 소방차와 장비를 지원한 사실이 알려지며 “국민의 생명을 외면한 정부에 혈세를 계속 지원할 이유가 없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피살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현지 정부가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농림축산식품부가 캄보디아에 285억 원 규모의 농업 ODA(공적개발원조)를 중단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대전인터넷신문]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임미애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농림축산식품부 ODA 관련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8년까지 캄보디아에서 총 7건의 농업 ODA 사업이 추진되거나 진행 중이다. 누적 지원액은 285억 원에 달하며, 캄보디아는 베트남·필리핀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농업원조를 받은 국가로 꼽힌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캄보디아 농업비즈니스 및 농촌공동체개발센터 지원사업’(2024~2028년)에 총 59억 6,000만 원이 투입됐다. 이는 캄보디아 대상 단일 사업으로는 최대 규모로, 현지 농촌개발센터 설립과 시범포 구축, 교육훈련 및 기자재 지원 등을 포함한다.
하지만 최근 발생한 20대 한국인 청년 납치·감금·살해 사건 이후 캄보디아 정부가 수사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자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않는 정부에 수백억 원의 세금을 지원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비판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임미애 의원은 “국민이 희생당했는데도 책임 있는 수사조차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 나라에 대한 원조는 중단되어야 한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기본 책무이며, 캄보디아 정부가 수사와 범죄예방에 협조하지 않는다면 농식품부는 ODA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지정한 중점 협력국으로, 지난 10여 년간 농업 생산성과 식량자급률 향상, 농촌공동체 역량 강화 등을 명분으로 집중적인 지원을 받아왔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는 ‘쌀 산업 발전을 위한 건조·저장시설 구축사업’을 통해 30억 원 규모의 기자재와 저장시설이 지원됐다. 이는 수확 후 곡물 손실률을 낮추고 저장 인프라를 개선하기 위한 첫 단계 사업이었다.
이어 2017년부터 2023년까지는 ‘영농기술 전수를 통한 농업생산성 증대사업’이 진행되었다. 이 사업은 영농교육센터와 시범포를 조성하고 비닐하우스와 운영기술을 제공해, 현지 농가의 기술력과 수익성을 높이는 데 목적을 두었다.
2020년부터 추진 중인 ‘끄라체 영농센터 지원사업’(36억 3,400만 원)은 실습형 훈련시설을 조성하고 영농기술훈련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농민 교육과 현장 실습을 결합한 형태로, 현지 인력 양성의 거점 역할을 한다.
또한, 2021년부터는 농산물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한 ‘산지지역 채소생산 및 가치사슬 개선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총 57억 2,000만 원이 투입된 이 사업은 산지 채소연구소 설립, 시범포 운영, 기자재 지원 등을 통해 유통 구조를 현대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같은 해 착수한 ‘칸달주 고품질 채소·과채류 스마트팜 사업’(49억 2,000만 원)은 첨단 온실기술을 적용해 현지 농가에 스마트팜 시스템을 보급하는 사업이다. 자동 제어기술, 온습도 관리장비, 재배 기자재를 지원하며, 생산 효율을 높이는 것이 핵심 목표다.
윤석열 정부 들어 새롭게 추진된 ‘농업비즈니스 및 농촌공동체개발센터 지원사업’(2024~2028년)은 59억 6,000만 원이 투입된다. 농촌공동체 중심의 종합 시범포 조성, 기자재 지원, 현지 교육훈련 등을 통해 농촌경제의 ‘혁신 거점’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2024년부터 2025년까지는 ‘아세안+3 식량안보정보시스템(AFSIS) 협력사업’이 추진 중이다. 총 11억 원이 투입되며, 원격탐사 자료와 위성 데이터를 활용해 식량안보 예측모델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이는 동남아 전역의 식량위기 대응능력을 강화하는 다자협력형 사업으로 평가된다.
이처럼 농식품부의 대(對)캄보디아 ODA는 총 285억 원 규모로, 농업 인프라 확충·기술 전수·지역공동체 육성 등 실질적 성과를 목표로 진행돼 왔다. 그러나 최근 한국인 대상 범죄와 수사 비협조 사태로 인해, “인도적 명분보다 국민안전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정부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들의 대(對)캄보디아 지원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세종시는 캄보디아 지방정부와 우호협약을 체결하고, 공공안전 역량 강화를 명분으로 소방차와 소방장비를 직접 지원했다. 충청남도는 바탐방주·시엠립주 등과 농업기술 교류와 공무원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대전시 역시 캄보디아 공무원을 초청해 도시행정·상하수도관리 교육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2022년 2월 21일 공적 개발 원조 사업의 일환으로 캄보디아 바탐방 주에 세종시 소유 소방 차량 2대를 무상 지원하고 기념 촬영하는 모습[사진-대전인터넷신문]
이러한 교류는 인도적 협력이라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최근 캄보디아의 미온적 태도 속에서 “국민안전을 무시한 지방정부의 무분별한 지원”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임미애 의원은 “ODA뿐 아니라 지자체의 국제교류사업도 외교부와 협의해 국민안전 기준에 따라 점검해야 한다”며 “국가와 지방정부 모두 국민의 생명을 외면하는 정부에 세금을 투입하는 일은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ODA 및 지자체 지원정책 전반에 ‘조건부 협력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우선, ODA 지원의 조건에 ‘수사협조 및 치안협력 수준’을 평가항목으로 포함시켜야 하며, 범죄 대응 의지가 부족한 국가는 지원 순위에서 제외하거나 단계별로 감액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지자체의 장비지원이나 우호협약은 중앙정부·외교부와의 사전 협의 절차를 의무화해야 한다. 독자적으로 진행되는 국제교류는 외교정책과 충돌할 위험이 높고, 국민정서와 괴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KOICA, 경찰청, 외교부가 협력하는 ‘해외 범죄 즉시 대응 시스템’을 구축해 현지에서 한국인 피해가 발생할 경우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러한 제도적 정비를 통해 원조와 협력이 단순한 예산 집행이 아닌, 국민 보호와 국제적 신뢰를 확보하는 수단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적개발원조는 인도적 가치와 국제협력의 정신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국민이 희생되고 수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나라에 막대한 지원을 이어가는 것은 명분을 잃는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무조건적 지원’에서 벗어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 기준으로 한 책임 있는 협력체계로 전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