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세종/최대열기자] 정부가 내년 하반기부터 요양병원 간병비를 건강보험 급여 항목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현재 월 200만~267만 원 수준인 간병비는 60만~80만 원대로 줄어들 전망이며, 국민 다수는 환영하지만 의료계와 돌봄업계는 재정 부담과 제도 왜곡을 우려하고 있다.
정부가 내년 하반기부터 요양병원 간병비를 현행 최대 267만 원에서 60만 원대로 낮추는 정부 급여화를 추진한다. [대전인터넷신문]
정부는 의료적 필요도가 높은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를 단계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내년 하반기 의료중심 요양병원 200곳에서 시범사업을 시작하고, 2030년까지 500곳(약 10만 병상 규모)으로 확대한다는 로드맵을 내놨다. 본인부담률은 기존 100%에서 약 30% 수준으로 낮아지며, 5년간 총 6조5천억 원의 재정이 투입될 예정이다.
급여 적용 대상은 인공호흡기 부착 환자, 와상 환자, 치매·파킨슨병 등 의료적 관리가 필요한 중증 장기요양 환자다. 복지부는 내년 상반기 공청회와 전문가 자문단 논의를 거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 최종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환자와 가족 “이제야 숨통 트인다”…간병 부담 완화 기대
환자와 가족들은 “이제야 숨통이 트인다”며 환영의 뜻을 보이고 있다. 한 70대 환자 보호자는 “매달 200만 원 넘게 드는 간병비 때문에 자녀들이 돌아가며 생활비를 부담했다”며 “급여화가 시행되면 최소한 생계 걱정은 덜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국환자단체연합회 관계자는 “간병은 개인이 아닌 국가가 책임져야 할 영역”이라며 “급여화를 통해 돌봄의 공공성과 인권이 강화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환자단체 설문조사에서는 간병비 부담이 줄면 가족의 경제활동 복귀가 가능하다는 응답이 68%에 달했다.
치매환자를 돌보는 한 50대 여성은 “교대로 간병하느라 직장을 포기했는데, 제도 시행으로 전문 간병인을 둘 수 있다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책이 가족의 경제활동 회복과 생산성 손실 완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찬성·반대 엇갈린 여론…“복지냐, 재정 부담이냐”
찬성 여론은 압도적이다. 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91.7%가 “간병비 급여화가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특히 60대 이상 응답자의 93%가 “복지국가로 가는 필수 제도”라고 답했다. 국민들은 기대효과로 ‘생계 부담 완화’(63%), ‘간병 질 향상’(59%), ‘간병인 처우 개선’(54%)을 꼽았다.
반면 의료계는 건강보험 재정의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간병 급여화를 포함하면 건보 재정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며 “중증 판정 기준이 불명확하면 병원 간 경쟁과 과잉입원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요양병원협회는 “병실 구조 변경(6인실→4인실)과 인력 확충 등 운영비가 늘어 병원 부담이 커질 것”이라며 정부의 보조 대책을 요구했다. 장기요양시설협회 또한 “요양병원 중심 정책으로 재가 요양서비스가 위축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청년층과 근로세대는 향후 건강보험료 인상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한 30대 직장인은 “복지 확대는 공감하지만, 젊은 세대의 재정 부담이 커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급여화의 방향은 타당하지만 재정과 제도 설계가 정교해야 세대 갈등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정부 “단계적 도입·재정 안정 병행”…세부 로드맵 제시
보건복지부는 전면 도입 대신 단계적 시행을 원칙으로 한다. 내년 하반기 200개 의료중심 요양병원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이후 성과를 평가해 2030년까지 전국으로 확대한다. 본인부담률은 30% 수준으로 설정하되, 재정 여건이 허락하면 20%까지 인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복지부는 간병 인력 수급과 병원 지정 기준의 투명성, 수가 보상체계 개편 등 후속 과제를 병행 추진할 예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민의 부담 완화와 서비스 질 향상을 동시에 달성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건보 재정 안정과 제도 신뢰성 확보를 위해 신중히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는 환자와 가족에게는 생계와 돌봄의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이지만, 재정 지속성과 의료체계 개편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공공 돌봄의 확장과 재정 균형 사이에서 정부가 어떤 설계를 내놓느냐가 정책의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