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세종/최대열기자] 중동 정세 불안과 국제유가 급등 속에 정부가 3월 13일 석유 최고가격제를 도입하고 산업통상자원부 내 에너지 전문 인력을 재배치한 가운데, 물가 안정 효과와 함께 대전·세종을 포함한 충청권 물류·건설·농업 등 연료 의존 산업의 중장기 부담과 시장 왜곡 우려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
사진은 주유소에서 차량에 연료를 주입하는 모습. 국제유가 급등 속 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와 인력 재배치를 병행하며 시장 안정에 나선 가운데, 가격 통제 정책의 효과와 부작용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대전인터넷신문]
정부가 국제유가 급등에 대응해 가격 통제와 조직 재편을 동시에 꺼내 들었다. 중동 정세 불안과 에너지 공급망 리스크 확대가 국내 석유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자, 정부는 정유사 공급가격 상한을 설정하는 석유 최고가격제를 2026년 3월 13일부터 도입했고, 산업통상자원부는 석유·가스·전력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전진 배치하며 대응 수위를 높였다.
산업연구원(KIET)은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의 정책적 함의와 향후 방향」 보고서에서 최근 중동 상황 악화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 리스크로 국제 에너지 공급망 불안이 확대됐고, 국내 석유제품 가격도 빠르게 상승해 소비자 부담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졌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이런 상황에서 최고가격제가 위기 국면의 단기 시장 안정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보고서가 제시한 수치를 보면 국제유가 상승 압력은 이례적으로 가팔랐다. 미국–이란 전쟁 전후 두바이유 가격은 71.81달러에서 107.55달러로 49.8% 올랐고, 같은 기간 국내 휘발유 가격 상승률도 12.7%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초기보다 높게 나타났다. 국제유가 상승이 통상적인 시차보다 빠르게 국내 판매가격에 반영되면서 기대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 보고서의 분석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정유사 공급가격에 상한을 설정하는 방식의 최고가격제를 도입했다. 산업연구원은 이 제도가 싱가포르 현물시장 가격을 기준으로 일정 마진을 더해 상한을 정하고 2주 단위로 조정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유류세 인하, 소비자 직접 지원과 결합한 정책 패키지도 검토되고 있다고 밝혔다.
단기 효과는 수치로 확인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3월 10일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약 1,907원, 경유는 1,932원 수준까지 올랐지만,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인 3월 20일에는 휘발유가 약 1,821원, 경유가 약 1,819원으로 낮아졌다. 고점 대비 약 70~120원 내외 하락한 셈이다. 정부가 가격 상승 속도를 제어하고 소비자 체감 부담을 완화하는 데 일정 부분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가격 정책과 함께 조직 대응도 강화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중동 상황과 국내 석유시장 영향, 사태 장기화 가능성을 고려해 자원 안보와 국민 생활 안정을 위한 ‘전략적 인력 재배치’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석유 유통 구조에 정통하고 가스·전력 등 에너지 전반에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신속히 과장급에 배치했고, 석유산업 업무와 시장 대응 경험이 풍부한 장관정책보좌관(직무대리), 서기관, 사무관 등을 추가 투입해 총력 대응체계를 구축했다. 산업부는 “국민 불편 최소화를 최우선에 두고, 모든 가용 역량을 총동원해 리스크 관리와 시장 안정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이 조치는 단순한 인사 조정이 아니라 가격 통제 정책을 실제로 작동시키기 위한 현장 대응력 강화 조치로 읽힌다. 유가 급등이 물가와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큰 상황에서, 시장 모니터링과 공급 관리, 부처 내 신속한 의사결정 능력을 함께 끌어올리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산업연구원도 최고가격제가 단순 가격 인하를 넘어 위기 상황에서 정부의 강한 시장 안정 의지를 전달하는 신호 효과를 가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쟁점은 여기서부터다. 산업연구원은 최고가격제가 단기적으로는 가격 급등 속도를 억제하고 소비자 부담을 줄이는 데 유용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비가격적 배분 문제와 공급 축소 가능성을 동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학적으로 가격상한제는 시장균형가격보다 낮은 수준에서 가격을 묶는 정책이기 때문에 초과수요를 유발할 수 있고, 그 결과 품귀, 대기행렬, 검색 비용 증가, 영업시간 축소, 서비스 품질 저하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런 이유로 최고가격제를 평시의 상시제도로 두기보다, 국가 비상 상황에서 한시적이고 제한적으로 활용하는 단기 시장 안정 수단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짧은 기간과 명확한 종료 조건이 전제될 때 정책 설득력이 확보되며, 장기화될 경우 재정 보전 확대나 물량 축소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해외 사례는 이 같은 우려를 뒷받침한다. 미국은 1970년대 석유 가격 통제 과정에서 명목 가격 상승 억제 효과는 일부 있었지만 대기행렬 비용과 실효 가격 상승이 함께 나타났다. 헝가리는 2021년 11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가격상한 정책을 통해 물가상승률을 약 2.5%포인트 낮추는 효과를 거뒀지만 연료 판매량이 50% 증가하며 시장 왜곡과 공급 측 부담이 커졌다. 파키스탄도 가격 동결 정책 종료 뒤 휘발유 가격이 149.9루피에서 248.7루피로 66% 급등했다. 산업연구원은 가격 통제 정책이 종료될 때 억눌린 가격 조정이 한꺼번에 분출할 수 있다는 점을 해외 사례가 보여준다고 정리했다.
정책 수단 비교에서도 최고가격제는 장단점이 뚜렷하다. 산업연구원은 최고가격제가 다른 수단보다 단기 체감가격 인하 효과는 높지만 수급 왜곡 위험과 재정 부담도 중간에서 높음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유류세 인하는 전가율이 낮으면 효율성이 제한되고, 직접 지원은 취약 부문 보호에 가장 적합하며, 비축유 활용과 도입선 다변화는 공급 충격 장기화 시 핵심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봤다. 결국 최고가격제 하나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고, 여러 정책을 목적별로 조합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이 지점에서 지역경제 문제가 중요하게 떠오른다. 산업연구원은 유가 상승 충격이 산업별로 다르게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물류·화물·수산·농업·대중교통은 연료비 비중이 높아 비용 상승이 곧바로 생산·운송비로 전가될 가능성이 크고, 정유·석유화학·에너지 다소비 제조업은 공급 안정성과 투자 유인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충청권은 대전·세종을 중심으로 행정도시 기능과 함께 물류·건설·교통 수요가 많은 구조이고, 농업·화물 운송과 인접 제조업이 유가 변동에 민감하다는 점에서 이러한 분석이 지역에도 직접 연결된다.
특히 세종은 행정수도 기능 확장과 각종 건설·개발 사업이 이어지는 도시이고, 대전은 충청권 물류·교통의 결절점 역할을 하고 있어 연료비 변화가 체감경제와 사업비에 미치는 파장이 작지 않다. 유가 급등이 장기화될 경우 화물 운임, 공사비, 대중교통 운영비, 농업 생산비 등으로 부담이 번질 수 있고, 반대로 최고가격제가 장기화되면 공급 차질이나 가격 왜곡이 지역 현장에서 더 민감하게 드러날 수 있다. 산업연구원의 ‘산업별 차별 대응 필요’라는 제언이 지역 기사에서 더 무겁게 읽히는 이유다.
대전 지역 한 화물운송업자는 “최근까지 경유값 상승으로 운송단가 조정 압박이 컸는데 가격이 내려가면서 숨통이 트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약 구조상 바로 반영되지는 않아 체감 효과는 제한적이고, 정책이 길어지면 물량 부족이 더 걱정된다”고 말했다.
세종 지역 건설업계도 유가 영향을 체감하고 있다. 한 건설 관계자는 “장비 운영비와 자재 운송비가 동시에 올라 공사비 부담이 커졌다”며 “단기 가격 안정만으로는 비용 구조를 바꾸기 어렵다”고 밝혔다.
농업 현장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세종 인근 농가는 농기계 연료비 상승과 시설 운영비 증가로 생산비 부담이 커지고 있으며, 유가 변동이 곧바로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호소한다.
보고서는 향후 정책 방향으로 유류세 인하, 취약계층 직접 지원, 비축유 활용, 도입선 다변화, 투명성 강화와 경쟁 촉진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동시에 물류·화물·수산·농업·대중교통 등 연료비 의존 업종에는 표적 지원이나 연료비 보조 등 맞춤형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대전·세종을 포함한 충청권에서 지역 산업 특성에 맞춘 지원 논의로 이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홍성욱 산업연구원 산업경제데이터분석실장은 “석유 최고가격제가 국제유가 급등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물가 안정과 소비자 부담 완화를 위한 효과적인 단기 정책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면서도 “한시적·제한적 운영을 전제로 향후 다양한 정책 수단과의 패키지 접근을 통해 시장 안정성과 정책 효과를 동시에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발언은 이번 정책의 성격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최고가격제는 어디까지나 ‘단기 처방’이며, 이를 뒷받침할 인력 재편 역시 위기 대응 체계의 일부라는 뜻이다.
결국 이번 사안의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정부는 유가 급등 국면에서 물가와 체감경제를 잡기 위해 가격 통제라는 강한 카드를 선택했다. 둘째, 그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산업부 내부에 에너지 전문 인력을 재배치하며 대응 조직을 전열 정비했다. 셋째, 이 조치는 단기적으로는 가격 안정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장기화할 경우 공급 왜곡과 가격 반등, 지역 산업 부담이라는 더 큰 숙제를 남길 수 있다.
정부 대응의 성패는 이제 정책 운용의 정교함에 달려 있다. 가격을 얼마나 낮췄는가만이 아니라, 언제 어떤 방식으로 조정·해제할지, 지역 산업과 취약 부문에 어떤 보완책을 병행할지, 공급 안정과 투자 유인을 어떻게 지킬지가 향후 평가의 기준이 될 전망이다. 유가 급등이라는 외부 충격 앞에서 최고가격제와 전략적 인력 재배치가 실제로 충청권을 포함한 지역경제의 부담을 덜어주는 해법이 될지, 아니면 더 큰 왜곡의 전조가 될지는 앞으로의 후속 대책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 기자 daeyeol636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