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 6·3 지방선거가 끝난 지 100일을 넘겼지만 세종시는 행정을 총괄하는 행정부시장과 언론·시민 소통을 책임질 대변인이 모두 공석이다. 특히 7월부터 후임 행정부시장 후보자 협의가 진행됐지만 발령이 늦어지면서 핵심 행정라인 공백이 장기화하고 있다.
6·3 지방선거가 끝난 지 100일을 넘겼지만 세종시 행정부시장과 대변인 자리가 공석으로 남아 있다. 행정부시장 인사 지연을 둘러싸고 행안부의 부단체장 인사체계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는 가운데 세종시 자체 인선 대상인 대변인 공석도 장기화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제작한 이미지. [그래픽·이미지=대전인터넷신문]
6·3 지방선거가 끝난 지 100일을 넘겼지만 민선 5기 세종시정의 핵심 행정·소통라인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세종시 행정을 총괄해야 할 행정부시장과 주요 정책을 시민과 언론에 설명하고 시정 메시지를 조율해야 할 대변인이 동시에 공석이다.
특히 행정부시장 공백은 당초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김하균 전 세종시 행정부시장은 지난 7월 초 행정안전부 정부청사관리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두 달 넘게 행정부시장 자리는 비어 있다. 세종시 관계자 설명에 따르면 시는 김 전 부시장 이동 직후 행안부 요청에 따라 후임 행정부시장 후보자를 제시하고 사전 인사협의를 진행해 왔다.
세종시 관계자는 대전인터넷신문과의 통화에서 “행정부시장이 7월 초에 발령 나서 갔고 그때 추천을 하라고 해서 추천했다”며 “한 달도 더 전에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가지 복잡한 상황이 있나 보다.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인사가 이렇게 좀 늦어졌다”며 “저도 좀 답답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행안부 측도 후임 후보자에 대한 협의가 상당 부분 진행됐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세종시 후임 행정부시장 후보자에 대해 “대상자는 거의 협의됐고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다만 세종시가 후보자를 제시하고 행안부와 사전협의를 진행한 것과 법률상 공식 제청은 구분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행안부 관계자는 공식 제청 여부에 대해 아직 아니라는 취지로 답하면서 “미리 협의는 했으니까 공문으로 제청하는 것은 나중에 다 되면 발령하는 날 그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세종시가 7월 후임 후보자를 제시한 뒤 행안부와 상당 기간 협의를 진행했고, 행안부 역시 대상자가 거의 협의됐다고 밝히고 있지만 9월 중순 현재까지 정식 발령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발령 시점도 불투명하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후임 행정부시장 인사가 9월을 넘겨 10월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세종시 역시 최근까지 빠르면 9월 말, 늦으면 10월께를 예상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세종시 관계자는 “저희들은 빠르면 9월 말이고 늦으면 10월 넘어갈 것 같다”며 “최근에는 빠르면 9월 말, 10월 초 이렇게 들었는데 또 늦어지나 보다”고 말했다. 이대로라면 세종시는 민선 5기 출범 초기 상당 기간을 정식 행정 총괄 책임자 없이 운영하게 된다.
행정부시장은 단순히 시장을 보좌하는 자리가 아니다. 현행 지방자치법령은 행정부시장·행정부지사가 시·도의 사무를 총괄하고 소속 공무원을 감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장 아래에서 행정조직을 관리하고 실·국 간 업무를 조정하는 핵심 행정 책임자다. 여러 실·국에 걸친 정책을 조정하고 부서 간 이견을 정리하며 주요 사업의 추진 상황을 점검하는 것도 행정부시장의 중요한 역할이다.
특히 새로운 시장이 취임한 민선 시정 초기에는 역할이 더욱 크다. 시장 공약을 실제 정책과 사업으로 구체화하고 조직을 정비하는 동시에 전임 시정에서 추진했던 사업을 점검하고 다음 연도 정부예산과 국비사업에도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종시는 중앙정부와의 협력이 특히 중요한 도시다. 행정수도특별법을 비롯해 국회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세종집무실, 국가산업단지, 광역교통망, 2027 충청권 하계세계대학경기대회 등 정부와 국회, 관계기관과 풀어야 할 현안이 산적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가교 역할을 해야 할 행정부시장을 수개월째 공석으로 두는 것이 정상적인 지방행정인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행정부시장이 없다고 세종시 행정 자체가 멈추는 것은 아니다. 기존 간부와 실·국장 중심의 행정체계를 통해 일상적인 업무는 계속된다. 그러나 ‘행정이 돌아간다’는 것과 ‘행정공백이 없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행정부시장이 담당해야 할 조직관리와 실·국 간 조정 업무를 다른 간부들이 나눠 맡을 경우 업무 부담이 커질 수 있고, 주요 현안에 대한 조정과 의사결정 과정에서도 정상적인 지휘체계와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장기간 공석이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법령이 굳이 행정부시장이라는 직위를 두고 시·도 사무 총괄과 소속 공무원 감독이라는 권한과 책임을 부여한 이유부터 되묻게 된다. 세종시 내부에서도 장기 공석에 대한 답답함이 감지된다. 세종시 관계자는 행정부시장과 대변인 등 핵심 보직에 대해 “확실히 빨리 채워지고 빨리 채워져야 되는데”라며 조속한 인선 필요성에 공감했다.
더 주목할 대목은 부단체장 장기 공석이 세종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다른 지역의 부단체장 공석 상황에 대해 “다른 데는 더 비고 더 오래, 1년 가까이 빈 데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공석 지역을 묻는 질문에는 인천과 전북, 세종 등을 언급했으며 대전은 최근 인사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 설명은 오히려 행안부의 광역지자체 부단체장 인사 시스템에 대한 의문을 키운다.
법령상 시·도 행정을 총괄해야 할 행정부시장·부지사를 수개월, 행안부 관계자의 설명대로라면 일부 지역에서 1년 가까이 공석으로 둘 수 있다면 현행 인사 운영방식 자체가 정상적인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여러 지방정부에서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면 특정 지자체 한 곳의 인사 지연으로만 볼 수도 없다.
행안부 고위공무원의 보직 순환과 전체적인 인사 일정은 중앙정부 내부의 사정이다. 그 일정 때문에 지방정부가 필요로 하는 행정 총괄 책임자의 발령이 수개월씩 늦어진다면 중앙정부의 인사 편의와 지방행정의 안정성 가운데 무엇을 우선하고 있는지 행안부가 설명해야 한다. 특히 행안부는 지방자치와 지방행정을 담당하는 주무부처다. 지방정부가 후보자를 제시하고 사전협의를 진행했으며 행안부도 “대상자는 거의 협의됐다”고 밝힌 상황에서 정식 발령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지, 어느 절차에서 시간이 소요되고 있는지 투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만약 개별 지자체의 이른바 ‘원포인트 인사’를 하지 않고 여러 고위공무원 인사를 함께 처리하는 내부 원칙이나 관행 때문에 발령이 늦어지는 것이라면 그 근거와 필요성 역시 설명해야 한다. 지방정부의 행정은 중앙정부의 인사 시간표에 맞춰 멈춰 있을 수 없다.
행정부시장과 함께 세종시의 ‘입’인 대변인 자리도 공석이다. 행정부시장과 달리 대변인은 세종시가 자체적인 공개모집 절차를 통해 인선하는 자리다. 세종시 관계자에 따르면 대변인은 최근 공개모집 방침에 대한 결재를 거쳐 공모 절차가 진행 중이며 외부 전문가뿐 아니라 내부 공무원도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파악됐다.
임명 시기에 대해서는 “인사 쪽에 확인해봐야 한다”면서도 “10월 초는 돼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변인은 단순한 홍보 책임자가 아니다. 각 실·국의 정책과 현안을 시정 전체의 메시지로 조율하고 언론의 문제 제기와 시민 여론을 시장과 정책부서에 전달하는 양방향 소통의 책임자다. 민선 시정 초기에는 새 시장의 정책 방향과 기존 시정에서 달라지는 정책을 시민에게 설명하고 논란이 발생했을 때 시의 공식 입장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역할도 중요하다.
조상호 시장이 취임 초기 언론 소통 강화를 강조했던 만큼 대변인 장기 공석은 그 방침과 현실 사이에 간극이 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조 시장이 언론과의 소통을 상대적으로 뒤로 미루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전문성과 세종시 현안에 대한 이해를 갖춘 적임자를 찾기 위해 신중하게 인선을 진행하고 있는 것인지는 현재 확인된 사실만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당초 예상보다 인선이 늦어지고 있다면 그 이유와 향후 일정을 설명하는 것 역시 소통 행정의 일부다.결국 세종시는 시청 내부 행정을 총괄해야 할 행정부시장과 시정의 대외 소통을 총괄해야 할 대변인이라는 두 핵심 축의 정식 책임자가 모두 없는 상태다. 한쪽은 행정조직의 조정·관리, 다른 한쪽은 시정의 설명과 소통을 책임진다. 두 핵심 보직의 동시 공백이 길어질수록 조직 운영의 안정성과 정책 전달 측면에서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책임은 분명하게 구분해야 한다. 행정부시장 인사가 중앙정부 인사절차에서 늦어지고 있다면 행안부가 지연 이유와 향후 일정을 밝혀야 한다. 반면 대변인 인사가 늦어지는 이유와 임명 일정은 조상호 시장과 세종시가 시민과 언론에 설명해야 한다. 행안부는 전국적인 상황도 공개할 필요가 있다. 현재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행정부시장·행정부지사가 공석인 곳이 정확히 몇 곳인지, 가장 오래 비어 있는 지역은 어디인지, 장기 공석이 반복되는 원인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6·3 지방선거가 끝난 지 이미 100일을 넘겼다. 지방정부의 시간은 행안부 인사가 끝날 때까지 멈춰 있지 않는다. 시민의 삶과 직결된 행정도, 정부예산 확보도, 중앙부처 협의도, 재난·안전 대응도 하루하루 계속된다.
다른 지방정부도 오래 비어 있다는 사실은 행안부의 면책 사유가 아니다. 오히려 부단체장 인사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점검해야 할 이유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 기자 daeyeol636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