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세종/최대열기자] 중동 정세 악화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 제기되며 국제유가 상승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정부는 전략비축유와 민간 재고를 포함해 수개월치 원유를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국제유가가 본격적으로 상승하기 전부터 국내 주유소 기름값이 먼저 오르면서 가격 선반영 행태를 둘러싼 논쟁이 커지고 있다.
국제유가 상승과 국내 휘발유 가격 변동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제작한 이미지. [그래픽-대전인터넷신문]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국제 원유 공급 차질 가능성이 거론되는 가운데 국내 주유소 기름값이 먼저 상승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원유 비축량이 충분해 단기적인 공급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소비자들은 이미 체감 가격 상승을 경험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5일 기준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1,794.69원으로 전날보다 17.21원 상승했다. 세종특별자치시 평균 가격도 1,798.48원으로 5.85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보면 대전 1,807원, 전북 1,800원, 광주 1,802원 등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휘발유 가격이 1,800원 안팎까지 상승하며 최근 상승 압력이 확대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국제유가 역시 상승 압력이 나타나고 있다. 3월 3일 기준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82.34달러로 전일 대비 1.55달러 상승했으며 휘발유는 95.58달러, 경유는 125.86달러 수준까지 올라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도 상승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다만 정부는 국내 에너지 수급에는 당장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전략비축유와 민간 재고를 합쳐 수개월 이상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의 원유를 확보하고 있어 단기적인 공급 차질 가능성은 낮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가격이 오른 원유가 국내에 수입되거나 유통되기 전부터 주유소 판매가격이 먼저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의문이 커지고 있다.
일반적인 상거래 관행에서는 기존 재고 가격을 기준으로 판매가가 유지되다가 공급가격이 상승하면 이후 단계적으로 가격이 반영되는 방식이 통상적이라는 인식도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국제유가 상승 가능성만으로도 판매가격이 먼저 움직이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종시 한 운전자는 “국제유가가 오르면 기름값은 바로 오르는데 내려갈 때는 조금씩 천천히 내리는 것 같다”며 “아직 비싼 기름이 들어온 것도 아닌데 가격이 먼저 오르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유류 가격 형성 구조가 복합적이라는 점을 설명한다. 국내 기름값은 국제유가와 환율, 정유사 공급가격, 재고 상황, 유통 비용 등이 함께 반영되는 구조로 형성된다. 특히 상승기에는 가격 반영 속도가 빠른 반면 하락기에는 기존 재고 가격 등의 영향으로 인하 속도가 상대적으로 늦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국내 휘발유 가격의 약 55~60%는 유류세와 교육세, 부가가치세 등 세금으로 구성돼 있어 국제유가 하락이 곧바로 소비자 가격 인하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적인 요인도 존재한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해상 운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핵심 항로로, 봉쇄 가능성만 제기돼도 국제유가가 즉각 반응하는 대표적인 에너지 지정학 리스크 지역으로 평가된다.
우리나라 역시 원유 수입의 약 60~70%를 중동 지역에 의존하고 있어 중동 정세가 악화될 경우 국내 에너지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국내 유류 가격은 자율가격 체계로 운영돼 정부가 개별 주유소 가격을 직접 통제하기는 어렵다. 정부는 유류세 조정, 정유사 협의, 가격 공개 시스템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시장 안정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다만 물가 안정이 정부의 주요 정책 과제인 만큼 국제유가 상승 이전 단계에서 나타나는 가격 선반영 행태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시장 감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충분한 원유 비축량을 강조하며 단기적인 공급 불안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국제유가 상승 우려만으로도 주유소 가격이 먼저 움직이는 현상이 반복될 경우 소비자 체감 물가 부담은 계속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따라 국내 유류 가격 반영 구조의 투명성과 시장 관리 필요성에 대한 논의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