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최대열기자] 세종시 연서면 보림사에서 20일 지역 어르신 40여 명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반찬을 직접 만들고 자신들이 속한 경로당 이웃들과 나누는 반찬봉사가 진행돼, 과거 이웃집 김장 때 서로 일손을 보태고 정을 나누던 품앗이 풍경을 떠올리게 했다.
20일 세종시 연서면 보림사 반찬 나눔봉사에 참여한 어르신들. [사진-대전인터넷신문]
이날 반찬봉사는 오전 9시부터 오후까지 보림사 경내에서 진행됐다. 어르신들은 준비된 반찬을 전달받는 데 그치지 않고 배추와 오이, 깻잎 등 각종 식재료를 직접 손질하고 음식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했다.
어르신들은 배추김치 100포기를 비롯해 깻잎장아찌와 오이장아찌를 함께 만들고 불고기 200근도 준비했다. 이날 만든 반찬은 참여 어르신들이 소속된 관내 10여 곳의 경로당으로 가져가 다른 회원들과 함께 나눴다.
재료를 손질하는 어르신들이 모처럼 만난 고향 지인들과 대화를 이어가며서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있다. [사진-대전인터넷신문]
보림사가 음식을 만들어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이 아니라 어르신들이 직접 일손을 보태고, 자신들이 만든 음식을 각자의 경로당으로 가져가 다시 이웃들과 나누는 방식이다. 어르신들이 봉사의 수혜자에 머물지 않고 나눔의 주체로 참여했다는 점에서 기존 반찬봉사와 차이를 보였다.
반찬을 만드는 동안 보림사 경내에서는 이야기꽃도 끊이지 않았다. 참여 어르신 상당수가 옛 연기군 지역에서 오랫동안 생활해 온 주민들로, 옛 연기군 시절 장날의 추억부터 이웃집 김장에 품을 보태던 이야기까지 수십 년 전 기억을 하나둘 꺼내며 모처럼 회포를 풀었다.
과거 연기군 시절에는 장날이면 장터에서 자연스럽게 만나 안부를 묻고 밀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주민들의 일상이었다. 김장철이면 어느 집에서 김장을 한다는 소식에 이웃들이 모여 배추를 다듬고 양념을 버무리며 서로 일손을 보태는 품앗이도 자연스러운 풍경이었다.
그러나 세종시 출범과 도시화가 진행되고 생활권이 넓어지면서 오랫동안 알고 지낸 주민들도 서로 얼굴을 마주할 기회가 예전보다 뜸해졌다. 이날 보림사에서는 누군가는 배추를 다듬고 다른 사람은 장아찌 재료를 손질하면서 수십 년 전 이야기를 이어갔다.
현장에서 만난 연서면 거주 86세 어르신은 “경로당에 앉아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이렇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도 좋고, 수십 년 만에 만난 옛 지인들과 회포를 푸는 것도 새롭고 즐겁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자리를 마련해 준 보림사에 감사하다”며 “앞으로도 우리가 함께 일하고 옛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이런 자리를 자주 마련해 주면 고맙겠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어르신도 “나이가 들었다고 두 손 두 발 놓고 가만히 있게 하는 것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게 해주는 것이 훨씬 좋다”며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과 서로 안부를 묻고 이야기를 나누며 보낸 오늘 하루가 생일만큼이나 즐거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이런 하루를 만들어 준 보림사에 감사하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올해로 창건 35년을 맞은 보림사는 창건 이후 지역 어르신들을 위한 반찬 나눔을 지속해 왔다. 매주 진행하던 반찬봉사는 지난해부터 월 1회로 운영 횟수를 조정했으며, 올해부터는 ‘사회적대참사 위령제(영산제)’를 추진하는 등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반찬 나눔을 주관한 영담보살은 기존의 먹거리 지원에 더해 어르신들에게 직접 할 수 있는 소일거리를 제공하고,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친구와 이웃을 만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했다. 예상보다 즐거워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반찬 나눔의 의미도 새롭게 바라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영담보살은 “오랫동안 반찬 나눔을 해왔지만 어르신들에게 소일거리를 드리고 옛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더니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즐거워하셨다”며 “이런 것이 진정 어르신들을 위한 일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반찬을 만들어 나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어르신들이 서로 만나 회포를 풀고, 각자 할 수 있는 소일거리를 하면서 하루를 즐겁게 보낼 수 있는 자리를 더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반찬봉사는 음식을 전달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어르신들이 직접 일손을 보태고 오랜 이웃과 안부를 나누며, 자신들이 만든 음식을 다시 경로당 이웃들과 나누는 자리로 이어졌다. 도시화로 지역 공동체의 모습은 달라졌지만 함께 일하고 안부를 묻고 음식을 나누던 옛 품앗이의 모습은 이날 보림사 반찬봉사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겹쳐졌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 기자 daeyeol636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