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종합/최대열기자] 9월 18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박정현 의원은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을 상대로 국민의힘 소속 일부 시도지사들의 탄핵 반대 집회 참여와 발언을 문제 삼았다. 특히 의원실이 제시한 PPT 화면에는 최민호 세종시장, 김영환 충북지사, 이장우 대전시장 등 여러 지자체장의 이름과 행적이 구체적으로 담겨 여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박정현 의원 대정부질문 PPT 자료 캡쳐-국회TV
박정현 의원은 이날 질의에서 “12월 3일 내란과 헌법재판소의 파면 선고 전후로 내란에 동조하거나 옹호하는 단체장들의 발언이 있었다”며 지방자치단체장의 책임 있는 태도를 요구했다. 이에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일일이 기억은 안 나지만 몇 명 있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이어 구체적 사례를 제시했다. 그는 이장우 대전시장이 내란 당일 확대간부회의에서 “국회가 헌정사에 볼 수 없는 폭거를 자행하고 있다. 국회를 해산시켜야 할 만큼 최악의 상황”이라고 발언한 점을 지적했다. 또 김영환 충북지사가 지난해 12월 구인사 방문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께서 어려움을 겪고 계시니 자비의 기도를 보내 달라”고 말한 사실도 언급했다.
더 큰 주목을 끈 것은 PPT 화면이었다. 이 화면에는 박 의원의 질의에서 직접 언급되지 않았지만, 최민호 세종시장과 김영환 충북지사, 이장우 대전시장 등 탄핵 반대 집회와 관련된 행적이 있는 지자체장들의 이름과 사진이 포함돼 있었다. 최 시장은 지난 3월 세종에서 열린 ‘세이브코리아’ 집회 무대에 올라 김 지사와 함께 ‘충정가’를 합창했고, 같은 달 보수 종교단체 행사에서는 ‘양양가’를 부른 사실이 영상으로 확인됐으며 이장우 시장 역시 탄핵 반대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며 정치적 편향성을 지적 받은 바 있다.
질문 과정에서 직접 언급되지 않았더라도, 화면에 노출된 이들의 행적은 언론과 대중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전문가들은 “시각적으로 자료화된 지자체장들의 이름과 행위가 국민들에게 더 강한 인상을 남기며, 정치적 중립 의무 논란을 확산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시민사회와 야당은 일제히 반발했다. 세종 지역 시민단체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주민 전체를 대표하는 공직자임에도 특정 정치 세력의 집회에 참가해 노래까지 부른 것은 명백한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역시 “헌정질서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본분을 망각한 처신은 주민의 신뢰를 저버린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논란의 당사자인 지자체장들은 정면으로 반박했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비상계엄령을 옹호한 바 없다”며 “비상계엄 선포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입장은 분명하다”고 밝힌 바 있다. 최 시장은 또 “탄핵 사태 당시 헌법재판소 판결을 존중한다는 성명을 즉시 발표한 바 있으며, ‘계엄 옹호’라는 표현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한 바 있고, 이어 “집회 참석은 시민들과의 소통 차원에서 현장을 찾은 것이지 정치적 목적이나 불법적 취지에 동조한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장우 대전시장도 내란 동조 의혹에 선을 그었다. 그는 “비상계엄 선포 직후 공식 일정에 나서지 않은 것은 집무실과 자택에서 보고를 받으며 상황을 관리한 것”이라며 “계엄을 옹호하거나 내란에 동조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또 “행정권력과 입법권력 모두 절제적으로 사용돼야 한다는 의미에서 담화문을 발표했음에도 발언 일부만 부각돼 왜곡됐다”고 반박했다. 그는 “내 발언의 취지는 국가 위기 상황에서 권력기관 모두가 자제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논란은 지방자치단체장의 정치적 중립 의무가 법과 제도에서 선언적 규정에 머물러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 선거 시기에는 공직선거법으로 규제가 가능하지만, 평상시 정치적 편향 행위에 대해서는 실질적 제재 수단이 부족해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자체장의 행위가 국가적 위기 상황과 맞물릴 경우 지역을 넘어 헌정질서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계기로 지방자치단체장의 정치적 중립을 제도적으로 보장할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경우 주지사가 선거 시기뿐 아니라 평상시에도 특정 정당 집회나 정치적 시위에 공식 직함을 사용해 참여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독일 역시 주정부 장관의 정당 활동은 제한되며, 공직 수행 중에는 정치적 중립을 지키도록 법적으로 규정돼 있다.
한국에서도 지방자치법과 공직선거법의 미비점을 보완해, 평상시 지자체장의 정치적 활동 기준을 명확히 하고 위반 시 제재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일부 학계에서는 ▲정치적 중립 위반 사례에 대한 감사원 직권 감사 권한 강화 ▲지방의회 차원의 징계 절차 신설 ▲헌법 차원의 지방자치단체장 정치중립 의무 명문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박정현 의원의 대정부질문은 지방자치단체장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을 개인적 처신의 문제를 넘어 구조적 제도 개선 과제로 끌어올렸다. 특히 PPT 화면을 통해 드러난 지자체장들의 행적은 이번 사안을 더욱 입체적으로 부각시켰으며, 해당 시장들의 반론과 함께 정책적 대안까지 논의의 장으로 끌어냈다. 주민 대표자로서의 권위와 책임, 헌정질서 수호라는 책무를 지키기 위해서는 정치적 중립 의무를 실질적으로 담보할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