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최대열 기자] 정부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내국세 20.79% 연동방식을 폐지하고 학령인구와 경제·재정 여건 등을 반영하는 새로운 산정체계 도입을 추진하는 가운데 세종교육연구원이 26일 성명을 내고 교육재정의 근간을 바꾸기에 앞서 충분한 사회적 숙의와 교육현장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내국세 20.79% 연동방식 개편을 추진하는 가운데 교육계의 반대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정부의 교부금 개편 관련 발표 장면(왼쪽)과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가 교부금 개편에 반대 입장을 밝히는 모습. 세종교육연구원도 26일 성명을 내고 충분한 사회적 숙의와 교육현장 협의를 촉구했다. [사진편집=대전인터넷신문]
세종교육연구원은 26일 배포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연동제 폐지, 충분한 사회적 숙의가 먼저다’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반세기 동안 대한민국 공교육과 교육자치의 안정적인 재정 기반이 되어 온 교부금 산정방식을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교육현장의 숙의 없이 변경하는 것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추진하는 개편의 핵심은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에 연동하는 현행 구조를 변경하는 것이다. 정부는 학령인구 감소와 국가재정 여건 변화 등에 대응하고 교육재정의 지속가능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산정체계를 개편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정부가 개편 방향을 제시한 것과 현행 내국세 연동제가 실제 폐지된 것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현행 교부금 산정체계를 변경하려면 관련 법률 개정 등 후속 절차가 필요한 만큼 향후 국회 논의 과정에서도 교육재정의 안정성과 재정 효율성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원도 제도 개선 필요성을 논의하는 것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다만 현행 교부금 산정체계가 오랫동안 공교육과 교육자치의 재정 기반 역할을 해온 만큼 제도를 변경하기에 앞서 교육재정의 적정 규모와 국가 책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학령인구 감소를 교육재정 감소와 직접 연결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연구원은 “학생 수가 줄어든다고 교육에 필요한 재정까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라며 “학생이 줄어도 학교와 교사는 필요하며, 급식·냉난방·안전관리·시설 유지에도 지속적인 재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초학력과 특수교육, 돌봄, 학생 마음건강, 교육복지에 더해 AI·디지털 교육 등 학교가 담당해야 할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학생 수라는 하나의 지표만으로 필요한 교육재정 규모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연구원은 “학령인구 감소 시대에 필요한 질문은 ‘학생이 줄었으니 교육재정을 얼마나 줄일 것인가’가 아니라 ‘줄어드는 아이 한 명 한 명에게 어떻게 더 나은 교육을 제공할 것인가’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의 교육환경도 교부금 개편 과정에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원은 세종이 신도시와 읍·면지역이 함께 존재하고 도시 성장에 따라 학교와 교육시설을 지속적으로 확충해 온 지역이라는 점을 들어 전국적인 학령인구 감소 추세만으로 세종의 교육재정 수요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또 앞으로 도시 완성 과정에서 교육 기반시설을 마련해야 하는 데다 돌봄과 유보통합, 기초학력, 특수교육, 교육복지, AI·디지털 교육 등 새로운 교육수요에도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연구원은 “학생 수 감소는 교육투자를 줄이는 이유가 아니라, 학급당 학생 수를 낮추고 교육격차를 줄이며 한 아이 한 아이에게 더 깊이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를 향해서는 정부 내에서 교육현장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대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연구원은 “교육부는 재정 당국의 논리를 교육현장에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부 안에서 교육의 가치와 학교 현장의 현실을 적극적으로 대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교부금 산정체계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시·도교육청과 교원, 학부모, 교육전문가 등 교육 주체들과 충분한 협의와 숙의가 이뤄졌는지도 되짚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정부에 교부금 개편을 서두르지 말고 충분한 사회적 숙의 과정을 보장할 것을 요구했다. 또 내국세 20.79% 연동방식 폐지를 기정사실화하지 말고 교육 주체들과 충분히 논의하는 한편, 국가가 책임져야 할 교육재정의 적정 규모와 원칙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먼저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구원은 “교육재정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 숫자 뒤에는 학교와 교실, 아이들의 배움과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가 있다”며 “학생 수가 줄어드는 시대라고 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까지 줄어들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성명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을 둘러싼 교육계의 반대가 이어지는 가운데 세종지역 교육 연구단체가 정부 개편 방향에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앞서 대한민국교육감협의회도 현행 내국세 연동방식 유지를 요구하는 등 정부의 교부금 개편 방향에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세종교육연구원은 이진철 이사장이 이끄는 단체로 2024년 10월 15일 설립됐다. 연구원은 세종을 교육혁신의 중심지로 발전시키고 지속 가능한 교육생태계를 통해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활동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향후 교부금 개편 논의에서는 학령인구 감소를 재정 산정에 어느 정도 반영할 것인지와 산정방식 변경 이후에도 시·도교육청의 안정적인 교육재정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세종의 도시 성장에 따른 교육시설 확충 수요와 읍·면지역 교육여건 등 지역별 재정수요를 새로운 산정체계에 어떻게 반영할지도 향후 제도 개편 과정에서 다뤄질 주요 쟁점으로 남는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 기자 daeyeol636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