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최대열기자] 세종 유치원 교사의 아동학대 사건을 계기로 촉발된 교권 보호 논의가 국회 입법과 교육정책으로 이어지고 있다. 세종지역 교원단체들이 정당한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법 개정을 촉구한 데 이어 국회에서는 국가의 교원 보호 책임을 강화하는 교원지위법 개정이 추진되고, 강미애 교육감도 교권 보호를 핵심 정책으로 추진할 예정이어서 교육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비례대표·국회 교육위원회)이 지난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를 강화하는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안(일명 '국가책임 교원보호법') 대표발의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세종 유치원 교사 사건 등을 계기로 제기된 교권 보호 강화 논의와 맞물려 관심을 모으고 있다. [사진=백승아 의원실 제공/그래픽=대전인터넷신문]
이번 사건은 친구에게 물건을 던지는 등 과격한 행동을 하던 원아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교사가 신체적으로 개입했고, 이후 원아의 팔에 멍이 확인되면서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사안으로 해당 교사는 1심에서 벌금 500만 원을 선고받았으며,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항소심에서 검찰은 징역 6개월을 구형한 반면, 교사 측은 당시 행동이 원아와 주변 아이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생활지도이자 정당한 교육활동이었다고 주장하면서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과 아동학대 판단 기준, 생활지도의 범위를 둘러싼 논란이 세종은 물론 전국 교육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교육계는 이번 사건이 특정 교사 개인의 형사사건을 넘어 교육활동 보호 제도의 현실적 한계를 드러낸 사례라고 보고 있다. 특히 유아교육 현장은 영유아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즉각적인 생활지도가 필요한 상황이 빈번한 만큼 교육적 지도와 아동학대의 경계를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세종특별자치시교원단체총연합회와 한국유아교육행정협의회 세종지회는 지난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항소심 재판부에 선처를 호소하는 한편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법률 개정을 촉구했다.
이들은 "학생의 안전을 위한 생활지도까지 아동학대 범주로 해석된다면 교사는 위험한 상황에서도 적극적인 교육활동을 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며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를 조속히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윤제 세종교총 회장은 "교사는 아이를 다치게 하려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를 지키는 사람"이라며 "교사가 재판정이 아닌 교실에서 교육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교육활동 보호 제도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효경 한국유아교육행정협의회 세종지회장도 "유아교육 현장은 무엇보다 안전이 우선되는 공간"이라며 "교사의 교육적 판단이 위축되지 않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교육현장의 요구와 맞물려 국회에서도 교권 보호를 위한 후속 입법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이번 입법 추진은 2023년 서이초 교사 순직 이후 계속되고 있는 교권 보호 제도 보완 논의의 연장선에서 마련됐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백승아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의원은 지난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안(백 의원은 이를 '국가책임 교원보호법'으로 명명)을 대표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백 의원은 "교권 침해는 더 이상 개별 교사나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책임져야 할 교육정책의 영역"이라며 국가 차원의 교육활동 보호체계 구축 필요성을 강조했다.
백 의원이 추진하는 개정안은 교육활동 침해나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될 경우 조사 초기부터 국가가 전문 변호사를 통한 법률지원을 제공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 상담 중심의 지원을 수사와 재판 단계까지 확대해 교사가 법적 대응 부담 없이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또 교육부 산하에 중앙교육활동보호센터를 설치해 전국 시·도교육청의 교권 보호체계를 총괄하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교원 보호 책무를 법률에 명확히 규정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백 의원은 최근 교권보호위원회 심의 건수가 연간 4천 건을 넘고 교육활동 보호 상담도 최근 3년간 5만7천여 건에 달하는 등 교권 침해가 구조적인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며 "교사 개인이 아니라 국가가 교육활동 보호를 책임지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세종교육도 교권 회복을 민선 교육행정의 주요 과제로 추진할 예정이다. 강미애 교육감은 교육감 선거 당시 교권 보호를 9대 핵심 공약 가운데 하나로 제시하며 교사 100명당 1명 수준의 교권 전문 변호사 지원체계 구축을 약속했다. 전국 단위 변호사들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해 교육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법률 분쟁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교사가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강 교육감은 당시 "교권과 학생인권은 서로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라 함께 존중받아야 할 가치"라며 "교사가 안심하고 학생을 지도할 수 있는 학교를 만드는 것이 학생들의 학습권을 지키는 길"이라고 밝혔다. 또 33년간의 교육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교육활동 보호와 교사의 전문성 회복을 민선 교육행정의 핵심 과제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제시했다.
교권 보호 정책은 법률 지원에만 머물지 않는다. 강 교육감은 교사들이 교육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학교 환경 조성과 교원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지원 확대, 교육활동 침해에 대한 신속한 대응체계 구축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교육계에서는 국회의 입법 추진과 세종교육청의 정책 방향이 모두 교육활동을 제도적으로 보호하려는 흐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국가가 조사 초기부터 법률지원을 담당하는 방안이 현실화될 경우 교육현장의 심리적 부담을 줄이고 교육활동 보호의 실효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교권 보호 방식에 대해서는 교육계 내부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전국학생인권교사연대는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교권 보호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교육현장의 문제를 사법적 접근이나 통제 중심으로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교권과 학생인권은 어느 한쪽을 희생해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며 학교 갈등을 교육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상담과 지원체계를 함께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교권 침해의 원인을 교사와 학생 간 갈등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학교 조직문화와 행정지원 체계 개선도 병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교육계에서는 2023년 서이초 교사 순직 이후 이른바 '교권 5법'이 시행됐지만 교육활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 신고와 악성 민원, 무분별한 법적 분쟁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보다 실효성 있는 후속 입법과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세종 유치원 교사 사건은 이제 단순한 개별 형사사건을 넘어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와 아동학대 판단 기준, 국가의 교육활동 보호 책임을 다시 묻는 사회적 의제로 확대되고 있다. 세종 교원단체의 법 개정 요구와 국회의 교원지위법 개정 추진, 강미애 교육감의 교권 보호 정책이 맞물리면서 교권 보호 논의는 지역 현안을 넘어 국가 교육정책의 중요한 과제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다만 백승아 의원이 추진 중인 교원지위법 개정안은 아직 대표발의 전 단계인 만큼 향후 실제 발의와 국회 심의 과정에서 국가 책임의 범위와 학생인권 보장, 정당한 교육활동의 기준 등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가 이어질 전망이다.
교육계는 이번 논의가 교권과 학생인권 가운데 어느 한쪽의 권리를 강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교사가 안심하고 교육할 수 있는 환경과 학생이 안전하게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학교를 함께 만드는 방향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세종에서 시작된 교권 보호 논의가 제도 개선과 교육문화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 기자 daeyeol636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