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최대열 기자] 국회에서 장기수선충당금 반환 의무화를 담은 법안이 추진되는 가운데, 세종시에서는 세입자 권리 보호 강화와 임대료 상승 우려가 맞물리며 입법 완성도와 시장 파급효과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세입자와 임대인이 장기수선충당금 반환 문제를 두고 갈등을 벌이고 있는 모습을 시각화한 이미지. [그래픽-대전인터넷신문]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이 발의한 ‘장기수선충당금 반환 권리 보호법’은 세입자가 납부한 장기수선충당금을 이사 시 돌려받을 수 있도록 반환 의무를 법률에 명시하고, 관리주체와 공인중개사의 안내 의무를 강화한 것이 핵심이다. 시행령에 머물던 규정을 법률로 상향해 권리 보호의 실효성을 높이려는 조치다.
장기수선충당금은 공동주택 주요 시설의 교체·보수를 위해 원칙적으로 주택 소유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관리비에 포함돼 세입자가 매달 선납하는 구조가 일반화돼 있으며, 반환을 둘러싼 분쟁이 반복돼 왔다. 통상 세대별로 매월 수만 원 수준이 부과되는 경우가 많아, 장기간 거주 시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백만 원 이상까지 누적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현행 제도에서도 반환 의무는 존재하지만 시행령에 규정돼 있어 세입자 인지도가 낮다는 지적이 지속돼 왔다. 장기수선충당금 반환을 둘러싼 분쟁은 국토교통부 민원과 법원 판례에서도 반복적으로 확인되고 있는 사안이다. 실제 법원 판례에서도 장기수선충당금은 원칙적으로 소유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이라는 점이 다수 판례에서 인정돼 왔다.
이번 법안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보 비대칭 해소에 초점을 맞췄다. 관리주체의 서면 안내 의무와 공인중개사의 사전 설명 의무를 동시에 도입해 계약 전·후 전 과정에서 세입자가 권리를 인지하도록 설계했다는 점에서 입법의 정교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종시는 이러한 제도 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을 지역으로 꼽힌다. 세종시는 신도시 특성상 공동주택 비중이 전국에서도 높은 수준으로 평가되며, 잦은 전·월세 이동 구조로 인해 장기수선충당금 반환 문제는 실질적인 생활비 부담과 직결된다.
현장에서는 법안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시장 반응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한 공인중개사는 “권리 안내까지 의무화되면 임대인의 부담이 명확해지는 만큼, 전세금이나 월세에 반영될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세입자 역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세종시 한 임차인은 “돌려받을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던 경우가 많아 제도 개선은 필요하다”면서도 “결국 월세가 오르면 체감 부담은 달라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입법이 제도 설계 측면에서는 상당히 치밀하게 구성됐다고 평가하면서도, 시장 충격을 완화할 후속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안내 의무와 반환 의무를 동시에 강화한 점은 매우 꼼꼼한 접근이지만, 임대료 전가를 제어할 장치가 없다면 정책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안으로는 소유자 직접 납부 원칙 정착, 표준임대차계약서 개선, 관리주체 중심 자동 정산 시스템 구축 등이 제시된다. 특히 계약 단계에서 비용 구조를 명확히 하는 방식은 세종시처럼 이동성이 높은 임대시장에 적합한 해법으로 꼽힌다.
장기수선충당금 반환 의무화는 세입자 권리 보호라는 명확한 방향성과 함께 입법의 완성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지만, 비용이 임대료로 전가될 경우 정책 취지가 약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법안을 대표발의한 소병훈 의원의 취지처럼 제도의 정교함이 현장에서 실효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임대료 상승 억제와 비용 구조 투명화를 병행하는 보완 입법과 정책 설계가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 기자 daeyeol636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