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세종/최대열기자] 국가상징구역 국제설계공모 당선작 발표 과정에서 일부 기자만 브리핑 사전 공지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의 언론 대응 방식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다수 기자에게 알리던 기존 관행을 깨고 브리핑을 선별한 이번 조치는, 청장 취임과 대변인 교체 이후 언론 소통 기조가 과거의 ‘깜깜이 브리핑’ 시절로 되돌아간 것 아니냐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16일 특정 언론만 참석시킨채 국가상징구역 국제공모 당선작을 발표하는 강주엽 행복청장. [사진-행복청]
이번 논란의 본질은 정보 공개 여부가 아니라, 질문과 검증의 기회가 어떻게 선택적으로 허용됐느냐에 있다. 행복청은 국가상징구역 국제설계공모 당선작을 공개하면서 일부 기자에게만 브리핑 일정과 장소를 사전에 알렸다. 그동안 출입하며 주요 사안을 취재해 온 다수 기자에게는 브리핑 공지가 이뤄지지 않았다.
브리핑에서 제외된 언론사에도 보도자료는 배포됐다. 이에 대해 행복청은 “정보는 공유했다”고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결과를 담은 자료는 제공하면서, 그 결과를 놓고 묻고 따질 수 있는 현장 설명은 선별했다는 점에서 ‘질문만 차단한 소통’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보도자료 배포는 설명 책임을 대신할 수 없다.
행복청을 출입하는 기자들은 공식적인 출입기자단으로 묶여 있지 않다. 대신 그동안 브리핑이나 주요 발표가 있을 경우, 출입해 온 다수 기자에게 폭넓게 일정을 공유하는 방식이 유지돼 왔다. 이런 관행 속에서 이번처럼 설계공모 당선작 발표 브리핑만 일부 기자에게 통보된 것은, 단순한 실무 착오라기보다 소통 방식의 변화로 읽힐 수밖에 없다.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이번 선별 브리핑이 강주엽 청장 취임과 임시혁 대변인 임명 이후에 나타났다는 점이다. 이전까지 행복청은 공식 출입기자단을 두지 않는 대신, 세종시를 출입해 온 다수 기자들에게 브리핑과 주요 일정을 비교적 고르게 공유해 왔다. 출범 초기 일부 기자에게만 공지하는 방식으로 비판을 받았지만, 이후에는 개방적인 방향으로 개선됐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청장 취임과 대변인 교체 이후, 한동안 유지돼 온 이 같은 관행이 깨지고 브리핑 대상이 다시 선별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인력 교체를 넘어, 행복청 내부의 언론 대응 기조가 달라진 것 아니냐는 의문을 낳는다. 한때 문제로 지적돼 바로잡았던 ‘깜깜이 언론 홍보’ 방식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이 같은 태도는 불과 며칠 전 있었던 다른 브리핑과도 극명하게 대비된다. 지난 12월 15일, 최형욱 행복청 차장은 이례적으로 세종시청 브리핑룸에서 백브리핑을 열고 대통령 세종집무실과 국회 세종의사당 설계 착수 계획, 교통·자족 기능 강화 구상을 설명했다. 이 백브리핑은 세종시 전체 출입기자들을 대상으로 비교적 개방적인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난 12일 세종시청 브리핑룸에서 무엇이 두려운지 영상 촬영는 금지하고 백브리핑으로 대신하고 있는 최형욱 행복청 차장과 관계자들. [사진-대전인터넷신문]
이날 브리핑의 배경도 분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12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행복청 업무보고 자리에서 대통령 세종집무실과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 일정이 지나치게 늦다며 “더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핵심 국정사업 추진 속도를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된 직후였다.
결국 대통령의 공개 질책으로 설명이 필요해진 사안에서는 이례적으로 문을 열었고, 상대적으로 불편한 질문이 예상되는 국가상징구역 설계공모 당선작 발표에서는 일부 기자만 선별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필요할 때는 열고, 부담이 될 때는 닫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문제의 심각성을 확인하기 위해 본지는 이번 선별 브리핑 논란과 관련해 행복청 측에 수차례 연락(행복청 차장, 대변인, 공보계)을 취해 해명과 입장을 요청했다. 그러나 기사 작성 시점까지 행복청은 이에 대해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비판에 대해 설명으로 답하기보다 침묵으로 일관하는 태도는, 소통의 문턱을 스스로 높이고 ‘넘기 어려운 벽’을 자처한 것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문제는 이런 선택적 소통이 행복청 존치 논란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행복청은 법적으로 2030년 전후 조직 해산이 예정돼 있지만, 국회 세종의사당과 대통령 세종집무실이라는 핵심 국책사업을 여전히 총괄하고 있다. 향후 이 사업을 누가, 어떤 체계로 이어갈 것인지는 아직 명확히 정리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사업 일정 지연과 조직 존치 문제가 맞물려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조직 해산 이후 역할과 존치 문제에 대한 논의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설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으면 불필요한 해석과 논란이 커질 수밖에 없다. 대통령의 “더 서둘러야 한다”는 발언 역시 이런 구조적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공공기관 브리핑은 보도자료로 대체될 수 있는 절차가 아니다. 특히 조직의 미래와 직결된 국책사업일수록, 더 많은 질문과 공개 검증을 감수해야 한다. 질문을 허용하지 않는 소통은 안정이 아니라 불신의 출발점이다.
이번 선별 브리핑 논란은 단순한 언론 대응 실패가 아니다. 청장 취임과 대변인 교체 이후 언론 대응 기조가 과거로 되돌아간 것 아니냐는 의문, 필요에 따라 문을 여닫는 선택적 소통, 그리고 행복청 존치 논란이 한 축으로 연결돼 있다. 행정수도 완성을 말하려면, 먼저 인사 이후 달라진 언론 대응부터 투명하게 설명하고 모든 질문 앞에 동등하게 서는 자세를 회복해야 한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