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세종/최대열기자] 학비노조가 11월 20일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세종시 172개 학교 중 101개 학교가 파업에 참여해 급식과 돌봄 공백이 재발하는 가운데, 해마다 반복되는 구조적 갈등이 해결되지 않는 한 학생 피해는 계속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세종 비정규직노동조합이 20일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해마다 되풀이 되는 총파업에 시민 여론이 들끓고 있다. 사진은 교육청 앞에서 총파업 결의를... [사진-학비노조]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세종지부가 20일 서울 여의도에서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본격적인 상경 투쟁에 나섰다. 세종에서는 전체 172개 학교 중 101개 학교가 파업에 참여해 58%의 참여율을 기록했다. 노조는 기본급 인상, 단시간 직종 차별 해소, 급식실 건강권 보장, 방학 중 임금 미지급 개선 등 장기간 누적된 구조적 문제들의 해결을 요구했다.
노조는 이번 총파업이 단순한 임금 인상이 아니라 “더는 미룰 수 없는 한계 상황에서 선택한 마지막 수단”이라고 강조한다. 노조에 따르면 올해 교섭에서도 ▲기본급이 최저임금과 큰 차이가 없는 현실, ▲비정규직만 방학 중 임금이 지급되지 않는 제도, ▲근속 인정 부재, ▲급식실 폐암 사망 사례 등 건강권 문제, ▲과도한 돌봄 업무와 인력 부족 등 핵심 문제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교육청과 중앙정부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실질적 변화가 없었다는 점도 현장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그러나 세종지역 학교의 42%는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는 노조 요구에 공감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단정할 수 없으며, 불참 이유는 매우 복합적이다. 학교마다 노조 가입률이 크게 달라 파업 참여 가능 인력이 적은 학교들이 있고, 급식실·돌봄 등 주요 직종이 외주거나 최소 인력인 학교들은 구조적으로 파업 참여가 어렵다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파업 시 급여가 지급되지 않아 생계 부담이 크고, 특히 단시간 노동자나 돌봄 종사자들은 하루 임금 손실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부 종사자는 파업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학생 피해가 커서 선뜻 동참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학교장이나 관리자들이 학생 피해를 우려해 사실상 업무 유지 기조를 유지하는 등 현장 분위기도 불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파업 참여 여부는 찬반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생계·학교 분위기·학생 우려 등이 섞인 현실적 선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비참여 학교들도 처우 개선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파업 방식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한편, 총파업이 매년 반복되는 근본 원인은 ▲1년 단위 임금협상 체계, ▲비정규직 중심의 학교 운영 구조, ▲교육청과 중앙정부 간 책임 분산에 있다. 임금협약이 매년 반복되는 구조에서는 갈등이 해마다 되살아날 수밖에 없으며, 급식·돌봄·행정 등 학교 운영의 필수 기능이 비정규직 노동에 의존하는 현실도 갈등의 원인이 된다.
일각에서는 외주화 확대가 파업 공백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임금·처우 악화, ▲학생 안전 우려, ▲급식 질 하락, ▲서비스 안정성 저하 등의 부작용 가능성이 커 신중해야 한다는 비판이 많다. 교육 전문가들은 학생 안전과 교육 질을 고려할 때 전면 외주화는 실효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전문가들은 근본적 해결책으로 ▲3~4년 단위의 다년 협약 체계 도입, ▲직종별 공공성·필수성에 따른 공무직 법제화 기준 마련, ▲중앙정부의 직접적 교섭 참여, ▲급식실 노동환경 개선, ▲파업 시 필수 서비스 유지 체계 마련 등을 제시하고 있다.
세종시 101개 학교가 참여한 이번 총파업은 단순한 임금 갈등을 넘어 한국 교육현장의 근본적 구조 문제가 더 이상 미뤄질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신호다.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42%의 학교 또한 다른 의미에서 구조적 제약 속에서 선택을 강요받은 현실이 드러난다. 노동자와 학생 모두 피해자의 위치에 놓이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교육청과 중앙정부의 실질적 책임 강화와 지속 가능한 제도 개선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세종시 101개 학교가 참여한 이번 총파업은 단순한 임금 갈등을 넘어 한국 교육현장의 구조적 모순이 더 이상 미뤄질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음을 드러낸다.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42%의 학교 또한 개선을 요구하면서도 학생 피해, 생계 문제, 학교 내 분위기 등 현실적 제약 속에서 선택을 강요받은 측면이 있다. 이처럼 노동자와 학생, 학부모 모두가 피해자가 되는 악순환은 더는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매년 총파업이라는 극단적 방식으로 문제를 반복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은 교육 현장의 신뢰를 약화시키고, 갈등을 더욱 고착화할 뿐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비용이 크다. 이제는 노조와 교육청, 그리고 재정·정책 권한을 쥔 중앙정부가 서로의 책임을 미루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속 가능한 처우와 안정적인 교육서비스를 위해서는 대화와 타협, 제도적 구조 개편을 통한 근본적 해결이 필수적이다.
노동자의 권리와 학생의 학습권이 충돌하는 현실을 끝내기 위해서는 정부·교육청·노조가 머리를 맞대고 상생의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더 절실하다. 더 이상 ‘매년 반복되는 빵 먹는 날’로 기억되는 총파업이 아니라,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어내는 전환점이 마련돼야 할 시점이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