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최대열기자] 대한불교조계종 제38대 총무원장 선거가 경우·진우 스님의 양자대결로 재편된 가운데 정념 스님의 지지는 경우 스님에게, 그가 제기한 쇄신 의제는 진우 스님 측까지 수용하면서 남은 선거전이 종단 변화의 구체적인 방법을 둘러싼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제38대 총무원장 선거가 정념 스님의 후보 사퇴로 기호 1번 경우 스님(왼쪽)과 기호 3번 진우 스님(오른쪽)의 양자대결로 재편된 가운데, 정념 스님은 경우 스님 지지를 선언하고 진우 스님 측은 정념 스님이 제시한 쇄신 공약을 계승·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념 스님의 사퇴 이후 종단 쇄신과 교구자치, 선거제 개편 등이 남은 선거전의 주요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래픽·이미지=대전인터넷신문 AI 제작]
제38대 총무원장 선거에서 후보직을 내려놓은 정념 스님이 제기한 ‘쇄신’이 양자대결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정념 스님은 기호 1번 경우 스님을 지지한다고 선언했지만, 연임에 도전하는 기호 3번 진우 스님 측도 정념 스님이 제시한 주요 쇄신 공약을 계승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따라 지난 24일 정념 스님의 사퇴로 경우·진우 양자대결이 된 선거는 단순한 후보 간 세 대결을 넘어 종단 쇄신과 교구분권, 총무원장 선거제도 등 ‘변화의 방법’을 둘러싼 종책 경쟁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정념 스님은 24일 후보직에서 물러나면서 경우 스님에 대한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경우 스님이 종권교체를 이루고 종단 시스템을 혁신해 새로운 불교 발전을 만들어가길 바란다는 뜻도 밝혔다.
경우·정념·진우 스님의 3파전으로 출발했던 선거가 경우·진우 스님의 맞대결로 압축되면서 당초에는 정념 스님을 지지했던 선거인들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그러나 정념 스님의 사퇴 하루 뒤인 25일 진우 스님 선거대책위원회가 정념 스님의 주요 공약을 계승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선거를 바라볼 또 하나의 변수가 생겼다.
진우 스님 측은 정념 스님이 제시했던 수행을 통한 종단 신뢰 회복, 대중과 함께 결정하는 공의의 종단, 중앙 권한의 교구 이양, 출가에서 입적까지 스님들의 삶에 대한 종단의 책임 등을 계승해 실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총무원장 선거제도 개편 문제까지 수용 의사를 밝힌 점이 눈에 띈다. 진우 스님 측은 현행 간선제에 대한 정념 스님의 문제의식에 공감한다며 추대제부터 직선제까지 사부대중의 의견을 수렴해 종단 위상에 맞는 선거제도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대목은 이번 선거의 흐름을 살펴보는 데 의미가 있다. 정념 스님의 후보 선택은 경우 스님으로 명확해졌지만, 정념 스님이 선거 과정에서 제기한 쇄신 의제까지 특정 후보에게 귀속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정념 스님의 사퇴 이후 경우 스님은 정념 스님의 공개 지지를 받았고, 진우 스님 측은 정념 스님의 쇄신 공약과 선거제 개편 문제의식을 받아들이겠다고 나서면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정념 스님이 선거 과정에서 형성한 지지와 쇄신 의제를 받아들이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다만 이를 정념 스님의 지지세가 두 후보에게 나뉘었다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 정념 스님이 공식적으로 지지한 후보는 경우 스님이며, 진우 스님 측은 정념 스님의 지지를 받은 것이 아니라 그가 제시했던 종책과 문제의식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경우 스님 역시 종단 운영체제의 변화를 주요 종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선운사 주지와 총무원 사서실장, 중앙종회의원, 중앙종회 종책모임 불교광장 대표 등을 지낸 경우 스님은 교구법 제정과 교구의 종단 운영 참여 확대 등을 내세우고 있다.
말사 주지 임명권의 교구 이양과 교구 재정 확충 등 중앙에 집중된 권한을 교구로 분산하는 방안도 경우 스님이 제시한 주요 종책이다. 이에 따라 교구분권이라는 큰 방향에서는 경우 스님의 기존 공약과 진우 스님 측이 수용하겠다고 밝힌 정념 스님의 쇄신 의제 사이에 접점도 나타난다.
진우 스님은 백양사 주지와 총무원 총무부장·기획실장, 교육원장 등을 거쳐 2022년 제37대 총무원장으로 취임했다. 이번 선거에서는 현 집행부의 연속성과 지난 임기의 성과를 토대로 연임에 도전하고 있다.
하지만 진우 스님 측이 정념 스님의 쇄신 공약과 선거제 개편 문제의식을 수용하면서 이번 양자대결을 단순히 ‘현직의 안정 대 도전자의 변화’라는 구도로만 설명하기도 어려워졌다.
두 후보 모두 변화와 쇄신을 이야기하게 된 만큼 이제 관건은 구체성이다. 중앙과 교구의 권한을 어디까지 조정할 것인지, 총무원장 선거제도를 실제로 어떻게 바꿀 것인지, 종단 의사결정 과정에 사부대중의 참여를 어떻게 확대할 것인지 등이 남은 선거 과정에서 비교 대상이 될 전망이다.
특히 진우 스님 측이 언급한 ‘추대제부터 직선제까지’의 선거제 개편은 선택하는 방식에 따라 선거권자의 범위와 총무원장 선출 구조 자체가 달라질 수 있는 사안이다. 향후 구체적인 방안과 추진 절차까지 제시할지가 관건이다.
현재 총무원장 선거는 간접선거 방식으로 진행된다. 중앙종회의원 81명과 전국 24개 교구본사에서 각각 10명씩 선출한 교구 선거인 240명 등 모두 321명이 선거인단을 구성한다.
교구 선거인 240명은 전체 선거인단의 약 74.8%를 차지한다. 중앙종회의원 81명보다 약 3배 많은 규모로, 중앙종회 내부에서 나타난 공개 지지 흐름과 별개로 전국 교구 선거인들의 선택이 실제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공개적으로 확인된 지지 움직임에서는 진우 스님의 후보등록 당시 중앙종회의원 53명이 진우 스님을 공개 지지했다. 이는 중앙종회의원 81명의 약 65.4%에 해당한다.
반면 정념 스님은 후보에서 사퇴하면서 경우 스님을 공개 지지했다. 이에 따라 남은 선거전에서는 중앙종회의원 53명의 공개 지지가 실제 투표에서도 어느 정도 이어질지와 정념 스님의 사퇴 이후 교구를 포함한 전체 선거인단의 표심이 어떻게 재편될지가 동시에 관심사다.
그러나 공개 지지선언을 실제 확보표로 계산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개별 선거인이 직접 투표권을 행사하는 만큼 공개적으로 밝힌 지지 의사와 투표 당일 선택이 반드시 일치한다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정념 스님이 경우 스님을 지지한다고 선언했다는 사실만으로 정념 후보를 지지했던 선거인들이 모두 경우 스님을 선택할 것이라고 볼 근거도 없다. 현 단계에서 특정 후보의 우세를 수치로 예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번 선거는 지난 11일 경우·정념·진우 스님의 후보등록으로 시작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19일 당시 등록된 세 후보의 자격을 심사해 모두 자격에 이상이 없다고 결정했지만, 정념 스님이 24일 후보직을 내려놓으면서 경우·진우 양자대결로 재편됐다.
선거 과정의 공정성도 남은 기간 중요한 문제다. 총무원 호법부는 선거법을 비롯한 종헌·종법 위반 사실이 발견될 경우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조사하고,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되면 호계원에 징계를 요청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도심 호법부장은 “제38대 총무원장 선거 과정에서 ‘선거법’을 비롯한 종헌·종법 위반 사실이 발견될 경우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하고 신속하게 조사하여 그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되면 호계원에 징계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종헌·종법 위반자에 대해서는 9월 3일 총무원장 선거가 끝난 뒤에도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제38대 총무원장 선거는 오는 9월 3일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내 전통문화예술공연장에서 실시된다.
정념 스님의 사퇴로 후보는 두 명으로 줄었지만 종단 쇄신을 둘러싼 의제 경쟁은 오히려 넓어졌다. 양측 모두 ‘변화와 쇄신’을 전면에 내세우게 된 만큼 남은 선거전에서는 구호보다 이를 실현할 구체적인 종책과 실행방안이 321명 선거인단의 선택을 가를 주요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 기자 daeyeol636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