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최대열기자] 여야가 세종 행정수도 완성 필요성에 공감하고 조정식 국회의장까지 특별법 제정에 힘을 실었지만 국회에 계류된 5건의 행정수도 관련 특별법은 4월 본격적인 병합심사와 5월 공청회 이후 후속심사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연내 입법을 위한 시간이 줄고 있다.
국회에 계류 중인 5건의 행정수도 관련 특별법은 지난 4월 본격적인 병합·축조심사와 5월 입법공청회를 거쳤지만 후속 심사가 이어지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9월 법안소위 개최를 제안했으나 국민의힘은 국정감사 이후 11월 심사를 제시하면서 일정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래픽·이미지=대전인터넷신문·AI 제작]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과 대통령 세종집무실, 중앙행정기관 추가 이전 등을 포괄하는 행정수도특별법이 국회 심사 테이블에 오른 뒤에도 좀처럼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조정식 국회의장은 지난달 29일 세종시청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국회 세종시대 준비를 위한 간담회’에 참석한 뒤 국회 세종의사당 예정부지를 찾아 사업 추진 상황을 점검했다. 조 의장은 이날 “행정수도특별법 제정으로 국회 세종시대를 열어갈 수 있도록 모두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세종시는 이 자리에서 특별법의 연내 제정과 헌법상 행정수도 명문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조정식 국회의장이 지난달 29일 세종시청을 방문한 가운데 시민들이 꽃다발을 전달하며 조 의장의 세종 방문을 환영하고 있다. [사진-대전인터넷신문]
문제는 정치권이 반복적으로 밝히는 ‘행정수도 완성’ 의지와 실제 입법 속도 사이에 상당한 간극이 벌어져 있다는 점이다.
현재 국회에는 ▲황운하 의원의 ‘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2210318) ▲강준현 의원의 ‘행정수도 건립을 위한 특별조치법안’(2211055) ▲김종민 의원의 ‘행정수도특별법안’(2213905) ▲김태년 의원의 ‘행정수도의 완성을 위한 특별법안’(2214133) ▲엄태영·복기왕 의원 공동대표발의 ‘행정수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2215514) 등 5건이 계류돼 있다.
법안 명칭과 세부적인 제도 설계에는 차이가 있지만 세종의 행정수도 지위를 법률로 규정하고 국회와 대통령 등 국가 중추기능 이전을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다는 큰 방향은 맞닿아 있다. 국회 논의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행정수도특별법은 3월 30일과 4월 14일 열린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도 안건으로 올라왔지만 실질적인 논의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어 4월 22일에는 5건의 법안이 의사일정 제1항부터 제5항까지 함께 상정돼 병합·축조심사를 받았다.
그러나 이날도 의결에는 이르지 못했다. 행정수도특별법 제정 필요성에는 큰 이견이 없었지만 2004년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특별법 위헌 결정과 새로운 특별법의 헌법적 정합성 등을 추가로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국토위는 후속 절차로 5월 7일 입법공청회를 개최했다. 헌법·법률 전문가들이 2004년 헌재 결정의 근거가 된 관습헌법의 현재적 의미와 새로운 행정수도특별법의 헌법적 정합성 등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다. 다만 공청회가 특별법을 둘러싼 헌법적 논란을 법적으로 해소한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이 서로 다른 견해를 제시한 만큼 세종의 행정수도 지위를 어떤 방식으로 규정하고 국가 중추기관 이전 범위를 어디까지 설정할지는 여전히 국회가 법안 심사를 통해 정리해야 할 사안이다.
공청회 진행 과정에서도 여야 간 온도 차가 드러났다. 당시 국민의힘 소속 소위 위원들이 공청회에 불참하면서 향후 법안 처리 과정에서 여야 합의가 중요하다는 점도 다시 확인됐다. 하지만 5월 공청회 이후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법안의 후속 심사는 속도를 내지 못했다.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됐지만 5개 법안을 하나로 조정해 위원회 대안을 마련하는 단계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정기국회에서는 법안소위 개최 시점을 놓고 여야의 입장이 갈렸다. 더불어민주당은 10월 국정감사에 들어가기 전인 9월 29~30일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자고 제안했지만 국민의힘은 국정감사 이후인 11월 개최를 제시했다. 결국 여야 간사 간 일정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9월 심사는 사실상 불발됐다.
따라서 9월 재심사가 무산된 직접적인 일정상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국민의힘의 ‘11월 심사’ 입장을 꼽을 수 있다. 민주당이 제안한 9월 소위 개최에 국민의힘이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행정수도특별법 입법 지연 전체의 책임으로 확대해 특정 정당에만 돌리는 것은 경과와 맞지 않는다. 법안은 3월과 4월에도 처리되지 못했고, 4월 22일 본격적인 심사에서는 헌법적 정합성 문제가 제기됐다. 5월 공청회 이후에는 지방선거와 후반기 국회 운영, 정기국회에 들어서는 정부 인사와 여야 대립 등이 겹치면서 후속심사가 지연됐다.
민주당 역시 정치적 책임에서 자유롭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회 다수당으로서 특별법 연내 제정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면 5개 법안의 쟁점을 조정해 위원회 대안을 마련하고, 야당과 협상해 실제 심사 일정을 확보하는 정치력 역시 평가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9월 심사 대신 국정감사 이후인 11월 논의를 제시한 만큼, 실제 11월이 됐을 때 소위 개최와 법안 심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지가 특별법 제정 의지를 판단할 기준이 될 수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 역시 행정수도특별법 제정 취지에는 공감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지역사회에서도 여야 협력이 필요하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행정수도특별법 제정을 위한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9일 국민의힘 세종시당과 간담회를 갖고 특별법 제정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결국 지금까지의 입법 지연은 한 정당의 책임으로 단순화하기보다 시기별로 나눠 살펴볼 필요가 있다. 민주당에는 다수당으로서 심사 주도와 단일 대안 마련, 여야 협상을 성사시킬 책임이 있고, 국민의힘에는 자신들이 제시한 11월 심사를 실제 소위 개최와 법안 논의로 이어갈 책임이 있다.
정부 역할도 중요하다. 행정수도특별법은 국가 중추기관 이전과 행정수도 건설체계를 포괄하는 제정법인 만큼 주무부처를 비롯한 정부가 국회의 조문별 심사에 필요한 입장을 정리하고 쟁점 조율을 뒷받침해야 한다. 시간은 넉넉하지 않다. 2026년도 정기국회는 지난 9월 1일 개회해 12월 9일까지 100일간 진행된다. 11월에 법안소위가 열린다면 5개 법안의 조문별 쟁점을 정리하고 위원회 대안을 마련한 뒤 국토위 전체회의와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본회의 의결까지 이어가야 한다.
다만 11월 심사로 넘어갔다고 해서 연내 제정이 불가능해진 것은 아니다. 정기국회에서 처리를 마치지 못하더라도 여야 합의에 따라 연말 임시국회에서 다시 처리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과 행정수도특별법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세종의사당은 이미 별도의 법적 근거를 토대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으며 현재 2029년 착공, 2033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별법 처리가 늦어진다고 세종의사당 건립사업 자체가 곧바로 중단되는 구조는 아니다.
행정수도특별법은 그보다 범위가 넓다. 세종의 행정수도 지위와 국회·대통령 등 국가 중추기능의 배치, 수도권에 남아 있는 중앙행정기관의 추가 이전 등을 포괄하는 새로운 법적 틀을 만드는 것이 5개 법안의 공통적인 지향점이다.
조정식 국회의장의 세종 방문으로 특별법 제정 필요성은 다시 정치권의 전면에 등장했다. 그러나 현재 필요한 것은 또 다른 선언이나 추가 법안 발의보다는 이미 국회에 올라와 있는 5건의 쟁점을 정리해 실제 처리 가능한 하나의 대안으로 만드는 일이다.
민주당에는 다수당으로서 입법을 성사시킬 정치력이, 국민의힘에는 자신들이 제시한 11월 심사를 실제 행동으로 옮길 책임이, 정부에는 법안 심사를 뒷받침할 구체적인 입장을 제시할 책임이 각각 남아 있다.
결국 행정수도특별법의 연내 제정 가능성은 여야가 얼마나 많이 ‘행정수도 완성’을 외치는지가 아니라 11월 국토법안소위가 실제 개최되는지, 5개 법안을 통합한 위원회 대안이 마련되는지, 이를 국토위와 법사위, 본회의까지 끌고 갈 정치적 합의를 만들어내는지에서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 기자 daeyeol636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