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기자] 지난 6월 폭발사고로 5명이 숨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고용노동부 특별감독 결과 473건의 법 위반이 적발돼 189건이 사법처리되고 284건에는 5억5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6월 폭발사고로 5명이 숨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을 특별감독한 결과 총 473건의 위반사항을 적발했다. 이 가운데 189건은 사법처리하고 284건에는 총 5억5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폭발·화재와 위험물질·누출 관련 안전보건규칙 위반도 91건 확인됐다. 사진은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제작한 이미지. [그래픽·이미지=대전인터넷신문 AI 제작]
고용노동부는 1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과 대전R&D캠퍼스를 대상으로 실시한 특별감독에서 총 473건의 위반사항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안전보건규칙 위반 184건과 수급인 노동자 보호조치 위반 5건 등 189건은 즉시 사법처리하고, 284건에는 총 5억51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예정이다.
이번 특별감독은 지난 6월 1일 대전 유성구 외삼동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를 계기로 실시됐다. 당시 사고로 근로자 5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다.
대전인터넷신문은 사고 당일 오전 10시 59분께 폭발로 추정되는 사고가 발생한 직후 현장 상황을 보도했다. 당시 119 상황실에는 “폭발음이 들렸다”, “연기가 많이 난다”는 신고가 같은 시간대 30여 건 접수됐고 경찰과 소방당국은 진화와 현장 수색에 나섰다.
본지는 같은 날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의 현장 브리핑과 회사 관계자의 사고 공정에 대한 설명도 취재해 보도했다. 손 대표는 당시 “무엇보다 안전해야 할 일터에서 일하시던 분들의 생명을 지키지 못했다”며 “회사 대표이사로서 이번 사고에 대해 무거운 책임을 통감한다”고 사과했다. 이어 “관계 당국의 조사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해 사고 원인을 명확히 규명하겠다”며 “같은 일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회사의 안전 체계를 근본부터 다시 점검하고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당시 회사 관계자는 본지 취재에서 “추진기관을 만드는 공정 중 도구를 세척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추진제를 만드는 과정에서 사용한 공구와 설비 등에 묻은 화약 성분을 정리·세척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특히 해당 공정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화약은 일반적으로 물에 닿으면 위험성이 사라진다고 판단해 물로 세척하는 공정 자체를 크게 위험하다고 보지는 않았다”며 “기존에도 같은 작업은 계속 진행돼 왔다”고 밝혔다.
사고 이후 노동부는 6월 29일부터 9월 18일까지 약 3개월간 특별감독을 벌였다. 사고 유형인 폭발·화재와 방산업체 특성에 따른 위험물질 누출 관련 안전조치, 유해물질 관리, PSM(공정안전보고서) 관리 현황 등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봤다.
감독 결과 안전보건규칙 위반은 모두 184건이었다. 이 가운데 폭발·화재 관련 위반이 46건, 위험물질 및 누출 관련 위반이 45건으로 두 분야에서만 91건이 적발됐다. 추락·끼임·감전 등 다른 안전보건규칙 위반도 93건에 달했다.
폭발·화재 관련 위반에서는 폭발위험 장소에서 방폭 인증을 받지 않은 전기·기계기구를 사용한 사례가 확인됐다. 경유탱크에 유증기 착화에 따른 폭발·화재를 막기 위한 인화방지망을 설치하지 않거나 압력용기에 최고사용압력을 표시하지 않은 사례도 적발됐다.
스팀보일러 부생연료유에 대한 가스감지기를 설치하지 않은 사례와 화학설비가 설치된 건축물에 불연성 재료가 아닌 샌드위치 패널을 사용한 사례도 확인됐다.
위험물질 및 누출 관련 위반도 45건 적발됐다. 열팽창으로 과압이 형성될 수 있는 설비에 안전밸브를 설치하지 않거나 급성 독성물질을 취급하면서 누출 감지·경보설비를 설치하지 않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관리대상 유해물질인 산화규소를 취급하면서 국소배기장치를 설치하지 않았고, 질소가스에 의한 질식 우려가 있는 밀폐공간을 개방하면서 원격측정을 실시하지 않은 사례도 확인됐다.
이 밖에 위험물 취급장소에 피난 방향으로 열리는 비상구를 설치하지 않거나 작업발판 끝단에 안전난간을 설치하지 않은 사례, 모터 구동축 덮개 미설치, 탄약체계 부품 창고 접지 분전함의 접지 탈락 등 기본적인 안전조치 위반도 적발됐다.
수급인인 하청 노동자에 대한 보호조치 위반도 5건 확인됐다. 작업장 순회점검 미실시, 위험물질 특별교육 미실시, 안전보건협의체 미운영 등이 포함됐다.
과태료 부과 대상은 284건으로 금액은 총 5억510만원이다.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위반 56건에 1억7,900만원, 안전보건교육 미실시 27건에 6,750만원, 특수건강진단 미실시 4건에 290만원 등이 부과될 예정이다.
PSM 미이행도 102건 확인돼 2,57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주요 위반사항에는 가스누출 감지기 경보 설정값과 기계 온도에 따른 인터록 설정치 기준 위반 등이 포함됐다. 안전보건표지 위반 28건과 안전관리자·보건관리자 관련 위반 6건 등도 적발됐다.
특별감독에서는 생산 확대에 비해 안전보건관리 기반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했다는 점도 확인됐다. 노동부는 최근 생산량과 신규채용이 증가했지만 안전보건 관리 인력은 이에 맞춰 충원되지 않는 등 산업안전을 위한 기반이 충분히 확보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번 감독 결과는 대전사업장에서 대형 폭발사고가 반복됐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본지는 지난 6월 사고 당시에도 과거 사고 이력을 함께 보도했다. 2018년 5월에는 로켓 추진체용 고체연료 충전 과정에서 폭발이 발생해 근로자 5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으며, 2019년 2월에도 추진체 관련 작업 중 폭발사고가 발생해 근로자 3명이 숨졌다.
올해 사고까지 포함하면 세 차례 폭발사고로 숨진 근로자는 모두 13명이다. 노동부 역시 이번 특별감독 결과를 발표하면서 2018년과 2019년에 이어 동일 유형의 화재·폭발 사고가 반복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다만 이번 특별감독에서 확인된 473건의 위반사항이나 폭발·화재·누출 관련 91건의 위반을 지난 6월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특별감독은 사고 이후 대전사업장 전반의 산업안전보건법 준수와 안전관리 실태를 점검한 것으로, 개별 위반사항과 사고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는 별도의 사고원인 조사와 수사 결과를 통해 판단해야 한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방산업체라는 특성상 높은 수준의 안전관리가 요구됨에도 불구하고, 방위산업의 대표 대기업에서 화재·폭발 관련 안전수칙은 물론, 기본적인 안전조치 위반도 확인됐다”며 “특히, ‘18년, ’19년에 이어 동일 유형의 화재·폭발 사고가 반복됐다는 것은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해당 기업은 이번 감독결과를 토대로 화재·폭발 위험요인을 포함한 전반적인 위험요인을 모두 점검하고 개선대책을 마련하여 안전보건관리 체계를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부는 적발된 위반사항에 대해 엄정 조치하는 한편 개선 여부를 확인하고 안전보건관리를 위한 인력과 체계 보강을 지도할 계획이다.
사고 당일 손재일 대표가 “안전 체계를 근본부터 다시 점검하고 바로잡겠다”고 밝힌 뒤 약 4개월 만에 정부 특별감독에서 473건의 위반사항이 확인된 만큼, 향후 회사가 적발 사항을 어떻게 시정하고 생산 확대에 맞춰 안전관리 인력과 시스템을 얼마나 실질적으로 보강할지가 관건이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이향순 기자 lhs2486150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