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최대열 기자] 응급환자를 단순히 가까운 응급실로 옮기는 데서 벗어나 중증도와 필요한 치료에 따라 실제 수술·중환자 진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으로 연결하고, 비응급환자는 야간·휴일 병·의원을 이용하도록 하는 응급의료체계 개편안이 제시됐다.
응급환자의 중증도와 필요한 치료에 따라 실제 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으로 연결하는 응급의료체계 개편을 표현한 이미지. 의료혁신위원회는 1일 적정 의료기관 이송부터 수술·중환자 진료 등 최종치료까지 연계하고, 병상·수술실·전문의 당직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는 내용의 대정부 권고안을 논의했다. [그래픽·이미지=대전인터넷신문 AI 제작]
응급환자가 치료 가능한 병원을 찾지 못해 여러 의료기관을 거치는 문제를 줄이고, 경증·비응급환자의 응급실 이용을 적정 진료기관으로 분산하기 위한 응급의료체계 개편 방안이 정부에 권고됐다.
국무총리 소속 의료혁신위원회는 1일 오전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정기현 위원장 주재로 제10차 회의를 열고 ‘응급의료 적기(適期) 이송 및 치료를 위한 대정부 권고안’을 논의했다.
이번 권고안에서 환자가 체감할 가장 큰 변화는 ‘아프면 일단 응급실을 찾는 방식’에서 ‘증상과 중증도, 필요한 치료에 따라 적합한 진료기관을 처음부터 연결하는 방식’으로 응급의료체계를 전환하자는 것이다.
현재 응급의료 현장에서는 환자의 중증도에 맞지 않는 응급실 이용과 함께 응급실에 도착하고도 수술·시술이나 중환자 진료 등 필요한 최종치료로 원활하게 연결되지 못하는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혁신위는 우선 응급증상이 발생했을 때 119구급상황관리센터와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의 의료인 등 전문가에게 상담받고, 환자 상태에 맞는 대처 방법과 진료기관을 안내받을 수 있도록 전문상담·연결 기능을 강화하도록 권고했다.
상담 결과 응급환자로 판단되면 신속하게 응급의료체계로 연결하고, 비응급환자에게는 이용 가능한 병·의원이나 자가관찰 방법을 안내한다. 환자가 응급 여부와 어느 의료기관을 이용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판단해야 하는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야간과 휴일에 갑자기 아픈 비응급환자에게는 응급실 이외의 진료 선택지를 확대한다. 지역 병·의원의 야간·휴일 외래 등 지역 여건에 맞는 대체 진료경로인 ‘Urgent Care Clinic’을 확충하고, 참여 의료기관의 운영시간과 위치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의료기관의 참여를 뒷받침하기 위해 시간대별 수가 가산과 운영 지원 등도 검토하도록 했다. 혁신위는 이를 통해 비응급환자는 일상진료체계를 이용하고 응급의료기관은 중증응급환자 진료에 보다 집중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중증응급환자의 이송 원칙도 달라진다. 단순히 가까운 응급실을 우선하는 방식이 아니라 환자의 중증도와 필요한 치료를 기준으로 실제 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을 찾아 이송하는 원칙을 확립하도록 했다.
특히 중증외상·심뇌혈관질환·분만 등 전문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해당 치료가 가능한 분야별 전문 응급의료기관으로 직접 이송하도록 권고했다. 해당 의료기관이 환자를 수용하기 어려운 경우에 대비한 후순위 이송경로도 사전에 마련한다.
이는 환자가 응급실에 도착한 뒤 필요한 수술이나 전문진료를 받을 수 없어 다른 병원으로 다시 옮겨지는 재이송·재전원 과정과 그에 따른 치료 지연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조치다.
응급의료기관의 역할도 환자의 중증도와 실제 치료역량을 기준으로 재정립한다.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중증응급환자의 응급수술·중환자 진료 등 최종치료에 집중하고, 지역응급의료센터는 지역 내 배후진료에 중점을 두도록 했다.
지역응급의료기관은 경증응급환자를 진료하면서 상태 변화를 살피고 중증응급환자로 확인되면 초기 안정화 조치를 한 뒤 상위 응급의료기관으로 전원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응급의료기관 지정·평가 방식도 바꿀 것을 권고했다. 시설이나 인력 확보 여부와 함께 응급수술과 중환자 진료를 실제로 제공할 수 있는지를 보다 중점적으로 확인하고, 요건을 갖추기 어려운 기관은 기능을 조정하거나 상위 의료기관과 연계·전원체계를 마련하도록 한다.
환자가 어느 병원에서 실제 치료를 받을 수 있는지 신속하게 확인하기 위한 정보연계도 강화한다. 119구급상황관리센터와 중앙응급의료센터, 응급의료기관 사이에 병상·수술실·중환자실뿐 아니라 전문진료과목 당직 등 실제 진료 가능 상태를 실시간으로 연계해 필요한 치료를 제공할 의료기관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병원정보시스템과 자동으로 연계하는 등 정보체계를 고도화하고, 병원 도착 전·후의 중증도 분류 결과를 비교해 이송기준 개선에도 활용한다. 환자 미수용 원인과 재이송·재전원 과정 역시 분석해 지역별 이송경로 조정에 반영한다.
의료자원이 부족한 지역에 대해서는 인접 진료권과의 연계를 강화한다. 인접 지역의 치료 가능한 의료기관과 이송경로를 미리 정하고 장거리 이송에 필요한 구급자원과 의료지도체계를 보강하도록 했다.
취약지 의료기관은 준응급환자 진료와 중증환자의 초기 안정화·전원 판단 기능을 강화한다. 필요한 경우 상위 의료기관 전문의와 실시간 협진할 수 있도록 하고, 비응급환자 역시 지역 여건에 맞는 별도의 진료경로를 이용하도록 한다.
지역 내 부족한 전문 의료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거점기관 중심의 협력체계도 제안했다. 의료기관 간 순환당직과 공동운영, 파견협약 등을 활용하고 이에 참여하는 의료기관과 의료인에 대한 보상을 마련해 지역 단위의 상시 대응역량을 확보하는 방안이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응급이송 분석·판단지원은 단계적으로 검증하고 확대하도록 했다. 응급수술·중환자 진료, 전문진료과목 당직, 전원환자 수용 등 의료기관이 실제 수행하는 기능과 협력에 맞춰 보상하는 방안도 권고안에 포함됐다.
정기현 위원장은 “응급환자가 적정한 의료기관으로 신속히 이송되고, 수술과 중환자 진료 등 최종치료까지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응급의료체계 혁신의 핵심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이 증상과 중증도에 맞는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있도록 상담과 안내를 강화하는 한편, 야간·휴일에도 비응급환자가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일상진료체계를 충분한 수준으로 확충할 필요가 있다”며 “이번 권고안이 국민이 어디에 살든 필요한 응급의료를 적기에 받을 수 있는 체계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방안은 의료혁신위원회가 정부에 제시한 권고안으로, 시행이 확정된 정책은 아니다. 야간·휴일 진료기관의 확충 규모와 운영 방식, 응급의료기관별 역할 조정, 의료진 보상체계, 실시간 정보연계와 AI 활용 범위 등은 향후 정부의 검토와 제도화 과정에서 구체화될 사안이다.
권고안이 지향하는 변화는 결국 비응급환자에게는 야간·휴일에도 이용할 수 있는 별도의 진료경로를 제공하고, 중증응급환자는 처음부터 필요한 최종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으로 연결해 치료 지연을 줄이는 것이다. 실제 환자가 체감하는 변화로 이어지려면 향후 정부의 세부 실행계획과 지역별 의료인력·배후진료 역량 확보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 기자 daeyeol636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