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이향순 기자] 산림청이 2027년도 목재펠릿 보일러·난로 보급 지원사업 추가 신청을 오는 31일까지 받는 가운데, 농산촌 난방비 절감과 화석연료 대체라는 사업 취지와 별개로 주택이 밀집한 도심까지 고체연료 연소식 난방기 보급을 재정지원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검토 필요성이 제기된다.
산림청이 추진하는 2027년 목재펠릿 연소기 보급 지원사업을 표현한 이미지. 정부는 주택용 보일러 제품가격의 70%를 지원하지만, 목재 연소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미세입자와 도심 밀집 주거지역의 생활환경 영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대전인터넷신문 AI 제작]
산림청은 24일 ‘2027년도 목재펠릿 보일러·난로 보급 지원사업’ 추가 접수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겨울철인 1∼2월에 보일러와 난로를 설치할 수 있도록 실제 사용 전년도에 신청을 받는 방식으로, 지난 4월 1차 신청에 이은 추가 접수다.
지원은 주택용과 사회복지시설용으로 구분된다. 주택용 보일러는 제품가격의 70%, 사회복지시설용 보일러는 100%를 보조한다. 신청자는 목재펠릿 연소기를 설치한 뒤 5년간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하며, 기존 국고보조로 보일러나 난로를 설치했다면 5년이 지나야 다시 신청할 수 있다.
산림청은 목재펠릿을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탄소중립 신재생에너지원으로 설명한다. 산림청 자료에 따르면 목재펠릿 1㎏을 사용하면 등유 약 0.4ℓ를 대체하고 이를 통해 이산화탄소 배출량 약 1.14㎏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화석연료 대체에 따른 탄소저감 효과와 주택 주변의 생활권 대기질은 별개의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목재펠릿 역시 목재를 연소시켜 열을 얻는 고체연료인 만큼 연소 과정에서 미세입자 등 대기오염물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본지가 직접 확인한 도심 주택가의 일반 목재보일러 사용 사례에서는 인근 주민들이 목재가 타면서 발생하는 특유의 냄새와 그을음으로 불편을 겪었으며 이와 관련한 민원도 복수로 제기됐다.
보일러가 가동될 때 주변에서 목재 연소 특유의 냄새가 감지됐고, 외부에 널어놓은 세탁물에서도 냄새와 그을음이 확인되는 등 인접 주민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을 본지 취재진이 직접 확인했다.
다만 해당 사례는 일반 목재보일러를 사용한 경우로 산림청이 지원하는 규격화된 목재펠릿 연소기와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일반 장작과 목재펠릿은 연료의 형태와 수분함량 등이 다르고 연소기의 성능과 운전조건에 따라서도 오염물질 배출 특성이 달라질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적절한 조건에서 사용하는 펠릿스토브가 일반적인 목재난로보다 블랙카본과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 등의 배출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일반 목재보일러에서 확인된 냄새와 그을음 문제가 목재펠릿 보일러에서도 같은 수준으로 발생한다고 단정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렇다고 목재펠릿 연소기가 오염물질을 전혀 배출하지 않는 난방기기는 아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펠릿스토브를 포함한 주거용 목재난방기와 목재 연소식 보일러 등을 입자상물질(PM) 배출기준 적용 대상으로 관리하고 있다.
EPA에 따르면 목재가 연소하면서 발생하는 연기는 가스와 미세입자의 복합적인 혼합물이며 미세입자와 일산화탄소, 휘발성유기화합물 등 여러 물질이 포함될 수 있다.
WHO 역시 주거용 목재 난방을 실외 대기오염 발생원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다. 특히 목재 등 고체연료의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입자상물질은 외부 대기뿐 아니라 건물 내부로 유입돼 실내 대기질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 WHO의 설명이다.
국내에서도 목재펠릿과 목재펠릿 보일러에 대한 품질·성능 기준이 마련돼 있다. 국가표준 KS B 8901은 1급 목재펠릿을 사용하는 정격 열출력 58㎾ 이하 등의 목재펠릿 보일러를 적용 대상으로 두고 성능과 안전 등에 관한 기준을 규정하고 있다.
결국 목재펠릿 보급정책의 쟁점은 펠릿 자체를 ‘친환경’ 또는 ‘비친환경’으로 단순하게 구분하는 데 있지 않다. 정부가 국민 세금으로 제품가격의 상당 부분을 지원해 보급하는 만큼 제품 성능뿐 아니라 설치 장소와 주변 생활환경까지 정책 설계에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농산촌이나 주택 간 거리가 충분한 지역에서는 등유 등 기존 화석연료를 대체하면서 난방비 부담을 낮추고 난방에너지원을 다양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산림청도 목재펠릿 연소기 보급사업의 목적으로 농산촌 가구의 난방비 부담 완화와 친환경 에너지 전환을 제시하고 있다.
반면 단독·다가구주택 등이 밀집한 도심에서는 조건이 다를 수 있다. 연소기 자체의 배출성능뿐 아니라 굴뚝·배출구 위치와 인접 건물의 창문·환기구, 주택 간 거리 등 실제 설치환경에 따라 주변 주민이 체감하는 영향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본지가 확인한 일반 목재보일러 사례도 이 같은 입지 문제를 보여준다. 해당 사례를 펠릿 보일러의 피해 사례로 확대해석해서는 안 되지만, 목재를 연소하는 난방기기를 주택 밀집지역에서 사용할 경우 제품의 배출성능과 함께 주변 주거환경을 고려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주는 현장 사례다.
특히 이번 사업은 주택용 목재펠릿 보일러 제품가격의 70%를 정부가 지원한다. 개인이 전적으로 비용을 부담해 선택하는 난방기기와 달리 국가 재정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탄소감축과 난방비 절감이라는 편익뿐 아니라 주변 생활환경에 미칠 수 있는 영향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에 따라 농산촌과 도심 밀집 주거지역을 동일한 방식으로 접근하기보다 주택밀도와 주변 건축환경, 연소기의 실제 배출성능 등을 고려해 지원기준을 보다 세분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도심 밀집지역에는 저배출 성능이 강화된 제품을 우선 지원하고, 설치 과정에서 굴뚝이나 배출구와 인접 주택의 창문·환기구 등 주변 환경을 확인하는 방식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설치 후 냄새·연기·그을음 등 생활환경 민원이 발생했을 경우 점검과 개선으로 연결할 수 있는 사후관리 체계를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다.
아울러 도심에서는 목재펠릿 보일러뿐 아니라 전기 히트펌프 등 현장에서 고체연료를 직접 연소하지 않는 난방방식까지 포함해 비용과 온실가스 감축효과, 생활권 대기질 영향을 종합적으로 비교한 뒤 지원 우선순위를 정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목재펠릿은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고 적절한 연소조건에서는 일반적인 장작 연소보다 일부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원이라는 이유만으로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생활권 대기오염 문제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목재펠릿 보급사업 역시 단순한 설치 대수와 탄소감축량을 넘어 ‘어디에, 어떤 성능의 연소기를, 어떤 기준으로 설치할 것인가’를 함께 따져야 한다. 농산촌의 난방비 부담을 낮추고 화석연료 사용을 줄인다는 정책 목적을 살리면서도 도심에서는 주변 주민의 생활환경과 대기질까지 고려하는 보다 세밀한 보급정책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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