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세종/최대열기자] 한국 화이트해커들이 세계 최고 해킹대회 ‘데프콘 CTF 33’에서 4년 연속 우승하며 사이버보안 분야 최강국으로서의 위상을 확고히 했다. 이는 단순한 대회 성과를 넘어, 국가 차원의 체계적 인재양성 정책이 국제무대에서 실질적 경쟁력으로 결실을 맺은 사례다. 하지만 동시에, AI 시대 사이버보안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한국이 지속적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DEFCON CTF에서 우승을 차지한 MMM팀이 수상을 하고 있다.(2025.8.10. / 미국 라스베가스) [사진-과기정통부]
데프콘 CTF는 전 세계 보안 전문가와 해커들이 모여 실력을 겨루는 ‘해킹 올림픽’으로, 이 대회 성적은 곧 한 나라의 사이버보안 경쟁력을 상징한다. 한국이 2022년부터 2025년까지 4년 연속 정상에 오른 것은 미국, 유럽 등 기존 강자들 사이에서 한국이 이제 단순한 추격자가 아니라 ‘주도국’으로 도약했음을 의미한다.
특히, 올해 대회는 195개 팀이 참가한 예선을 거쳐 단 12개 팀만이 본선에 올라 치열하게 경쟁했는데, 이 중 4개 팀이 한국이었다. 이는 참가 규모에 비해 압도적인 본선 진출 비율로, 한국 보안 인재 풀의 두께와 수준을 동시에 보여준 사례로 평가를 받는다.
이번 성과의 배경에는 한국정보기술연구원이 주관하는 차세대 보안리더 양성 프로그램(BoB)이 있다. 9개월간의 집중 훈련과 멘토링을 통해 화이트해커를 양성하는 BoB는 단순한 교육 프로그램을 넘어, 국제대회에서 실질적 성과를 창출해온 전략적 인재 양성 모델이다.
실제로 데프콘 본선에 오른 네 팀 모두 BoB 수료생과 멘토들로 구성돼 있었으며, 이는 교육정책이 국제적 경쟁력으로 직결된 사례다. 김종민·김경곤 멘토와 수료생들이 ICS 보안 및 선박 보안을 주제로 별도의 해킹 빌리지에서 성과를 거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성과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점이다. AI가 공격과 방어의 핵심 수단이 되는 ‘AI 보안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단순히 인재의 수적 확대나 전통적 해킹 기술 강화만으로는 국제 경쟁력을 지속하기 어렵다.
세계 주요국들은 이미 AI 기반 침투·방어 자동화 시스템, 양자컴퓨팅 보안, 글로벌 사이버동맹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이 국제 무대에서 리더십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인재 양성뿐 아니라 국가 차원의 기술 전략, 국제 협력, 산업계 연계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단순한 화이트해커 양성을 넘어, 차세대 기술과 결합된 보안 전문성 확보가 필요한 AI·양자보안 융합 연구 강화, ▲삼성전자·카이스트·포스텍이 AI 사이버 챌린지에서 보여준 성과처럼, 민관학 연계의 확대, ▲국제 협력 네트워크 구축, ▲보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인재를 확보하는 지속 가능한 인재 파이프라인 확충 등이 추진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데프콘 4연패는 한국 화이트해커 개인의 영광을 넘어, 국가 보안 역량과 정책의 성과를 세계가 인정한 사건이다. 그러나 AI와 양자컴퓨팅이 보안 패러다임을 바꾸는 시대, 지금의 성과에 안주한다면 한국은 곧바로 추격당할 수 있다. 국제 사이버보안 질서 속에서 한국이 지속적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교육·연구·산업·국제협력 전반의 전략적 진화가 요구된다. 이번 성과는 ‘결승점’이 아니라, 한국이 세계 보안질서에서 선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분수령이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