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세종/최대열기자] 지난 2월 발생한 세종안성 고속도로 청용천교 붕괴사고는 전도방지용 스크류잭의 임의 해체와 안전인증 없는 런처 후방 이동이 직접 원인이었으며, 검측 부실·불법 하도급 등 관리 체계 전반이 무너진 결과였다. 시공사 현대엔지니어링의 반복된 안전 불감증과 정부 제도의 구조적 허점이 맞물려 일어난 ‘예고된 인재’로 확인됐다.
지난 2월 발생한 세종안성 고속도로 청용천교 붕괴사고 원인이 인재로 결론 나면서 재발방지를 위한 특단이 요구되고 있다. [사진-대전인터넷신문]
사고조사위원회는 사고 원인을 ▲스크류잭과 전도방지 와이어의 무단 해체 ▲안전인증 없는 장비 사용 ▲검측 체계 부실로 규명했다. CCTV 영상과 청문에서는 하도급 현장소장이 스크류잭 해체를 직접 지시한 사실이 드러났고, 발주처·시공사·감리 모두 이를 걸러내지 못했다. 이는 관리 시스템이 사실상 기능을 상실했음을 보여준다.
한편, 한국도로공사의 검측 매뉴얼상 런처 등 임시시설의 검측 주체인 시공사는 하도급사의 스크류잭 제거 사실을 파악하지 못하였고, 해당 런처는 산업안전보건법상 전방이동 작업에 대해서만 안전인증을 받았으나, 후방이동 작업 등을 포함함으로써 관련 법령을 위반하여 안전관리계획서를 작성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시공사와 발주청은 해당 안전관리계획을 수립·승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공 과정에서도 미흡한 부분이 발견되었다. 시공계획에 제시된 런처 운전자와 사고 당일 작업일지의 운전자가 서로 다르고, 작업일지상의 운전자는 작업 중 다른 크레인 조종을 위해 현장을 이탈하는 등 전반적인 현장 관리·감독이 부실했다고 지적하였다.
사고 이후 현장에 남아 있는 구조물에 대한 안전성 확인 결과, △교각(P4)의 기둥과 기초 접합부 손상, △교대(A1)의 콘크리트 압축강도(평균 29.6MPa)가 설계기준(35MPa)의 84.5% 수준으로 시방서 기준(85%)에 다소 미달, △미 붕괴 거더에서 기준치(55mm) 이상의 횡만곡 발생(60~80mm) 등이 발견되어, 향후 발주청의 정밀조사를 통해 각 구조물에 대한 보수 또는 재시공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사조위는 이에 대한 재발방지대책으로 △제도적 측면에서 전도방지시설 해체 시기에 대한 기준 마련, 발주청과 건설사업관리자의 관리·감독 의무 현실화 등을, △설계 시공적 측면에서 거더 길이 증가에 따른 횡만곡 및 프리-스트레스트 콘크리트(PSC) 거더의 솟음량 관리 강화 등을, △건설장비 측면에서 런처 등 장비 선정의 적정성에 대한 관계 전문가 검토 강화 등을 제안했다.
사조위 오홍섭 위원장은 “사고조사 결과를 정리·보완하여 8월 중 국토교통부에 최종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이라며, “다시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의 조속한 제도개선이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국토부 대전지방국토관리청 특별점검에서도 불법 하도급 9건, 안전·품질 관리 미흡 5건 등 총 14건의 위법 사례가 확인됐다. 안전점검 미제출, 품질시험 누락, 무등록자 하도급 등은 관행처럼 반복됐지만 감독은 무력화돼 있었다. 결국 사고는 단일 현장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건설현장 전반에 자리 잡은 제도적 사각지대와 안전 불감증의 결과라는 점이 드러났다.
특히 시공사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번 사건으로 또다시 안전관리 능력 부재 논란에 휘말렸다. 올해에만 3건의 사고로 6명이 사망했으며, 그때마다 안전관리 위반 여부가 도마 위에 올랐다. 김태병 국토부 기술안전정책관은 “현대엔지니어링을 포함한 책임 주체들에 대해 직권 처분을 포함한 강력한 제재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반복된 사고에도 근본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은 점은 제재의 실효성에 의문을 던진다.
정부는 사고 이후 교량공사 표준시방서를 개정해 전도방지시설 해체 시기를 엄격히 규정하고, 발주청 기술자문 단계부터 건설장비 전문가를 참여시키기로 했다. 또한 PSC-I형 교량 표준시방서를 신설해 장대 거더의 횡만곡·솟음량 계측을 강화하고, 불법 하도급 근절 대책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 제도가 사고의 근본적 원인”이라며, 단순 규정 보완만으로는 재발 방지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공사 일정은 수개월 이상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부는 정밀안전진단을 통해 교각과 거더의 재사용 여부를 판정하고 공사 재개 시기를 결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안전 진단과 재시공 논의보다 먼저 선행돼야 할 과제는 제도적 허점을 보완하고 기업의 안전 책임을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사조위의 제안을 바탕으로 전도방지시설은 가로보 타설·양생 이후 건설사업관리기술인의 승인을 거쳐 해체하는 것으로 「교량공사 표준시방서」를 개정할 계획이다. 런처 등 건설장비를 사용하는 특정공법은 발주청 기술자문(심의)시 건설장비 전문가가 참여하도록 「기술자문위원회 운영규정」을 개정하고, 「건설공사 안전관리계획서 작성 매뉴얼」 개정을 통해 안전관리계획을 수립·승인 시 △안전인증 기준 등 관련 규정의 준수 여부, △장비선정의 적정성, △상세 시공계획(런처 해체 포함) 등에 대한 검토를 강화할 예정이다. 한편, 관계기관과 협의하여 런처 등 교량용 가설 구조물에 대한 작업 유의사항 마련도 검토할 예정이다.
세종안성 청용천교 붕괴는 단순한 현장 부주의가 아닌 구조적 관리 실패와 기업의 안전 경시 문화가 빚은 결과다. 현대엔지니어링의 반복된 사고는 한국 건설사의 고질적 문제를 드러냈으며, 정부의 사후 대책은 ‘매뉴얼 보완’에 머무를 경우 재발을 막기 어렵다. 이번 사고가 단순 사건 종결이 아니라 대한민국 건설현장의 안전 문화를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실효성 있는 제재와 제도 개선이 시험대에 올랐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