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최대열기자] 국내 외국인 유학생이 30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정부가 유학생 정책을 양적 유치에서 교육의 질과 취업·정주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지역 대학과 세종공동캠퍼스를 중심으로 해외 우수인재를 지역산업과 연결하는 인재양성 체계 구축이 세종의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외국인 유학생 30만 명 시대를 맞아 정부가 유학생 정책의 중심을 단순 유치 확대에서 교육의 질과 우수인재 양성, 취업·정주 지원으로 전환한다. 사진은 세종공동캠퍼스와 외국인 유학생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AI 이미지다. [그래픽·이미지=대전인터넷신문·AI 제작]
교육부가 8일 발표한 ‘외국인유학생 인재양성 혁신전략’에 따르면 2026년 국내 외국인 유학생은 30만7,464명으로 집계됐다. 2023년 정부가 ‘Study Korea 300K Project’를 통해 제시했던 2027년 30만 명 유치 목표를 1년 앞당겨 넘어선 것이다.
국내 외국인 유학생은 2023년 18만2천 명에서 2024년 20만9천 명, 2025년 25만3천 명, 올해 30만7천 명으로 증가했다. 유학생이 빠르게 늘면서 정부 정책도 ‘얼마나 많이 유치하느냐’에서 ‘어떻게 교육하고 우수인재로 성장시키느냐’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이번 정책 전환에 따라 세종지역 대학들도 외국인 유학생의 유치 규모뿐 아니라 교육·관리와 졸업 후 취업·정주 성과까지 중요하게 다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고려대 세종캠퍼스와 홍익대 세종캠퍼스, 한국영상대 등이 지역에 자리하고 있고 세종공동캠퍼스에도 대학·대학원이 집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세종에 위치한 KDI국제정책대학원은 이미 외국인 학생 비중이 높은 국제화 교육환경을 운영하고 있다. 대학원 공식 통계에 따르면 2025년 입학생 380명 가운데 국제학생은 164명으로 43%를 차지했다. 이들 국제학생의 이전 소속을 보면 공무원이 100명으로 61%를 차지했고 사기업 25명(15%), 국제기구 12명(7%), 공기업·공공기관 8명(5%) 등이었다. 국제학생은 아시아 84명, 아프리카 62명, 아메리카 13명, 유럽·오세아니아 3명 등으로 구성됐다.
KDI국제정책대학원은 전체적으로 외국인 학생 비율이 50% 이상인 교육환경을 운영하고 있으며 전 과정·전 과목을 영어로 강의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고려대 세종캠퍼스도 외국인 학생 확대를 중장기 발전전략에 포함하고 있다. 학교가 공개한 ‘Vision 2030+’는 국내 연구 경쟁력 상위 5%, 교육 경쟁력 상위 10%와 함께 ‘외국인 학생 1,500명 달성’을 발전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글로벌 역량 교육 강화와 글로벌 개방·공유형 교육플랫폼 구축, 글로벌 인재 유치를 위한 브랜드 경쟁력 강화 등을 전략과제로 설정했다. 외국인 학생 지원체계 강화와 국내외 인재 유치 확대도 구체적인 실행과제에 포함했다.
세종 집현동 공동캠퍼스의 확대도 정부의 유학생 정책 전환과 맞물려 주목된다. 행복청에 따르면 올해 3월 충남대 의과대학이 입주하면서 공동캠퍼스 1단계 임대형에는 서울대와 KDI, 충남대, 충북대, 국립한밭대 등 5개 대학·대학원이 자리하게 됐다.
분야도 정책학에서 IT, 수의학, 의학까지 다양하다. 행복청은 여러 대학과 연구기관이 교육·연구시설을 공동 활용하면서 융합교육과 공동연구를 수행하는 산학연 협력 생태계 조성을 공동캠퍼스의 주요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2단계 분양형 공동캠퍼스 조성도 진행되고 있다. 국립공주대와 충남대는 지난 3월 기공식을 열고 2028년까지 AI·IT 관련 학과 입주를 추진하고 있으며, 고려대 행정대학원과 AI·IT 학부도 2030년 입주할 예정이다.
행복청은 이 같은 공동캠퍼스 조성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향후 학생과 교직원을 합쳐 총 3천여 명 규모의 교육·연구 거점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 정책 가운데 세종지역 대학이 주목할 부분은 2027년 신설되는 ‘해외인재 우수학과 인증제’다. 지역산업과 연계된 양질의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유학생의 지역 취업·정주 성과를 내는 학과를 발굴해 재정지원과 장학생 배정 등 혜택을 연계한다.
이에 따라 앞으로 대학의 국제화 경쟁력은 외국인 유학생을 얼마나 많이 유치했는지를 넘어 어떤 교육을 제공하고, 졸업한 인재가 지역산업과 연결돼 취업·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느냐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유학생 교육·관리 기준도 강화된다. 교육부는 ‘교육국제화역량인증제’를 개편해 유학생 교육·관리에 핵심적인 평가지표를 필수지표로 전환하고, 공인언어능력 지표 충족 기준도 2026년 40%에서 2030년 60%까지 단계적으로 높일 계획이다.
기본적인 교육여건을 갖추지 못한 대학에 대한 관리도 강화한다. 기관평가인증 ‘미인증대학’이나 사립대학 재정진단에서 2년 연속 ‘경영위기대학’으로 지정된 대학은 교육국제화역량인증제 최하위등급으로 분류해 신규 유학생 모집을 제한할 방침이다.
유학생 모집 단계에서는 대학이 해외 유학원을 통해 학생을 모집할 경우 유학원의 모집·유치 과정을 책임 있게 관리하도록 ‘대학-유학원 표준협약서’를 마련한다. 허위 학력 등을 걸러내기 위한 외국학위 검증 가이드라인과 대학 대상 컨설팅도 추진한다.
첨단산업 분야 해외 우수인재 지원도 확대한다. 정부초청장학생(GKS) 석·박사 가운데 이공계 재학생 비중을 2025년 40.9%에서 올해 43%, 2027년 45%까지 높이고, 우수 연구성과를 낸 석사 장학생이 박사과정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 같은 정책은 AI 등 첨단산업 육성과 대학·연구기관 간 연계를 강화하려는 세종의 산업·인재 정책과도 접점이 있다. 특히 공동캠퍼스에 AI·IT 관련 학과 입주가 예정된 만큼 향후 해외 우수인재의 교육과 지역산업 취업·정주를 어떻게 연결할지가 과제로 꼽힌다.
다만 2027년 신설될 해외인재 우수학과 인증제의 세부 기준과 세종지역 대학의 참여·선정 여부, 구체적인 지원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정부 정책이 실제 세종지역 외국인 인재의 취업과 장기 정착으로 이어질지는 제도 시행 이후 성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외국인 유학생 수가 30만 명을 넘은 것은 대한민국이 해외인재들에게 경쟁력 있는 국가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앞으로 우수인재 유치와 양성에 주력하여 유학생이 한국에서의 학업과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와 세계 각지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K-교육의 위상을 더욱 높여가겠다”고 밝혔다.
외국인 유학생 30만 시대를 맞아 세종 역시 대학과 학생 수 확대를 넘어 교육·연구와 지역산업, 취업과 정주를 연결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세종공동캠퍼스 확대와 지역 대학의 국제화 전략이 정부의 정책 전환과 맞물려 해외 우수인재의 지역 정착으로 이어질지가 향후 관건이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 기자 daeyeol636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