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세종/최대열기자] 세종시교육청이 발간한 『세종교육백서』는 최교진 교육감 재임 12년 동안 추진된 교육혁신의 성과와 한계를 정리한 기록물이다. 고교평준화와 캠퍼스형 공동교육과정, 고교학점제, 직업교육 혁신 등 세종형 교육모델의 발자취를 담은 이 백서는 이제 제5대 강미애 교육감 체제에서 무엇을 계승하고 무엇을 보완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과제를 던지고 있다.
세종교육백서는 고교평준화와 공동교육과정, 고교학점제, 직업교육 혁신 등 지난 12년간 세종교육의 성과와 과제를 담고 있다. 제5대 강미애 교육감 체제가 이를 어떻게 계승·발전시킬지 관심이 모아진다. [그래픽=대전인터넷신문]
『모두가 특별해지는 세종교육』이라는 제목의 세종교육백서는 단순한 정책 홍보집이 아니다. 행정수도 세종 출범 이후 교육청이 추진해 온 교육정책의 철학과 성과, 한계를 스스로 기록한 교육혁신 보고서이자 향후 세종교육의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정책 기록물이다.
백서가 가장 강조하는 성과는 고교 상향 평준화다. 세종교육은 특정 학교로 학생이 집중되는 구조 대신 학생 선택권과 학교 간 균형 성장을 목표로 평준화 체제를 구축했다. 실제로 평준화 첫해인 2017학년도에는 후기고 배정 학생 1,890명 가운데 91.1%가 1지망 학교에 배정됐고, 3지망까지 포함하면 98.9%가 희망 학교에 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캠퍼스형 공동교육과정과 고교학점제, 교과중점학교를 연계해 학생들이 학교의 경계를 넘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조성했다. 캠퍼스형 공동교육과정은 학교와 학교, 학교와 대학, 학교와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세종형 교육혁신의 대표 모델로 성장했다.
직업교육 분야에서도 변화가 있었다. 세종장영실고 설립과 세종미래고 학과 개편, 직업계고 학점제 운영 등을 통해 미래 산업 수요에 대응하는 교육체계를 구축하고 학생들의 진로 선택 폭을 넓히기 위한 노력을 이어왔다.
백서는 이러한 성과를 단순한 대학 진학 실적보다 학생 선택권 확대와 교육 기회 균등 실현, 학교 간 격차 완화라는 측면에서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평준화 이후 일반고 전반의 교육 역량이 성장하고 공동교육과정을 통한 과목 선택권 확대가 이뤄졌다는 점을 주요 성과로 제시했다.
다만 백서는 정책 성과만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교사 수급 문제와 선택과목 개설 편차, 공동교육과정 운영에 따른 학사 일정 조정, 고교학점제 확대에 따른 교원 업무 증가 등 현장의 한계도 함께 담았다.
특히 학생 선택권 확대 정책이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교원 부족과 행정 부담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공동교육과정 확대에도 불구하고 일부 과목은 여전히 학교별 편차가 존재하며, 형식적 선택권과 실질적 선택권 사이의 간극도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평준화 이후 학력 수준 변화와 상위권 학생 교육 문제를 둘러싼 논쟁도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지적한다. 또한 고교학점제와 공동교육과정 확대에 따른 교원 업무 부담 문제 역시 현장에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백서가 의미 있는 이유는 이러한 성과와 한계를 함께 기록했다는 점에 있다.
관심은 이제 제5대 강미애 교육감 체제가 이 백서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쏠린다. 강미애 교육감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학력 신장과 기초학력 강화, 글로벌 진로탐험대 운영, 자율형 공립고 확대, AI디지털 특성화고 지정 등을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특히 최근 본지와의 통화에서 강 당선인은 "평준화는 우선 유지할 것"이라며 "야간 자율학습과 방과 후 프로그램을 강화해 학력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또 "공립고 가운데 자율형 공립고를 추가로 유치하겠다"고 말해 기존 평준화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학력 강화 정책을 병행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이는 백서가 강조한 교육 기회 균등이라는 철학을 유지하면서 학업 성취도 향상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제5기 세종교육이 백서의 성과를 전면 부정하기보다 계승 가능한 정책은 유지하고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캠퍼스형 공동교육과정과 고교학점제, 직업교육 혁신은 이미 전국적으로 주목받는 세종교육의 대표 정책으로 자리 잡았다. 이를 폐기하기보다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학력 향상과 연결하는 방식의 개선이 현실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몇 가지 과제는 분명하다. 첫째, 학생 선택권 확대와 학력 신장을 대립 관계로 볼 것이 아니라 함께 추진해야 한다. 과목 다양성은 유지하되 기초학력 보장 체계를 강화하는 균형이 필요하다.
둘째, 교원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한 지원 체계 구축이 요구된다. 공동교육과정과 고교학점제가 지속가능하려면 전담 인력과 행정 지원 확대가 뒷받침돼야 한다.
셋째, AI와 디지털 전환 시대에 맞는 교육과정 개편도 필요하다. 강 당선인이 제시한 AI디지털 특성화고 구상 역시 기존 직업교육 혁신 모델과 연계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넷째, 읍·면 지역과 동 지역 간 교육격차 문제도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세종교육이 추구해 온 '균등한 기회'가 도시 전체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정책 보완이 필요하다.
12년 전 세종교육은 '학교가 학생을 선택하는 교육'에서 '학생이 교육을 선택하는 교육'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고교평준화, 캠퍼스형 공동교육과정, 고교학점제, 직업교육 혁신 등 전국적으로 주목받는 세종형 교육모델도 탄생했다.
이제 세종교육은 또 다른 전환점에 서 있다. 최교진 교육감 12년 동안 구축된 세종형 교육혁신 모델 위에서 강미애 교육감 체제가 어떤 변화와 보완을 더할 것인지가 향후 세종교육의 새로운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세종교육백서』는 과거를 정리한 기록이자 미래를 위한 제안서다. 중요한 것은 계승과 폐기의 선택이 아니라 검증된 정책은 발전시키고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는 일이다. '모두가 특별해지는 교육'이라는 세종교육의 철학이 제5기 교육정책에서도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더 나아가 제5기 세종교육의 성공 여부는 평준화 유지와 학력 신장, 미래교육 확대와 교육격차 해소, 학생 선택권과 교원 업무 경감이라는 과제를 얼마나 균형 있게 해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세종교육 12년이 남긴 유산을 토대로 새로운 변화의 길을 찾는 일이 강미애 교육감 체제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전망이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 기자 daeyeol636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