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대전/최대열기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2월 24일 ‘충남·대전 행정통합특별법’ 처리를 유보하고 이튿날 대전 3개 구청장이 주민 동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통합 논의가 속도 중심에서 공론화와 절차 정당성 중심으로 전환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번 법사위 결정은 단순한 일정 지연이 아니라 통합 추진 방식에 대한 경고에 가깝다. 같은 날 함께 심사된 광주·전남 행정통합특별법은 의결된 반면, 충남·대전 특별법은 추가 논의로 넘어갔다. 국회 심사 과정에서 주민 동의와 사회적 합의 필요성이 주요 쟁점으로 제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의 반응은 곧바로 나왔다. 국민의힘 소속 박희조 동구청장, 서철모 서구청장, 최충규 대덕구청장은 2월 25일 공동 입장문을 통해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요구한 시민들의 판단이 반영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절차적 정당성과 주민 동의”라며 공론화와 설명 절차의 선행을 요구했다.
같은 당 기초단체장들이 공개적으로 신중론을 제기했다는 점은 현재 통합 추진 환경의 변화를 보여준다. 통합 자체에 대한 원론적 찬성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주민 설명과 객관적 정보 제공 없이 추진될 경우 정책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현실 인식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여론 흐름도 이러한 분위기를 뒷받침한다. 대전시 의뢰로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통합 반대가 41.5%, 찬성은 33.7%로 나타났고, 주민투표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71.6%에 달했다. 통합 여부보다 결정 과정의 정당성에 대한 요구가 더 크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다.
정책 여건 역시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행정통합의 실익을 좌우할 재정 특례와 권한 이양 수준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추진 속도를 높일 경우 정치적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중앙정부 지원의 범위와 방식이 향후 논의의 핵심 변수로 꼽히는 이유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법사위 유보와 관련해 “아주 잘한 일”이라며, 항구적인 재정 지원과 권한 보장이 포함된 보다 완성도 높은 법안 마련 필요성을 언급했다. 유보를 계기로 추진 조건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이번 유보는 통합 논의의 중단이 아니라 방향 조정의 신호로 읽힌다. 다만 추진 환경은 이전보다 한층 까다로워졌다. 광역단체 중심의 속도전과 달리 기초단체에서는 부담이 공개적으로 제기되고 있고, 주민 여론 역시 신중론과 절차 요구로 기울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통합은 정책 결정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 과정에 가깝다. 법사위 유보는 그 출발점이 주민이라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켰다. 앞으로 통합의 성패는 추진 속도가 아니라, 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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