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대전/최대열기자] 대전·충남 행정통합 특별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보류된 것은 대전 지역 반대 여론과 권한·재정 설계 미비, 여야 간 입장 차이 등이 겹친 결과로, 추진 과정 전반의 준비 부족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전·충남 행정통합 특별법 처리 보류 장면(왼쪽)과 이장우 대전시장·김태흠 충남지사의 통합 조건 관련 발언 모습을 결합한 합성 이미지.. [그래픽-대전인터넷신문]
법사위 보류 이후 정치권에서는 책임 공방이 이어졌지만, 이번 결과는 특정 주체의 문제라기보다 정책 설계와 추진 과정 전반의 한계가 드러난 사례로 보는 시각이 많다. 통합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과 별개로, 추진 조건과 절차가 충분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논의가 앞섰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대전 지역 여론이 정책 추진의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대전시가 실시한 시민 인식 조사에서 행정통합 반대가 41.5%, 찬성은 33.7%로 나타났고, 주민투표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71.6%에 달했다. 통합 추진에 앞서 시민 동의를 확보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은 상황에서 국회가 속도를 내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정책 설계 방향도 논란의 배경이 됐다. 정부가 제시한 방안은 한시적 재정 인센티브와 교부 방식 지원이 중심이었다. 그러나 행정통합은 단순한 재정 지원이 아니라 조직·인사·재정 권한 재편을 수반하는 구조 개편이라는 점에서, 실질적인 자치권 보장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지역에서 제기돼 왔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역시 정부 발표 이후 항구적 재정 기반과 조직·인사권, 주요 사업 추진권을 법률로 명확히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통합의 실익이 구체화되지 않으면 행정 규모 확대에 따른 부담만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른 지역 사례와의 구조적 차이도 논의된다. 전북은 단일 광역자치단체가 특별자치도로 전환되는 방식으로 중앙 권한 이양과 특례를 법으로 먼저 정비한 뒤 시행에 들어갔다. 반면 대전·충남은 서로 다른 광역단체를 통합해야 하는 만큼 조직과 재정 구조를 새로 설계해야 하고, 중앙정부와의 권한 재조정도 동시에 추진해야 하는 높은 난도를 안고 있다.
국회 상황도 영향을 미쳤다. 더불어민주당은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통합 필요성을 강조하며 법안 처리를 요구했고, 국민의힘은 주민 공감대와 제도 보완이 선행돼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여야 간 인식 차이가 좁혀지지 않으면서 법사위 단계에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내려진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이번 보류는 ‘누가 막았는가’보다 ‘무엇이 부족했는가’를 보여준다. 통합 논의는 단체장 제안과 정치적 추진력에 의존했지만, 권한 이양 범위와 재정 구조, 통합 이후 행정 운영 모델 등 핵심 설계는 충분히 제시되지 못했다.
향후 논의가 재개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우선 특별법에 중앙사무 이양 범위와 조직·인사권, 규제 특례 등 실질적 권한을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상징적 지위 부여나 한시적 지원만으로는 통합 효과를 설명하기 어렵다.
또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명확히 해야 한다. 주민투표 실시 여부와 시기, 공론화 과정, 비용·편익 분석 등을 사전에 공개하지 않으면 정책 신뢰를 확보하기 어렵다. 여론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정치권의 합의 역시 쉽지 않다.
통합 이후 혼란을 줄이기 위한 과도기 설계도 필요하다. 조직 통합 방식과 인사 체계, 공공기관 기능 조정, 생활권 서비스 유지 방안 등을 단계별로 제시해야 한다. 행정 불확실성이 클수록 반대 여론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대전·충남 통합은 수도권 대응과 지역 경쟁력 확보라는 정책 목표를 갖고 있다. 그러나 정책의 성공 여부는 추진 속도가 아니라 준비 수준에 달려 있다. 이번 법사위 제동은 통합 논의가 멈췄다는 의미보다, 조건과 절차를 다시 정비하라는 신호로 볼 필요가 있다. 권한과 재정 구조, 주민 동의라는 세 가지 축이 갖춰지지 않는다면 통합 논의는 같은 지점에서 다시 멈출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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