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최대열기자] 초등 저학년의 하교 시간을 오후 3시로 늦추는 방안을 놓고 반대 국민의견이 5만 명을 넘어 국가교육위원회의 공식 절차 진행 요건을 충족한 가운데, 전교조는 논의 폐기를, 정치하는엄마들은 공론화 지속을 요구하면서 교육·돌봄 정책을 둘러싼 논쟁이 확산하고 있다
초등 저학년 ‘3시 하교제’를 놓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전면 폐기를 요구하는 반면, 정치하는엄마들은 성급한 철회에 반대하며 공론화를 계속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왼쪽은 지난 17일 정부서울청사 후문에서 열린 전교조 교사집회, 오른쪽은 정치하는엄마들이 21일 발표한 성명 내용을 토대로 구성한 그래픽이다. [사진=전국교직원노동조합·그래픽=대전인터넷신문]
초등학교 저학년의 학교 일과를 오후 3시까지 확대하는 이른바 ‘초등 3시 하교제’를 둘러싼 논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국가교육위원회 국민의견플랫폼에서 정책에 반대하는 의견이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가운데 교원단체와 양육자단체가 서로 다른 해법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인터넷신문이 22일 국가교육위원회 국민의견플랫폼을 확인한 결과, 지난 8월 26일 등록된 ‘초등학생 오후 3시 하교 정책 반대’ 의견에는 5만7223명이 동의했다. 동의기간은 오는 11월 24일까지다. 국교위는 지난 6월 30일부터 개정된 관련 제도에 따라 국민의견플랫폼에 게시된 교육정책 의견이 게시일로부터 90일 이내 국민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국민의견 수렴·조정 절차를 진행하도록 하고 있다. 해당 의견은 이미 5만 명 요건을 충족했다.
해당 의견 제안자는 초등 저학년의 발달 특성을 들어 오후 3시 하교에 반대하면서 현재보다 수업시수를 줄이고 신체활동과 자유놀이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했다. 이는 국민이 플랫폼에 제출한 정책 의견으로 국교위의 공식 정책 입장은 아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자체 홍보물을 통해 “‘초등 3시 하교제 철회’가 국교위 1호 심의 안건으로 상정됩니다”라며 “교사들이 해냈습니다”, “500여 교사 분노가 만든 성과”라고 평가했지만 본지가 국교위 공개자료를 확인한 결과 현재까지 국교위가 이 사안을 공식적으로 ‘1호 심의 안건’으로 명명하거나 본회의 정식 상정을 공고한 자료는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1호 심의 안건’과 ‘교사들이 해냈다’는 표현은 현 단계에서는 전교조 측의 주장과 평가로 보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복수의 국교위원을 취재한 언론보도를 보면 3시 하교제 반대 국민의견이 5만 명을 넘으면서 국교위가 차기 본회의에서 정책 철회 문제를 안건으로 다룰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차기 본회의 일정과 공식 안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특히 국교위 국민의견에 동의한 5만7223명의 구성은 공개되지 않아 이를 전교조 조합원이나 교사들의 동의로 볼 근거는 없다. 전교조가 별도로 전국 초등교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체 설문에는 2만2768명이 참여했다.
국교위가 지난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최한 2026년 제10차 회의의 공개 안건은 ▲학교시민교육 기본원칙 최종보고 ▲대입제도 관련 국민참여위원회 숙의 결과 보고 ▲특별위원회 활동 내용 중간보고 등 보고안건 3건이었다. 이후 워크숍에서는 중장기 국가교육발전계획을 심층 논의했다. 따라서 17일 회의에서 ‘3시 하교제 철회안’이 이미 정식 심의안건으로 상정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향후 5만 명 동의에 따른 국민의견 수렴·조정 절차에서 해당 요구가 어떻게 다뤄질지가 관건이다.
국교위는 국가교육발전계획에 포함될 개별 정책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국교위는 지난 7일 설명자료에서 개별 의제의 국가교육발전계획 포함 여부는 결정된 바 없으며, 본위원회 논의와 대국민 의견수렴, 숙의·공론 등을 거쳐 2027년 3월 말까지 국가교육발전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국교위는 지난 3일 국회미래연구원, 한국교육개발원과 함께 국회도서관에서 ‘초등 저학년 교육시간 확대와 교육 내실화를 위한 정책 포럼’을 열고 저학년 교육시간 확대와 교육 내실화 방안을 논의했다.
전교조는 이후 지난 1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후문에서 ‘초등 3시 하교제 및 0~5세 유보통합 논의 폐기 촉구 9·17 교사집회’를 열었다. 전교조에 따르면 전국에서 초등교사와 유치원교사 등 약 500명이 참석해 3시 하교제 논의 중단을 요구했다. 전교조가 지난 8월 24일부터 27일까지 전국 초등교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체 긴급 설문에는 2만2768명이 참여했으며, 응답자의 99.0%가 초등 저학년 3시 하교제에 반대했다고 밝혔다. 또 85.4%는 돌봄 공백의 해법으로 정규수업 연장이 아닌 가정과 지역사회의 돌봄체계 강화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결과는 전체 국민이나 학부모를 대상으로 표본을 추출한 여론조사가 아니라 전교조가 초등교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자체 설문이라는 점에서 조사 대상과 방법을 고려해 해석할 필요가 있다.
전교조 측이 내세우는 핵심 논리는 초등 저학년의 발달 특성과 휴식·놀이권이다. 32년 차 초등교사 양00 씨는 집회에서 “3교시만 지나도 집중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7~8세 아이들에게 일률적으로 정규수업을 늘리는 것은 신체적·정서적 한계를 외면하는 일”이라며 부모가 제시간에 퇴근할 수 있는 노동환경과 국가 책임의 돌봄체계를 우선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영환 전교조 위원장도 “돌봄 공백의 해법은 학교 수업을 억지로 늘려 아이들을 교실에 묶어 두는 것이 아니라, 국가 중심의 공적 돌봄 체계를 바로 세우고 지역사회 기반의 지원을 확대하는 것”이라며 3시 하교제 논의의 중단과 폐기를 요구했다.
반면 양육자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지난 21일 성명을 내고 국교위가 반대 여론을 이유로 정책 논의를 성급하게 중단해서는 안 된다며 예고한 공론화 절차를 계속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짧은 정규교육 시간이 오후 돌봄 공백과 사교육 의존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후 3시까지 기존 교과수업을 단순히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예체능과 독서, 놀이, 체험활동 등을 포함하는 공교육 체제로 학교 일과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학부모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한 돌봄이 아니라, 학교 안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 맺고 예체능·독서·체험활동 등 실질적인 배움을 누릴 아동의 교육권”이라며 정책 철회보다 충분한 사회적 공론화가 먼저라고 밝혔다.
정치하는엄마들은 특히 일부 교사들이 3시 하교를 ‘국가 차원의 아동학대’라고 표현한 데 대해서도 반박했다. 해외 여러 국가가 한국보다 긴 정규 교육시간을 운영하는 상황에서 오후 3시까지 학교에 머무는 것 자체를 아동학대로 규정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사교육 문제도 양측 주장이 맞서는 주요 지점이다. 교육부의 2025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 초등학생 사교육비 총액은 12조2000억 원, 사교육 참여율은 84.4%로 집계됐다. 다만 높은 사교육 참여율의 원인을 짧은 정규교육 시간에서만 찾기는 어렵다. 정치하는엄마들은 학교가 오후 시간의 교육을 일정 부분 책임하면 사교육 의존을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반대 측은 수업시간을 늘려도 학원 이용 시간이 뒤로 이동하는 데 그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국교위 국민의견플랫폼에는 반대 의견뿐 아니라 3시 하교 도입을 요구하는 의견도 올라와 있다. 지난 2일 등록된 ‘초등 저학년 오후 3시 하교제 도입을 제안합니다-돌봄을 넘어 공교육의 책임과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에는 22일 현재 64명이 동의했다. 해당 제안자는 기존 교과수업을 단순히 연장하는 방식에는 반대하면서도 놀이·체육·예술·독서·창의활동과 충분한 휴식을 포함하고 별도 인력과 재정을 확보하는 것을 전제로 3시 하교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반대 의견의 5만7223명과 찬성 의견의 64명을 일반적인 찬반 여론조사 결과처럼 직접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각각 별도로 등록된 국민 제안에 자발적으로 동의한 숫자로 표본설계에 따른 여론조사 결과가 아니기 때문이다.
양측 모두 ‘아동의 권리’를 내세우지만 강조점은 다르다. 전교조 측은 초등 저학년의 발달 특성과 쉼·놀이·가족과 함께할 시간을 강조하면서 정규교육 확대 대신 공적 돌봄 강화를 주장한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오후 돌봄·교육 공백과 사교육 문제를 들어 학교 안에서 누구나 일정 수준의 교육·문화·놀이 경험을 누릴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단순한 ‘교사 대 학부모’의 대립으로 보기도 어렵다. 전교조의 17일 집회에는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가 참여해 3시 하교제에 반대했다. 반면 정치하는엄마들은 공론화 지속을 요구하고 있어 학부모·양육자 사이에서도 정책 해법이 나뉘고 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국교위에 ▲성급한 정책 철회 대신 예고한 공론화 절차 이행 ▲국제 통계와 전문가 의견, 양육자와 아동의 목소리를 균형 있게 수렴 ▲해외 전일제 교육의 재정·인력 운영 사례를 검토한 단계적 이행방안 마련 등을 요구했다.
결국 ‘초등 3시 하교제’ 논쟁은 오후 3시라는 시간표 자체를 넘어 초등 저학년의 정규수업 이후 시간을 학교와 국가, 지역사회와 가정이 각각 어디까지 책임질 것인지에 대한 교육·돌봄체계의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반대 국민의견이 국교위의 국민의견 수렴·조정 절차 진행 기준인 5만 명을 넘어선 가운데 국교위가 개별 정책의 채택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힌 만큼, 향후 공식 절차에서 교원과 양육자뿐 아니라 정책의 직접 당사자인 아동의 의견을 어떤 방식으로 수렴할지가 주요 쟁점으로 남게 됐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 기자 daeyeol636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