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최대열 기자] 세종시교육청이 ‘글로벌 진로탐험대’와 관련해 중3 학생·학부모 설문에 나선 가운데, 교육격차를 줄이기 위한 선택지를 제시하면서도 자부담·체험권역·기간을 최종 사업에 어떻게 조합할지는 여전히 쟁점으로 남았다.
세종시교육청이 추진 중인 ‘글로벌 진로탐험대’ 학생·학부모 설문을 바탕으로 구성한 이미지. 학부모 설문에는 사업 찬반과 자부담 비율·금액 등이, 학생 설문에는 참가 의향과 여권 보유·해외여행 경험 등이 포함됐다. 교육청은 장거리 권역 약 500만원, 중거리 권역 약 350만원의 1인당 총비용을 제시했다. [그래픽·이미지=대전인터넷신문/AI 제작]
세종시교육청이 강미애 교육감의 공약인 ‘글로벌 진로탐험대’를 놓고 중학교 3학년 학생과 학부모 의견수렴에 들어갔다. 본지가 실제 설문 문항을 살펴본 결과 교육청은 자부담에 따른 체험기회 격차 가능성을 직접 제시하고 이를 줄이는 방안까지 학부모에게 물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이번 설문을 단순히 가정의 경제력에 따라 학생의 체험 국가와 기간을 나누기 위한 조사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자부담 가능 수준과 권역별 비용에 대한 의견을 먼저 확인하고 희망 체험기간을 별도 조사해 최종 사업모델을 조정하려는 수요조사 성격도 함께 나타난다.
다만 교육청이 자부담 수준과 장·중거리 권역, 체험기간을 하나의 설명구조로 제시하면서도 각각의 비용 산출근거와 최종 적용방식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여전히 확인해야 할 부분은 남아 있다.
본지가 확보한 학교 안내문에는 “현재 사업은 관계부처 협의와 세종시의회 예산 심의 등의 절차가 남아 있어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으나, 확정될 경우에 대비하여 사업의 직접 당사자인 학부모님의 의견을 미리 여쭙고 이를 사업 계획에 반영하고자 한다”고 명시돼 있다.
학부모 설문 첫 문항은 ‘위 글로벌 진로탐험대 사업에 찬성하십니까?’로, 찬성·반대·중립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이어 2번 문항에서는 1인당 총비용을 미국 등 장거리 권역 약 500만원, 아시아권 등 중거리 권역 약 350만원으로 제시하고 적정 자부담 비율을 10%·20%·30% 내외 또는 기타 가운데 선택하도록 했다.
교육청은 이 과정에서 “자부담 비율이 높은 경우 미국 등 장거리 권역에서 장기간(5박7일 정도) 운영 가능”, “자부담 비율이 낮은 경우 교육청 재정 여건상 아시아권 등 중거리 권역에서 단기간(3박4일~4박5일) 운영 가능”이라고 설명했다.
3번 문항에서는 학부모가 부담하기 적정하다고 생각하는 자부담 금액을 별도로 물었다. 선택지는 30만원·50만원·100만원·150만원 내외다.
주목되는 것은 다음 문항이다. 교육청은 권역에 따라 자부담 금액이 달라지는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으면서 서로 다른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하나는 다양한 금액대의 체험권역을 운영할 경우 희망 권역·국가에 따라 자부담 금액이 달라질 수 있고, 이를 ‘가정형편에 따른 체험기회 격차’로 볼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체험권역별 금액을 동일하게 하고 동일한 금액 안에서 다양한 체험권역을 개발해야 한다는 취지다.
다른 하나는 체험권역별 총비용과 이에 따른 자부담 금액이 달라지더라도 체험권역을 다양하게 마련해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문항은 교육청도 자부담 차이가 학생들의 체험기회 격차로 이어질 가능성을 사업 설계 단계에서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줄이는 방안과 학생 선택권을 확대하는 방안을 놓고 학부모 의견을 확인하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6번 문항에서는 ‘위 프로그램의 운영 기간으로 어느 일정을 희망하십니까?’라고 별도로 묻고 3박4일 이내·4박5일 이내·5박7일 이내·기타 가운데 선택하도록 했다.
이는 앞선 문항에서 자부담 수준과 장·중거리 권역, 체험기간을 연계해 설명했지만 실제 희망 기간은 별도로 조사하고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설문만으로 자부담을 많이 낼 수 있는 가정의 학생은 미국 5박7일, 적게 낼 수 있는 가정의 학생은 아시아 3박4일로 각각 배정하는 방식이 확정됐다고 볼 근거는 없다.
오히려 자부담 가능 수준과 권역별 비용, 형평성에 대한 인식, 희망 체험기간 등을 각각 조사한 뒤 이를 종합해 하나 또는 복수의 사업모델을 설계하려는 과정일 가능성도 열려 있다.
그럼에도 의문은 남는다. 교육청은 자부담 비율이 낮을 경우 ‘교육청 재정 여건’을 이유로 아시아권 등 중거리 권역뿐 아니라 체험기간도 3박4일~4박5일로 짧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체험 비용에는 항공료뿐 아니라 숙박비·식비·현지 교통비·프로그램 비용 등이 포함된다. 통상 장거리 이동은 중거리보다 항공료 등 이동비 부담이 커질 수 있지만 국가별 체류비와 프로그램 비용도 다른 만큼 거리만으로 전체 비용을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설문에 장거리 약 500만원과 중거리 약 350만원이 어떤 세부 항목과 기준으로 산출됐는지 제시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중거리 권역의 경우 왜 체험기간까지 단축하는 모델을 함께 제시했는지는 설문만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더욱이 뒤 문항에서는 3박4일부터 5박7일까지 체험기간을 독립적으로 선택하도록 했다. 결국 자부담·체험권역·체험기간이라는 세 요소를 교육청이 최종 사업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조합할 것인지가 이번 설문 결과를 해석하는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학생 설문에서는 학부모 설문과 달리 사업 자체의 찬성·반대 대신 “‘글로벌 진로탐험대’가 운영된다면 참가하고 싶나요?”라고 물어 참가 의향을 5단계로 조사한다.
이어 여권 보유 여부와 해외에 가본 경험도 묻는다. 해외 경험은 ‘없다·1번·2~3번·4번 이상’으로 나눴으며 진로 결정 정도, 관심 분야, 방문하고 싶은 곳, 선호 활동, 프로그램을 통해 얻고 싶은 것 등을 조사한다.
참가를 망설이는 이유로는 안전, 건강, 비용, 가족과 오래 떨어지는 문제, 외국어, 학원·공부 일정 등을 복수 선택하도록 했다. 여권과 해외여행 경험을 포함한 각 문항이 향후 대상자 선정이나 프로그램 설계에 어떻게 활용되는지도 관심사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세종지부는 이번 설문을 ‘사업 추진을 위한 명분 쌓기’라고 비판하며 글로벌 진로탐험대 사업 폐기를 요구하고 있다.
전교조 세종지부는 사업의 필요성과 교육적 타당성을 충분히 검증하기보다 사업 추진을 전제로 세부 운영방식을 선택하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학생에게 여권 보유와 해외여행 경험까지 묻는 것은 학생의 가정환경과 경제적 여건에 따른 경험 차이를 드러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실제 설문 원문을 보면 학부모에게는 첫 문항에서 사업 자체에 대한 찬성·반대·중립을 직접 묻고 있다. 또 자부담 차이에 따른 체험기회 격차 가능성과 이를 줄이는 방안까지 선택지로 제시하고 있어 전교조 주장과 함께 설문 전체의 구성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의견수렴 시점도 쟁점이다. 교육청은 이미 사업안을 마련해 보건복지부와 사회보장제도 신설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관계부처 협의와 세종시의회 예산심의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설문을 실시했다.
따라서 설문 결과가 사업 자체의 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자료인지, 관계부처 협의 과정에서 사업안을 수정·보완하기 위한 자료인지, 또는 추진을 전제로 자부담과 권역·기간 등 세부 운영모델을 결정하기 위한 자료인지에 따라 이번 의견수렴의 성격도 달라질 수 있다.
결국 이번 설문에서 주목할 부분은 단순한 찬반 비율이나 어느 국가를 선호하는지만이 아니다. 교육청이 학부모의 부담 여력과 교육기회 형평성, 학생 선택권이라는 서로 충돌할 수 있는 요소를 어떤 기준으로 조정할 것인지, 그리고 500만원·350만원으로 제시한 권역별 비용과 체험기간의 산출근거를 얼마나 투명하게 제시할지가 사업의 교육적·재정적 타당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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