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세종/최대열기자] 27일 충남 홍성군 금마면 평촌마을회관 처마에 제비 한 쌍이 둥지를 틀고 새끼들에게 먹이를 주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최근 집중호우로 깊은 상처를 입은 마을에 생명의 회복과 새로운 시작의 상징으로 큰 위로를 전하고 있다.

충남 홍성군 금마면 평촌마을은 최근 집중호우로 비닐하우스가 침수되고 농경지가 무너지는 등 막대한 피해를 입은 지역이다. 그러나 자연의 작은 생명은 누구보다 빠르게 마을에 회복의 기운을 전하고 있다.
27일 오전, 복구 활동을 위한 자원봉사자들의 쉼터로 쓰이는 마을회관 처마 밑에 제비 한 쌍이 둥지를 틀고 새끼 제비에게 먹이를 나르는 장면이 눈에 띄었다. 한여름의 폭염 속에서 번식 활동이 이뤄진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제비는 일반적으로 3월부터 5월 사이 남부 지방에서 번식기를 시작해 늦어도 6월 중순까지 둥지를 틀고 알을 낳는다. 한 번의 산란에서 4~6마리 정도의 새끼를 키우며, 일부는 1년에 두 번 번식하기도 한다. 하지만 7월 하순 이후 번식 사례는 극히 드물며, 이번 홍성 평촌마을의 사례는 날씨 변화와 생태 환경의 적응력을 보여주는 예외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또한, 제비는 해마다 봄이면 동남아시아나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날아와 한반도에서 번식한 뒤, 가을이면 다시 남쪽으로 이동하는 대표적인 철새다. 이들은 한국을 거쳐 몽골, 시베리아까지 오르기도 하며, 전 세계를 무대로 생명의 순환을 이어간다.
둥지를 튼 제비는 단지 한 쌍의 새가 아니다. 이들은 자신이 선택한 이 마을에 ‘다시 삶이 시작된다’는 상징적인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제비가 머무는 집에는 복이 깃든다는 속설처럼, 이번 둥지는 수해로 지친 마을 주민들에게 자연이 전하는 무언의 위로이며, 동시에 살아 있는 희망의 징표이다.
마을 주민과 자원봉사자들 모두 제비의 존재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제비의 부지런함과 강인한 생명력은 일상과 생업을 복구해 나가는 이들에게 격려와도 같은 존재다.
홍성군 관계자는 “제비가 둥지를 틀고 새끼를 키우는 모습을 보며 많은 분이 감동을 하고 있다”라며 “이제는 마을도, 사람도 함께 회복되어가는 과정에 있다는 신호처럼 느껴진다”라고 전했다.
무너진 일상 속에서도 삶은 다시 피어난다. 처마 밑에 자리 잡은 제비 둥지처럼, 평촌마을에도 다시 복과 생명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하늘을 날며 계절을 잇는 제비의 여정처럼, 마을도 이제 서서히 회복의 날갯짓을 시작하고 있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