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세종/최대열기자] 세종시 새롬동 유휴부지를 활용해 조성된 잔디광장이 시의회 행정복지위원회의 예산 전액 삭감 결정으로 유지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환경정화 활동에 나서며 시의회의 결정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지난 2024년 10월 18일, 세종시는 새롬동 577번지 체육시설용지 유휴지(7,154㎡)를 도심 속 임시 잔디광장으로 조성해 시민들에게 개방했다. 이곳은 새롬동 주민센터와 초등학교, 아파트 단지, 상업 시설이 인접해 있는 지역으로, 그간 공터로 방치돼 도시미관 저해 논란이 있었던 곳이다. 시는 시민 의견을 반영해 장기 체육시설 건립 전까지 임시 활용방안으로 잔디광장을 조성했고, 현재 1,000여 평 규모에 목 수국 등의 관목과 초화류, 맨발 산책로, 어린이 모래놀이터 등을 갖춰 주민들의 쉼터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지난 6월 18일 세종시의회 행정복지위원회(위원장 김현미)가 해당 잔디광장 유지관리에 필요한 예산 1,500만 원 전액을 삭감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행정복지위원회는 예산 삭감의 이유로 "시급성이 부족하다"라는 점을 들었으나, 지역 주민들의 반발은 거셌다. 특히 삭감을 주도한 김현미 위원장과 지역구 의원 김현옥 의원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라는 점에서 주민들 사이에서는 사적간 사심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예산 전액 삭감 소식이 전해진 이후, 새롬동 주민들은 실망을 넘어 분노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주민자치회를 비롯해 통장협의회, 지역사회보장협의회, 바르게살기 새롬동지회, 자유총연맹 새롬동지회, 자율방제단, 녹십자 회, 새뜸마을 1~14단지 입주민 등은 지난 7월 3일 자발적인 환경정화 활동에 나섰다. 잔디를 깎고, 쓰레기를 줍는 등 예산 공백을 주민들이 스스로 메우고 있는 것이다.

이에 더해 주민들은 8일과 9일 잔디광장 주변에 ▲"예산 삭감은 공동체 해체", ▲"주민 쉼터 예산 백지화시킨 시의회 규탄", ▲"주민은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 ▲"외면한 시의회는 각성하라", ▲"예산 삭감한 의원, 반드시 기억하겠다" 등 강도 높은 내용의 현수막을 일제히 내걸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심판하겠다는 여론도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주민들은 “잔디광장은 단순한 녹지공간이 아니라, 주민 간의 소통과 공동체 활동의 중심”이라며 “이러한 공간에 대한 지원이 끊기는 것은 곧 마을 공동체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주민은 “아이들이 뛰노는 삶의 공간을 왜 정치적 판단으로 없애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며 “주민들이 이렇게까지 나서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라고 토로했다.
세종시 체육진흥과는 과거 조성 당시 “체육시설 건립 전까지 시민들의 훌륭한 쉼터가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한 바 있다. 그러나 유지보수 예산이 삭감되면 조경 유지와 위생 관리가 어려워지고, 자칫 도심 속 흉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종시의회 행정복지위원회는 예산 삭감의 불가피성을 주장하며, 다른 긴급한 수요를 충당하려는 조치였다고 설명했지만, 주민들은 “1,500만 원이 적은 금액이 아닌 것은 알지만, 주민 공동체와 아이들의 쉼터를 정치적으로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새롬동 잔디광장은 단순한 공공시설을 넘어 지역 주민들의 삶과 연결된 공동체의 공간이다. 주민 스스로가 환경을 가꾸고 시의회의 결정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모습은 곧 지방자치의 본질을 다시 묻게 한다. 시민의 자발성과 공동체 정신을 외면한 정책 결정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의회는 이제 주민의 목소리에 응답해야 할 시점이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