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최대열 기자] 정부가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 등 중앙행정기관의 세종 이전을 추진하면서 2021년 폐지된 이전기관 종사자 주택 특별공급 재도입 가능성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정부가 특공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주택 소유 지원보다 직원과 배우자, 자녀까지 실제 세종에 정착하도록 하는 대책이 우선돼야 한다는 과제가 제기된다.
정부가 2027년 상반기부터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 등 중앙행정기관의 세종 이전을 추진하면서 이전기관 종사자 주택 특별공급 재도입 여부가 다시 관심사로 떠올랐다. 정부는 특공 여부를 의견수렴 등을 거쳐 결정한다는 방침으로, 주택 공급뿐 아니라 직원과 가족의 주거·교육·보육·교통 등 실질적인 정주여건 마련이 주요 과제로 제기되고 있다. [그래픽·이미지=대전인터넷신문 AI 제작]
정부는 지난 3일 ‘2차 중앙행정기관 및 공공기관 이전 방향과 공공기관 기능 개혁 추진 방안’을 발표하고 2027년 상반기부터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 등 규모와 이전 효과가 큰 중앙행정기관을 우선적으로 세종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청과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본청 등 별도 청사가 필요한 기관은 청사 신축 이후 이전하고, 다른 수도권 소재 중앙행정기관도 기능과 성격, 기관 간 업무 연계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이전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정부는 기관 이전과 함께 직원과 가족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주거·교육·보육·교통 등 정주여건을 개선하겠다는 방침도 제시했다.
이 가운데 세종지역에서 다시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는 것이 이전기관 종사자 주택 특별공급이다. 세종에서는 중앙행정기관 이전 과정에서 이전기관 종사자를 대상으로 주택 특별공급 제도가 운영됐지만 특혜와 시세차익 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면서 2021년 폐지됐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3일 정부 브리핑에서 이전기관 종사자 특별공급을 다시 고려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특공 문제에 대해서는 일단 지난 1차 이전 시기에 평가된 부분이 있다”며 “거기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부정적인 평가 때문에 안 할 거냐는 문제는 또 고민이 필요한 문제도 있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이어 “특공 여부에 대해서는 검토를 할 시간이 필요하고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오늘 내용에는 빠져 있다”며 “다음에 그런 논의를 거쳐서 최종 결정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특별공급 재도입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셈이지만 현재까지 시행 여부와 공급 대상·규모, 실거주 조건 등은 결정되지 않았다.
특공 논의가 본격화할 경우 우선 따져봐야 할 것은 제도의 목적이다. 이전기관 직원의 일시적인 주거 부담을 덜어주는 것인지, 직원과 가족이 생활 기반을 세종으로 옮겨 장기간 정착하도록 만드는 것인지에 따라 지원 방식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중앙행정기관 종사자는 직업 특성상 인사발령과 전보 등에 따라 근무지가 바뀔 수 있다. 특정 시점에 세종 소재 기관에서 근무한다고 해서 정년까지 세종에서 근무하거나 장기간 거주하는 것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일정 기간 세종에서 근무한다는 이유만으로 일반 시민보다 유리한 주택 취득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장기 정착이라는 정책 목적에 부합하는지 형평성 측면에서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특별공급으로 주택을 취득한 뒤 인사발령 등으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 이를 처분할 수 있다면 정주지원이 결과적으로 개인의 자산 형성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반대로 이전 직원의 주거 문제를 개인에게만 맡기는 것도 중앙행정기관 이전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 주거와 교육 등 생활 기반이 충분하지 않으면 가족은 수도권 등에 남겨두고 직원만 세종에서 근무하거나 장거리 출퇴근을 선택할 수 있다. 이는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세종 중심의 국정운영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정책 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다.
결국 쟁점은 ‘특공을 줄 것인가, 말 것인가’를 넘어 직원과 가족의 생활 기반을 어떻게 세종으로 옮기게 할 것인가에 있다.
특별공급 이외에도 정착을 지원할 수 있는 대안은 있다. 우선 주택 소유 기회를 우선 제공하는 대신 이전 직원이 세종에서 근무하는 동안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장기 공공임대주택이나 기관 사택을 확보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인사발령으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경우 주택을 반환하는 방식이라면 주거 부담을 낮추면서 시세차익과 특혜 논란도 줄일 수 있다.
전세보증금 저리대출과 월세·이사비 등 실질적인 주거비를 지원하는 방법도 대안이다. 주택 소유권을 제공하지 않고도 갑작스러운 근무지 이전으로 발생하는 경제적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가족 정착을 위해서는 주택 이외의 조건도 중요하다. 맞벌이 가정은 배우자의 직장이 가족 이주를 결정하는 주요 요인이 될 수 있다. 공공부문에 근무하는 배우자의 경우 기관 간 인사교류와 근무지 이전 지원을 확대하고, 민간부문 종사자에게는 지역 일자리 정보와 취업·창업 지원을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자녀를 동반하는 가정에는 전학과 학교 배치, 보육·돌봄 정보를 체계적으로 제공하고 실제 학생 유입 규모에 따라 학교와 보육·돌봄 시설을 확충하는 등 선제적인 교육대책도 필요하다. 의료와 문화·생활편의시설, 대중교통 등 도시 전체의 정주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정 직군에 주택을 공급하는 것과 달리 기존 세종시민과 새로 이주하는 가족이 함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 수용성을 높일 수 있다.
지원 기준을 ‘이전기관에 근무하는가’에서 ‘실제로 세종에 정착하는가’로 전환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다. 처음부터 주택 소유 기회를 제공하기보다 실제 세종 전입과 가족 동반 이주, 일정 기간 계속 거주 등을 기준으로 단계적인 정착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면 단기 근무자와 장기 정착자를 구분하면서 제도의 목적도 보다 분명하게 할 수 있다.
특별공급을 다시 도입하기로 결정할 경우에는 과거 제도의 문제를 반복하지 않을 별도의 안전장치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무주택과 실제 세종 전입 요건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장기 실거주 의무를 두는 한편, 일정 기간 안에 주택을 처분할 경우 특별공급으로 발생한 이익의 일부를 환수하거나 공공이 우선 환매하도록 하는 방안 등이 대안으로 제시될 수 있다. 다만 정년까지 일률적으로 주택 매각을 금지하는 방식은 인사발령과 퇴직, 질병, 가족 사정 등 불가피한 상황을 반영하기 어렵고 재산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논란이 발생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정부 역시 이번 이전에서 직원뿐 아니라 가족의 정착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이전 기관 임직원들의 불편이 없도록 이전 비용과 주거지원 비용 등도 두텁게 지원하고 교육 및 의료 등 정주여건도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도 “이전 직원과 가족이 세종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주거와 교육, 보육, 교통 등 정주여건을 살피고 기관이 조기에 안정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근무 환경도 함께 조성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중앙행정기관 이전과 가족 정착을 함께 강조한 만큼 향후 주거지원 정책 역시 단순한 주택 공급을 넘어 가족 전체의 생활 기반을 세종으로 옮기는 방향으로 설계할 필요성이 커졌다.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는 행복도시법상 이전 제외기관에서 삭제하는 법 개정 등을 거쳐 2027년 상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경찰청과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본청 등 별도 청사가 필요한 기관은 청사 신축 이후 이전이 추진된다.
중앙행정기관의 세종 이전이 단순히 청사의 주소를 옮기는 데 그치지 않고 수도권 인구 분산과 행정수도 완성으로 이어지려면 결국 직원과 가족의 실질적인 정착이 뒤따라야 한다. 정부가 풀어야 할 문제도 이전기관 종사자에게 아파트를 어떻게 공급할 것인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직원과 배우자, 자녀가 함께 세종으로 생활 기반을 옮길 수 있도록 주거·일자리·교육·보육·의료·교통을 하나의 ‘정착 패키지’로 설계하는 것이 보다 근본적인 해법이다.
특별공급을 다시 도입할 경우에도 혜택의 기준은 단순한 ‘이전기관 재직 여부’보다 ‘실제 세종 정착’에 맞춰져야 한다. 이번 2차 중앙행정기관 이전이 과거의 특공 논란을 되풀이할지, 가족까지 세종에 뿌리내리는 새로운 정주정책으로 이어질지는 정부가 내놓을 후속 대책에 달려 있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 기자 daeyeol636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