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세종/최대열기자] 세종시의회 김현옥 의원과 새롬고 학생들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시민 99%가 학교급식 잔식 기부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현행 조례가 ‘포장된 완제품’만을 기부 대상으로 한정하면서, 조리 후 배식되지 않은 ‘예비식’은 모두 음식물쓰레기로 버려지고 있다. 반찬 봉사는 가능하면서 학교 예비식은 폐기되는 모순된 현실 속에, 경기도의 성공사례를 벤치마킹한 제도개선과 시범사업 추진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세종특별자치시의회 김현옥 의원(더불어민주당·새롬동)은 지난 18일 세종환경교육한마당에서 새롬고 환경동아리 ‘세바두(세상을 바꾸는 두드림)’ 학생들과 함께 시민 200명을 대상으로 ‘잔식 기부 인식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잔식’이라는 용어를 알고 있는 시민은 44%에 불과했지만, 설명을 들은 후 ‘잔식 기부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198명(99%)으로 압도적이었다. 반대는 단 1%에 그쳤다.
김 의원은 “학교에서 남는 예비식은 버려지는 음식이 아니라 이웃과 나눌 수 있는 소중한 자원”이라며 “시민의 공감이 확인된 만큼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시청 자원순환과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세종시 내 유치원부터 대학까지 111곳 학교에서 발생한 급식 잔반량은 연간 약 3,220톤으로, 학교 한 곳당 평균 29톤의 잔반이 발생한다. 학생 수가 많은 대형학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조리 후 배식되지 않고 남은 ‘예비식’조차 현행 조례상 기부할 수 없어, 전량 음식물 쓰레기로 처리되고 있다.
◆법의 사각지대와 현장의 괴리
현행 세종시 조례는 ‘포장된 완제품만 기부 가능’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 급식실에서 직접 만든 밥·국·반찬은 포장 상태를 이유로 단 한 그릇도 기부되지 않는다. 반면, 세종시 곳곳의 자원봉사단체들은 이미 반찬을 조리해 취약계층과 고령층에게 제공하고 있다.
같은 ‘조리음식’임에도 주체가 다르다는 이유로 기부 가능 여부가 달라지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식품위생법상으로는 조리 후 2시간 이내 위생용기에 포장해 10℃ 이하 또는 60℃ 이상으로 유지하면, 즉석조리식품으로 유통이 가능하다. 즉, 위생 문제가 아니라 법적 책임 주체 부재와 조례의 협소한 정의가 문제라는 분석이다.
◆경기도는 이미 ‘예비식 기부’ 실천 중
경기도는 2022년 수원 효원고등학교를 시작으로 ‘예비식 기부 시범사업’을 추진해 2025년 현재 180개교 이상으로 확대했다.
학교에서 조리 후 배식되지 않은 예비식을 밀폐용기에 담아, 자원봉사센터 차량이 오후 1시경 학교를 방문해 수거하고 오후 2시 이전 복지시설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복지시설에서는 이를 도시락 형태로 재가공해 취약계층에게 전달한다. 효원고는 사업 첫해 음식물 쓰레기와 처리비용을 40% 절감하며 성과를 입증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학교급식의 잔식 기부 활성화 조례」를 제정하고, ‘예비식’을 기부 가능 품목으로 명문화했다. 위생사고 방지를 위해 참여 단체 전원 식품위생교육을 의무화하고, 조리 후 2시간 내 포장 및 냉장 운송을 규정했다. 이처럼 경기도는 학교–자원봉사센터–복지기관–교육청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구조를 제도화했다.
◆세종형 대안: 봉사단체 협업 예비식 기부 시범사업 추진
세종시도 경기도의 사례를 벤치마킹해 ‘세종형 예비식 기부 시범사업’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현옥 의원과 전문가들은 “학교 급식실에서 조리된 예비식을 배식대에 올리지 않고, 위생적으로 포장해 봉사단체가 수거·전달하는 구조”를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시범사업은 세종시교육청이 주관하고 세종시청 자원순환과, 세종시자원봉사센터, 행복나눔푸드뱅크, 지역사회보장협의체가 함께 참여하는 형태로 구상되고 있다.
우선 새롬고, 조치원여중, 아름초 등 2~3개 학교를 시범학교로 지정해 2026년 1학기(3개월간) 운영한 뒤 성과를 평가한다는 계획이다.
학교급식실에서는 조리된 음식 중 일부를 배식 전에 ‘예비식 구역’에 따로 보관하고, 배식이 끝난 뒤 2시간 이내에 식품용 PP 밀폐용기에 포장한다. 자원봉사센터나 푸드뱅크는 매일 오후 1시~2시 사이 학교를 방문해 냉장차량으로 이를 수거하고, 복지시설에서 재가공·전달한다. 이 과정에서 봉사단체는 식품위생교육을 이수하고, 모든 참여 기관은 식중독 사고 등에 대비해 단체보험에 가입한다.
시범사업의 가장 큰 목표는 음식물쓰레기 감축과 취약계층 먹거리 지원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다. 세종시청 관계자는 “학교 현장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위생·포장 매뉴얼과 표준 절차를 마련하고, 시범 운영을 거쳐 제도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제도 개선 방향과 기대 효과
전문가들은 조례상 ‘포장된 완제품’이라는 문구를 ‘위생적으로 포장된 조리식품(예비식)’으로 확대 개정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또한, 교육청, 시청, 봉사단체, 복지기관이 참여하는 협약체계를 구축해, 학교급식 잔식이 사회복지와 연결되는 ‘순환복지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에는 모두 공감하고 있다.
이 시범사업이 본격화되면 세종시의 학교급식 음식물 쓰레기는 최대 40%까지 줄고, 연간 폐기물 처리비용도 학교당 500만~700만 원가량 절감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학생이 직접 참여하는 환경·나눔 교육의 효과가 커, 탄소중립과 공동체 복지를 함께 실현하는 대표적인 모델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세종시에는 이미 반찬을 만들어 취약계층에게 전달하는 봉사단체들이 다수 존재한다. 같은 ‘조리음식’인데 학교에서는 버리고, 봉사단체는 나누는 모순을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경기도의 성공 사례가 입증했듯이, 위생 기준과 책임 체계만 명확히 하면 예비식 기부는 충분히 가능하다. “같은 반찬인데, 학교에서는 버리고 봉사단체는 나눈다. 이제 위생이 아니라 제도가 바뀌어야 한다.” 세종시가 이 모델을 제도화한다면, 버려지는 급식이 아닌 돌아가는 밥상으로 이어지는 ‘세종형 순환복지 모델’의 첫걸음을 내딛게 될 것으로 보인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