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세종/최대열기자] 건설현장의 추락사고가 여전히 전체 산재사망의 절반을 차지하는 가운데, 낙하방지망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현실이 국정감사에서 다시 도마에 올랐다.
김종민 의원이 16일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 국정감사에서 “KS인증 제품임에도 햇빛에 노출되면 강도가 절반 이하로 약화돼 결국 추락 사망사고의 원인이 되는 추락방지망 안전기준 강화를 촉구ㅎ고 있다. [사진-대한민국국회]
김종민 국회의원(세종시갑,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은 16일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 국정감사에서 “KS인증 제품임에도 햇빛에 노출되면 강도가 절반 이하로 약화돼 결국 뚫린다”며 “KC인증 전환과 계절별 교체주기 도입 등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김종민 의원은 “산재 사고의 51%, 절반이 추락사다. 낙하방지망을 다 설치했는데 그게 뚫린다. 낙하방지망만 튼튼하면 떨어져도 다칠 수는 있어도 죽지는 않게 해야 그게 안전망이다. 그런데 그 망이 뚫린다”고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했다.
그는 “사고 난 제품들은 모두 KS인증을 받은 제품인데, 햇빛에 장기간 노출되면 인장강도가 급격히 약화된다”며 “처음엔 100이던 강도가 자외선에 오래 노출되면 50 아래로 떨어져 결국 사람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산업기술시험원 관계자는 “정부 KS기준이 최초 제조 시점만 테스트한 것인지, 자외선 노출 등 실제 현장 조건이 반영됐는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며 “시중 유통 중인 낙하방지망을 전수 테스트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후 대응이 “이미 사고가 반복된 뒤에야 대응에 나서는 전형적인 뒷북행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 안전공학 전문가는 “현장에서 인명 피해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사후 검증에 머무는 것은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며 “사전 예방체계와 인증 관리 주체 간의 협업이 부재한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국토교통부가 최근 수년간 이어진 건설현장 추락사 조사 과정에서 낙하방지망의 구조적 취약성을 충분히 인지하고도 뚜렷한 개선책을 내놓지 않았다”며 국토부의 안일한 대응을 비판했다.
안전행정 분야 한 연구원은 “국토부가 산재조사 과정에서 낙하방지망 문제를 선제적으로 다뤘다면 지금처럼 반복적인 추락사 사고는 현격히 줄었을 것”이라며 “사고 원인을 알고도 제도 개선에 나서지 않은 것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낙하방지망은 한 번 설치하면 공사 완료 시까지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관행이지만, 햇빛에 장시간 노출되면 강도가 급격히 떨어진다”며 “계절별(예: 동·하절기) 인장강도 검사를 의무화하고 일정 주기마다 교체하도록 제도화하면 안전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고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전문가들 또한 “여름철 강한 자외선과 겨울철 한랭·결로 등 환경 요인에 따라 재질의 노화 속도가 달라진다”며 “주기적 교체와 계절별 강도 점검을 병행하는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일부 전문가는 “관련 부처나 기관이 제도 개선을 위해 국회에 법 개정을 수차례 건의했음에도, 국회가 법안 심사를 늦추거나 장기간 계류시키는 관행이 문제를 고착화시켰다”며 “이번 지적은 정부 기관뿐 아니라 국회 자체에 대한 질책이기도 하다”고 꼬집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낙하방지망 문제는 단순한 품질 관리의 실패를 넘어, 정부의 구조적 안전관리 부실과 국회의 입법 지연이 맞물린 제도적 문제로 드러났다.
국토부가 현장 실태를 외면하고, 국회가 법 개정에 늑장 대응하는 한 안전제도는 제자리걸음일 수밖에 없다. 이제는 KS인증에 머무는 형식적 절차를 넘어, KC안전확인 수준의 주기적 검증, 계절별 강도검사, 교체주기 의무화 등 근본적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행정과 입법이 함께 움직일 때 비로소 낙하방지망은 ‘이름뿐인 안전망’이 아닌 생명을 지키는 진짜 안전망이 될 것이다. 국정감사를 통해 기관과 정부를 질타하는 데 그치지 말고, 기관이나 부처가 법 개정을 요청할 경우 국회는 즉각적인 심사와 협력 체계 구축을 통해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해야 한다는 것이 다수의 여론이다.
‘탁상행정’에 ‘늑장입법’까지…안전망은 있는데, 안전은 없다. 건설현장 추락사는 해마다 되풀이된다. 누구나 원인을 알고, 대책도 알고 있지만 정작 제도는 바뀌지 않는다. 산업기술시험원의 “이제 전수검증을 하겠다”는 답변은 이미 수많은 인명이 희생된 뒤의 사후조치에 불과하다.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의 안일한 행정도 문제지만, 국회 또한 자유롭지 않다. 관계 기관이 수차례 법 개정안을 제출해도 상임위 논의조차 열리지 않거나, 법안이 계류된 채 회기만 넘기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그 사이 현장에서는 또 한 명의 노동자가 추락한다. 낙하방지망은 단순한 자재가 아니라 생명선이다. 그 생명선이 햇빛에 바래고, 제도적 무관심에 마모되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이제 필요한 것은 보여주기식 점검이 아니라, 국회·정부·기관이 함께 책임을 지는 실행력 있는 제도 개혁이다. “안전망은 있는데 안전은 없는” 현실, 그 아이러니를 끝내야 한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임을 당국과 국회 모두가 인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