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대전/최대열기자] 세종시교육청의 ‘글로벌 진로탐험대’가 복지부 협의를 거쳐 국내·아시아권 중심의 약 196억 원 사업으로 조정됐지만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의회와 교육단체가 문제 삼는 핵심은 진로체험 자체가 아니라 효과와 재정·안전성을 충분히 검증하기 전에 중3 약 5,400명에게 참여 기회를 여는 사업 방식이 적절하냐는 데 있다.
세종시교육청이 중학교 3학년 약 5,400명 가운데 희망자를 대상으로 추진하는 약 196억 원 규모 ‘글로벌 진로탐험대’를 놓고 교육적 효과와 재정 부담, 학생 안전 등에 대한 검증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세종시의회 질의·답변 장면과 29일 세종교육연대의 추경예산 반대 기자회견을 재구성한 이미지. [사진·그래픽=대전인터넷신문/AI 편집]
강미애 세종시교육감의 핵심 공약인 글로벌 진로탐험대를 둘러싼 논란은 단순한 ‘해외체험 찬반’으로 보기 어렵다. 대전인터넷신문이 그동안 보도한 교육청 사업계획과 보건복지부 협의 과정, 세종시의회와 교육단체가 제기한 쟁점을 종합하면 논쟁의 중심에는 사업 규모와 재정 투입 방식, 안전관리, 그리고 ‘검증과 시행 가운데 무엇이 먼저인가’라는 문제가 놓여 있다.
현재 교육청이 추진하는 사업은 특수학교와 공립 위탁형 대안학교를 포함한 중학교 3학년 약 5,400명 가운데 희망자를 대상으로 국내 7개, 국외 8개 등 모두 15개 진로탐험 코스를 운영하는 방식이다. 학생 본인부담금 약 17억 원을 포함한 총사업비는 약 196억 원이다. 하지만 현재의 사업계획은 당초 구상 그대로가 아니다. 교육청은 초기에는 미주·유럽 등 장거리 해외지역까지 포함해 최대 5박7일 일정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이후 보건복지부와 사회보장제도 신설 협의를 거치면서 대상지역과 학생 부담방식 등 사업계획이 수정됐다.
복지부 협의 과정에서 학생 부담의 형평성과 취약계층 지원, 안전 등에 대한 보완 필요성이 제기됐고 교육청은 수정안을 제출했다. 이에 따라 2027년 1차년도에는 미국·유럽 등 장거리권을 제외하고 국내와 중국·홍콩·대만·싱가포르·일본 등 아시아권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방향으로 조정됐다. 일정도 국내 3박4일, 국외 4박5일로 줄었다. 학생 부담방식 역시 당초 총경비의 일정 비율을 가정이 부담하는 방안에서 국내·국외 구분 없이 1인당 35만 원을 부담하고 취약계층은 전액 지원하는 방식으로 변경됐다. 총사업비는 약 196억 원 규모로 조정됐다.
복지부 협의를 통해 가정의 부담 격차를 줄였지만 ‘국내든 국외든 35만 원’이라는 방식은 또 다른 재정 변수가 될 수 있다. 국내와 국외 프로그램의 실제 비용이 다른데도 학생이 내는 금액은 같기 때문이다.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는 같은 35만 원을 내야 한다면 국내보다 상대적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 국외 프로그램을 선호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외 신청자가 교육청의 예상보다 많아지면 학생 부담은 그대로지만 실제 비용과의 차액은 교육재정으로 충당해야 해 교육청 부담도 당초 추계와 달라질 수 있다.
반대로 예산과 항공편, 숙박시설, 방문기관 수용인원 등의 한계로 국외 참가자를 제한하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모든 학생이 원하는 국외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국외 신청이 몰릴 경우 교육청이 추가 비용을 감당할 것인지, 참가인원을 제한할 것인지라는 선택의 문제가 발생한다. 참가자를 제한한다면 같은 35만 원을 내고도 누구는 원하는 국외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누구는 참여하지 못할 수 있어 선발·배정기준의 형평성도 따져봐야 한다. 따라서 196억 원의 적정성을 판단하려면 전체 예상 참가인원만으로는 부족하다. 국내 7개와 국외 8개 코스별 예상 참가인원과 1인당 실제 원가, 학생 자부담을 제외한 교육청 부담액, 국내·국외 신청비율이 달라질 경우 총사업비가 어떻게 변하는지를 함께 제시할 필요가 있다.
안전대책을 실제 사업 규모에 대입하면 사업의 복잡성은 더욱 분명해진다. 교육청은 학생 15명을 1개 팀으로 편성해 팀마다 인솔자 1명과 전문 안전요원 1명을 두고, 학생 60명 단위에는 단장 1명과 간호사 1명을 추가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현지 가이드도 별도로 동행한다.
대전인터넷신문이 이 배치기준을 사업 대상인 중3 약 5,400명 전원이 참여한다고 가정해 환산한 결과 360개 팀이 필요하다. 인솔자 360명과 전문 안전요원 360명, 단장 90명과 간호사 90명 등 현지 가이드를 제외하고도 최소 900명이다. 학생 6명당 인솔·안전·의료인력 1명이 필요한 규모다. 이는 5,400명 전원이 참여한다는 가정에 따른 단순 환산으로 실제 투입인원이 확정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교육청이 제시한 기준을 최대 사업 대상에 적용했을 때 어느 정도의 인력과 관리체계가 필요한지는 보여준다.
결국 글로벌 진로탐험대는 학생 약 5,400명의 여행을 관리하는 차원을 넘어 수백 명의 인솔자와 안전요원, 의료인력이 국내외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움직여야 하는 대규모 운영사업이다. 현지 가이드까지 포함하면 필요한 동행 인력은 더 늘어난다.
예산 규모와 비교하면 추가로 확인할 부분도 있다. 총사업비 196억 원을 사업 대상 학생 5,400명으로 단순 나누면 학생 1명당 약 363만 원이다. 학생 자부담 35만 원을 제외하면 평균 약 328만 원에 해당한다. 다만 이 금액에는 항공·교통·숙박·식비와 진로 프로그램 운영비 등이 모두 포함돼 있기 때문에 328만 원을 교육청의 학생 1인당 실제 지원액이나 안전관리 비용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확인해야 할 것은 196억 원의 세부 구성이다. 인솔자와 안전요원, 단장, 간호사, 현지 가이드 등을 어떤 방식으로 확보하고 이들의 인건비와 항공·교통·숙박 등 관련 비용이 총사업비 가운데 얼마를 차지하는지 구체적인 산출근거가 필요하다.
학생 본인부담금 약 17억 원도 확인할 부분이다. 5,400명 전원이 각각 35만 원을 부담한다고 단순 계산하면 18억9,000만 원이다. 약 1억9,000만 원의 차이가 취약계층 자부담 면제와 예상 참가율 등을 반영한 것인지 세부 예산자료를 통해 확인할 필요가 있다.
복지부와의 협의가 마무리됐다는 점과 사업의 교육적·재정적 타당성이 검증됐다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복지부 협의를 거쳐 실제 사업계획이 수정됐지만, 약 196억 원을 투입해 얻을 수 있는 교육효과와 다른 교육사업에 비해 우선할 이유까지 검증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제 지난 29일 세종시의회 제109회 정례회 제1차 본회의에서는 글로벌 진로탐험대의 교육적 효과와 재정 지속가능성, 기존 진로교육과의 차별성 등을 놓고 검증 요구가 이어졌다. 유인호 의원은 5분 자유발언에서 매년 중3 약 5,400명을 대상으로 사업이 이어질 경우 교육감 임기 동안 교육청 부담액이 약 1,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면서 사업의 필요성과 비용 대비 효과, 재정 지속가능성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문제의 또 다른 핵심은 ‘기회비용’이다. 글로벌 진로탐험대에 매년 상당한 교육재정을 투입하면 같은 재원을 다른 교육사업에 사용할 기회는 줄어든다. 기초학력과 특수교육, 학생 심리·정서 지원, 교육환경 개선 등 다른 교육수요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글로벌 진로탐험대를 우선해야 할 이유와 그만큼의 교육효과가 있는지를 객관적인 자료로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 의회와 교육단체 문제 제기의 핵심이다.
기존 진로교육과 무엇이 다른지도 검증 대상이다. 세종시교육청은 이미 진로교육원을 통해 진로체험과 진로캠프, 상담, 심화·융합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다. 유 의원은 기존 진로교육과 글로벌 진로탐험대의 중복성과 차별성, 연계성, 비용 대비 교육효과를 비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연간 200억 원에 가까운 신규사업을 별도로 추진하려면 기존 프로그램으로 얻기 어려운 추가적인 교육효과가 무엇인지 설명해야 한다는 취지다.
노종용 의원도 사업의 실행 가능성과 자부담 근거 등을 집중적으로 따졌다. 약 5,400명에게 참여 기회를 열어놓은 만큼 방문기관 수용능력과 항공편, 숙박시설, 안전대책 등이 실제 신청 규모를 감당할 수 있는지도 검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종교육연대와 교원단체의 반대 논리 역시 사업 자체보다 추진 방식에 집중된다. 이들은 교육적 효과와 재정 타당성, 학교 업무 부담, 인솔교원의 책임과 학생 안전 등을 충분히 검증한 뒤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특히 기초학력과 특수교육, 학생 심리·정서 지원 등 다른 교육현안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약 196억 원을 숙박형 진로체험사업에 우선 투입하는 것이 적절한지, 그만한 재정 투입을 뒷받침할 교육효과가 입증됐는지를 문제 삼고 있다.
반면 교육청의 정책 목적도 분명하다. 가정의 경제적 여건과 관계없이 학생들에게 국내외의 다양한 진로탐색 경험을 제공하고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넘어가는 시기에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구체적으로 탐색할 기회를 공교육이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교육청은 글로벌 진로탐험대를 단순 해외여행이나 현장체험학습이 아닌 진로교육으로 운영한다는 입장이다. 사전교육과 현지 진로활동, 사후활동을 연계하고 기업·대학·연구기관 등 진로체험처 방문과 전문가 멘토링, 팀 프로젝트 등을 운영할 계획이다.
일부 학생만 선발하지 않고 희망 학생에게 폭넓게 참여 기회를 제공하려는 것도 교육청이 강조하는 원칙이다. 선발형 사업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대적 박탈감과 교육기회의 차이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결국 논쟁의 핵심은 ‘학생들에게 국내외 진로체험이 필요한가’가 아니다.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충분한 효과 검증에 앞서 약 5,400명에게 참여 기회를 열고 196억 원 규모의 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방법인가라는 질문이다.
특히 교육청이 2027년 1차년도를 시범운영 성격으로 추진한다면 규모의 적정성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시범사업이 본사업에 앞서 효과와 문제점을 확인하고 정책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라면 처음부터 최대 5,400명을 대상으로 하기보다 일정 규모로 먼저 실증한 뒤 결과에 따라 확대하는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국내와 국외의 대표 코스를 선정해 일정 규모의 학생을 대상으로 먼저 운영하고 실제 1인당 비용과 교육효과, 안전관리 능력을 평가한 뒤 다음 연도 사업 규모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성과평가 역시 단순 만족도 조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참가 전후의 진로성숙도와 진로탐색 역량, 진로 결정에 미친 영향 등을 측정하고 가능하다면 참가 학생과 비참가 학생의 변화를 비교해 실제 교육효과가 있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국내·국외 신청비율에 따른 재정 시나리오도 사전에 마련할 필요가 있다. 국외 신청자가 예상보다 늘어날 경우 교육청 부담액과 필요한 인솔·안전인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국외 정원을 초과하면 학생을 어떤 기준으로 배정할 것인지 등을 예산 의결 전에 공개하는 방식이다.
기존 진로교육원 사업과의 비교도 필요하다. 현재 운영 중인 진로캠프와 상담·체험 프로그램, 국제교류·현장체험 등에 들어가는 비용과 교육효과를 같은 기준으로 비교해야 글로벌 진로탐험대에 별도의 대규모 재정을 투입해야 할 근거도 명확해질 수 있다.
중장기 재정계획 역시 첫해 196억 원 확보 여부에 그쳐서는 안 된다. 사업을 3년 또는 교육감 임기 동안 계속할 경우 필요한 총재원과 그 과정에서 다른 교육사업의 예산 조정이 필요한지까지 제시해야 실제 기회비용을 판단할 수 있다.
글로벌 진로탐험대는 복지부 협의를 거치면서 장거리권을 제외하고 국내·아시아권 중심으로 조정됐으며 학생 부담도 국내·국외 동일 35만 원으로 변경됐다. 하지만 사업계획이 보완됐다는 사실만으로 효과와 재정, 안전에 대한 검증까지 끝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수정된 계획에서는 동일 자부담에 따른 국외 프로그램 선호 가능성과 교육청 부담 변화, 희망 코스 배정의 형평성, 최대 대상인원에 배치기준을 적용할 경우 최소 900명에 이르는 인솔·안전·의료인력을 실제로 확보하고 관리할 수 있는지라는 보다 구체적인 과제가 남는다.
결국 시의회가 추경예산 심사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사업의 취지만이 아니다. 왜 196억 원이어야 하는지, 왜 약 5,400명에게 한꺼번에 참여 기회를 열어야 하는지, 국내·국외 신청비율이 달라져도 예산과 인력을 감당할 수 있는지, 같은 재원을 다른 교육현안에 투입하는 것보다 우선할 만큼의 교육효과가 있는지가 핵심이다.
학생들에게 더 넓은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정책 목표와 수백억 원의 교육재정을 어떤 방식으로 투입할지는 별개의 문제다. 글로벌 진로탐험대가 지속가능한 교육정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사업 규모를 먼저 키우기보다 효과와 비용, 형평성, 안전관리 능력을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그 결과에 따라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 기자 daeyeol636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