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세종/최대열기자] 길이 130m의 조천교를 사이에 둔 세종 조치원과 충북 청주 오송이 서로 다른 도시 성장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정부가 지방 원도심에 최대 약 365억원을 투입하는 ‘원도심 RE 프로젝트’를 내놓으면서 조상호 세종시장의 ‘조치원·오송 20만 자족도시’ 구상과 연계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세종 조치원과 충북 청주 오송은 길이 약 130m의 조천교를 사이에 둔 인접 생활권이지만 도시 성장 양상은 크게 다르다. 오송이 산업·교통 기반과 택지개발을 중심으로 신도심을 확장하는 가운데 정부가 2027년부터 ‘원도심 RE:CORE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조치원 원도심 활성화와 조상호 세종시장의 ‘조치원·오송 20만 자족도시’ 구상에 새로운 정책수단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은 기사 내용을 토대로 구성한 이미지. [그래픽·이미지=대전인터넷신문 AI 제작]
조치원과 오송의 거리는 가깝다. 두 지역의 관문 역할을 하는 조천교의 길이는 130m다. 행복청은 오송~조치원 연결도로 개선사업을 추진하면서 기존 조천교를 철거·신축해 2020년 완전 개통했다. 다리 하나를 건너면 세종시 조치원에서 충북 청주 오송으로 생활권이 이어진다. 하지만 물리적인 거리와 달리 두 지역이 최근 보여주는 도시 성장 방식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
오송은 KTX 오송역을 비롯한 광역교통망과 바이오·의료산업, 산업단지와 택지개발 등을 기반으로 신도심이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산업과 주거 기능이 함께 확대되면서 도시의 외연도 넓어지는 모습이다.
반면 조치원은 연기군 시절부터 지역의 최대 도심이자 행정·상업 중심지 역할을 해온 전통적인 원도심이다. 오랜 기간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기존 상가와 주택, 건축물 등이 촘촘하게 자리 잡고 있어 대규모 가용지를 중심으로 계획개발이 진행되는 신도시와는 출발 조건부터 다르다.
특히 기존 도심은 높은 토지비와 세분화된 필지, 다수의 토지·건축물 소유관계 등이 사업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오송처럼 대규모 택지를 확보해 신도심을 조성하는 방식보다 기존 도시의 공간과 상권을 재편하면서 새로운 기능을 채우는 별도의 전략이 필요한 이유다.
이러한 두 지역을 하나의 성장권으로 묶겠다는 것이 조상호 세종시장이 제시한 ‘조치원·오송 20만 자족도시’ 구상이다. 조 시장은 지난 7월 조치원읍 시민과의 대화에서 “행정구역은 다르지만 조치원과 인근 오송을 묶어서 인구 20만의 역동적인 자족도시로 키우기 위해 행정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송이 국가산업단지와 택지를 함께 개발하는 전략을 택했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조치원에도 오송과의 상생발전과 행정수도 세종의 이점을 반영한 종합개발계획을 마련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 구상은 일회성 발언에 그치지 않았다. 세종시는 지난 4일 집현동을 끝으로 25개 읍면동 시민과의 대화를 마무리하면서 조치원·오송 연계를 통한 20만 자족도시 육성과 북부권 종합개발계획을 주요 지역 발전 구상으로 다시 제시했다.
2026년 8월 말 기준 조치원읍 인구는 4만949명, 오송읍은 4만9,604명으로 두 지역을 합쳐 9만553명이다. 20만 명까지는 10만9,447명이 더 늘어야 한다. 결국 ‘20만 자족도시’를 현실화하려면 단순히 두 지역의 인구를 합치거나 주택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새로운 인구를 끌어들일 산업과 일자리, 주택, 교육·문화·상업시설과 광역교통망이 함께 구축돼야 한다.
특히 조치원이 오송의 배후 주거지역에 머물지 않고 자체적인 일자리와 소비, 문화 기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오송의 산업·연구·교통 기능을 조치원의 상업·문화·주거 기능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가 20만 자족도시 구상의 실질적인 과제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토교통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중소벤처기업부가 8일 발표한 ‘원도심 RE 프로젝트’는 조치원이 검토해 볼 만한 새로운 정책수단으로 떠올랐다.
RE 프로젝트는 인구 감소와 상권 침체로 비어가는 지방 원도심의 공간을 정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간(HW)과 콘텐츠(SW)를 함께 지원해 원도심의 핵심 기능(Core)을 다시(Re) 살리는 부처 협업형 재생사업이다.
국토부는 공실상가를 매입하거나 장기간 임대·상생협약 등을 통해 ‘원도심 활성화상가’로 조성하고, 리모델링을 거쳐 문화예술인 작업실과 창업공간, 공유오피스, 팝업스토어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입주하는 청년·문화예술인·창업인 등이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사업기간 중 임대료도 지원한다. 사업이 끝난 뒤에도 효과가 이어지도록 지방정부가 도시재생활성화계획을 수립할 때 최소 10년의 운영계획을 포함하도록 할 방침이다.
미활용 공공시설과 미사용 숙박시설, 집단 공실상가 등 규모가 있는 유휴시설은 문화예술·창업·로컬기업·상권 지원 기능을 갖춘 ‘특화거점’으로 바꾼다. 여기에 주차공간 등 부족한 기반시설을 확충하고 간판·외벽 정비, 야간경관과 테마거리 조성 등을 병행해 ‘특화거점-공실상가-특화거리’를 연결하는 면 단위 원도심 재생을 추진한다.
문체부는 지역의 문화자원과 인적자원을 활용해 원도심을 대표하는 문화콘텐츠를 발굴하고 제작부터 실증·고도화·유통까지 지원한다. 중기부도 지역상권 육성과 전통시장, 로컬창업 지원사업 등을 연계한다.
정부는 수도권을 제외한 4극3특 권역별 1~2곳을 우선 선정해 2027년부터 시범사업에 착수한다. 국토부는 한 곳당 4년간 국비 최대 210억원을 지원하고 지방비를 포함한 총사업비 최대 300억원을 정부안에 반영했다. 문체부 사업 등을 더하면 정부가 밝힌 선정지역의 사업 규모는 최대 약 365억원이다. 국비 지원 규모는 최대 242억4천만원이다.
조치원에서 주목할 부분은 사업의 방식이다. 토지 확보와 전면 철거를 통한 대규모 개발보다 기존 공실상가와 유휴건물을 활용해 청년·창업·문화 기능을 곳곳에 집어넣는 방식이어서 오래된 기존 시가지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기능을 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치원에는 전통시장과 기존 상권뿐 아니라 그동안 도시재생사업 등을 통해 마련한 1927아트센터, 문화정원, 도도리파크 등 여러 거점이 있다. 조치원 시민과의 대화에서도 주민들은 이들 시설의 활용도를 높여 달라고 요구했다.
조 시장 역시 당시 “조치원읍의 도시재생사업은 청년과 문화를 중심으로 유동인구를 늘리는 방향으로 구상하고 있다”며 이미 확보된 성장거점을 활용해 성과를 내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RE의 청년·문화·창업 중심 재생방식과 조 시장이 밝힌 조치원 원도심 활성화 방향에서 일정한 정책적 접점이 생기는 대목이다.
다만 RE 사업이 조치원에 적용되는 것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정부가 정한 사업 대상은 도시재생법에 따른 도시쇠퇴지역 가운데 현행 도시·군기본계획상 도심 또는 부도심에 해당하면서 공실상가가 밀집해 재생이 시급한 원도심이다.
따라서 조치원이 정부의 세부 공모요건을 충족하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조치원 원도심의 공실상가와 공실률, 대상지역 설정, 기존 도시재생사업과의 연계·중복 여부, 지방비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실제 공모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다.
정부는 오는 17일 오후 2시 대전 한국철도공사 본사 대강당에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2027년 시범사업 사전 설명회를 열고 예산안이 확정되는 대로 선정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세종시 입장에서는 이번 정부 사업을 개별 도시재생 공모로 접근할 것인지, 조치원·오송 20만 자족도시와 북부권 종합개발계획을 뒷받침하는 정책수단으로 활용할 것인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특히 조치원·오송 연계는 세종시만의 계획으로 완성하기 어렵다. 조천교 130m를 건너면 오송은 충북 청주시 행정구역이다. 산업과 주택, 도로·대중교통, 상권과 생활 인프라를 하나의 생활·경제권으로 연결하려면 청주시와 충북도와의 광역협력이 필수적이다.
오송의 성장동력을 조치원으로 연결하는 동시에 조치원이 오송의 단순한 배후지역에 머물지 않도록 자체적인 산업과 일자리, 상업·문화 기능을 강화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130m의 조천교는 이미 두 지역을 물리적으로 연결하고 있다. 이제 남은 문제는 행정구역을 넘어 산업과 일자리, 주거와 상권까지 하나의 성장권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다.
정부의 RE 프로젝트가 조치원 원도심에 새로운 사람과 산업·문화 기능을 불어넣는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이를 조상호 시장의 ‘조치원·오송 20만 자족도시’ 구상과 어떻게 접목할지가 세종 북부권 발전전략을 구체화하는 또 하나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 기자 daeyeol636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