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열 최고관리자
[대전인터넷신문=세종/최대열기자] 25일 오후 2시경 A 대형 건설사의 서울 재개발 단지 공사현장. 레미콘 차량이 입구에 들어서자 현장 관리자가 뜰채에 콘크리트 한 바가지를 받아 호스로 물을 뿌리기 시작했다. 콘크리트 원료인 시멘트가 물에 씻겨 내려가자 관리자는 채를 흔들어 골재 중에 벽돌 조각 등 이물질이 있는지 꼼꼼히 살폈다. 이 현장에서는 레미콘 업체마다 차량 20대에 1대꼴로 콘크리트를 씻어 시멘트에 섞는 골재 품질을 확인한다고 했다. 콘크리트 품질 불량 우려가 커졌는데 골재업체 관리가 여전히 미흡하다는 우려에서다.
실제 ‘부실 골재’를 걸러내기 위한 정부의 품질 검사 시스템에 상당한 허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4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이후에도 관리·감독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29일 국토교통부와 LH가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검단 붕괴사고 당시 현장에 골재를 납품한 9개 업체 모두 지난해 국토부 품질 정기 검사에서 ‘정상’ 판정을 받았다. 9곳 중 4곳은 사고 전인 2022년 12월, 5곳은 사고 뒤인 지난해 7∼8월 검사를 받았다.
검단 사고에 대한 조사보고서와 정밀안전진단에서는 주차장 붕괴 원인으로 철근 누락, 콘크리트 강도 이상과 함께 골재 품질 이상(순환 골재 사용 의심)이 지목됐다. 골재는 시멘트와 더불어 콘크리트의 가장 중요한 원료다. 폐콘크리트를 재활용한 순환 골재는 품질이 낮아 주택에는 통상 사용하지 않는다. 즉 9개 골재업체 중 일부가 불량골재를 납품했을 가능성이 있는데 정부 검사 시스템은 이를 걸러내지 못한 것이다. 이들은 불시에 이뤄지는 수시검사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A 사는 부득이하게 전국 골재 야적장 50곳을 대상으로 최근 자체 검사에 나섰다. 이물질 반입을 막는 칸막이 설비에서 문제점이 발견된 충남의 한 업체로부터는 골재 수급을 즉각 중단했다. A가 현장 품질 관리자는 “현장에서 물로 씻어가며 불량골재를 찾아내는 건 한계가 있다”라며 “채취나 생산 단계부터 골재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했다.
더 큰 문제는 전국 공사현장에서 자연 채취 골재보다 상대적으로 품질이 낮은 선별파쇄(건설 현장의 암석을 깨서 사용) 및 순환 골재 사용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생산된 전체 골재 중 이런 저품질 골재 비중이 61.3%(1억3648㎥)에 이른다. 2020년 50.1%(1억2309만 ㎥) 대비 11.2%포인트 높아졌다.
검단 사고 당시 사고조사위원장을 맡았던 홍건호 호서대 건축토목공학부 교수는 “철근 못지않게 건물 안전에 중요한 게 골재 품질”이라며 “지금이라도 철저한 품질관리를 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자연 골재 대신 육상골재가 그 자리를 차지하면서 골재업체는 레미콘 회사 등으로의 납품단가를 맞추기 위해 모래를 세척하는 과정을 줄이고 모래를 채취하고 남은 골재 또한 가격경쟁의 우위를 점하기 위해 불량골재도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골재 품질관리 강화를 위해 ’22년 7월부터 골재업체에 대한 정기 검사를 도입하였으나, 사전 예고(7일 전) 후 실시하는 정기 검사의 특성상 점검에 한계가 있다고 말하고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하여 ’23년부터 예고 없이 실시하는 수시검사를 병행하고 있으며, 수시검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레미콘에 불량골재가 혼입되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하여 골재의 생산, 판매, 유통까지 골재의 이동 경로를 확인할 수 있는 이력 관리 시스템도 올해 안으로 구축하여 불량골재 유통을 근절할 계획이며 관계기관과 적극 협의하여 골재채취에 대한 불합리한 규제를 발굴하여 개선하는 등 안정적인 골재 수급을 위하여 노력한다는 입장이지만 얼마만큼의 실효를 거둘지가 의문으로 남는다.
반면, 순환골재를 담당하는 전문가들은 콘크리트를 파쇄하고 남은 콘크리트 조각도 기준에 적합하면 순환골재로 레미콘에 사용할 수 있어 무조건 콘크리트 조각이 나왔다고 불량골재로 판단해서는 안된다고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또한, 불량골재가 유통되는 것은 국토부가 수시검사를 위탁한 한국골재산업연구원의 부실한 검사도 한몫했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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