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세종/백승원 기자] '출자·출연기관의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안' 통과 등 세종시청과 세종시의회의 힘 겨루기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집행부(세종시)와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간의 법적 공방으로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27일 대전인터넷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3일 이준배 세종시 경제부시장은 "최민호 세종시장이 '출자·출연기관 일부개정 조례안'을 포함한 여러 과제를 풀기 위해 세종시의회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상병헌 의장과 여미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이미 폐지된 '재량사업비'를 요구했다"고 폭로했다.
이 부시장은 "상 의장은 이미 폐지된 '재량사업비', 혹은 '포괄사업비' 3억원을 요구했고 김광운 원내대표는 '시 재정 규모에 비해 너무 큰 액수'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러자 여미전 대표는 '그럼 1억원이라도 받아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덧붙였다고 (김광운 대표에게)전달받았다"고 설명했다.
재량사업비는 기초·광역 의원이 자신이 추진하는 사업 등에 재량껏 쓸 수 있는 예산이다. 구체적 내용을 정하지 않고도 쓸 수 있어 의원들의 쌈짓돈 처럼 악용돼 지방재정법상 금지돼 2013년부터 예산 항목에서는 사라진 바 있다. 이 부시장은 상병헌 의장과 여미전 원내대표가 이 같은 내용의 폐지된 재량사업 예산을 요청했고 같은 내용을 전달받은 최민호 세종시장은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여미전 원내대표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여 대표는 "상병헌 의장과 같이 김광운 원내대표와 이야기를 한 것은 사실이다"라면서 "집행부측의 이야기를 전달 받았고 논의를 하던 중 재량사업비 관련 이야기가 나왔지만 저는 금전적 이야기 자체를 꺼낸적이 없다"고 토로했다.
여 의원은 "1억원을 요구했다는 얘기가 어떻게 나왔는지 의구심이 든다"면서 "부시장이 확인 없이 허위사실을 공표한데 대해 법적 조치를 포함한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최 시장의 특사 역할을 맡았던 김광운 대표 역시 여 대표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김 대표는 "최 시장의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상병헌 의장과 여미전 대표와 자리를 할 당시 재량사업비 이야기를 주고 받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다만, 여 의원이 금액에 대해 덧붙이거나 구체적 금액을 이야기 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 재량사업비 관해 여·야 같은 입장…집행부 측 '물타기' 의혹도
이를 두고 집행부측의 고의적인 일명 '물타기'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 부시장이 브리핑을 실시한 23일 제81회 세종시의회 본회의에서는 김학서 전 부의장의 욕설로 인해 논란이 심화되고 있었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시장이 재의했던 '출자·출연기관 일부개정 조례안' 가결과 시장이 주도하다 시의회에서 보류된 '문화재단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등 시의회와 계속된 물밑 소통을 했지만 원하는 바를 얻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처럼 열세인 상황에서 김학서 의원의 욕설로 인해 더욱 상황은 나빠졌다. 이에 대한 '물타기'라고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량사업비 관련 이야기가 이뤄질 때 김광운 원내대표도 이에 찬성했다"면서 "여와 야 모두 같은 입장을 보였지만 이준배 경제부시장은 민주당 상병헌 의장과 여미전 대표만 언급하며 밀실서 이뤄진 야합처럼 표현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준배 경제부시장은 "제가 현장에 같이 있지 않고 전달받은 이야기를 다시 설명하다 보니 여미전 대표에 대해서는 이야기가 잘못 나갔을 수 있다"면서 "다만, (브리핑 당시)상황은 시의회에 집행부에 대한 협조와 협치를 논의하는 상황에서 2013년부터 금지된 의원 재량사업비를 (시의회에서)제안하고 구체적 금액이 언급된 것에 대한 설명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광운 원내대표가 재량사업비에 대해 찬성한 내용은 브리핑 중 빠졌다는 지적에 대해 이 부시장은 "제가 자리에 없어서 정확하게 알지는 못한다"면서도 "(김광운)원내대표에게 관련 내용을 전달받고 '이 부분(재량사업비)은 하지 못하게 되어 있다. 제안거리가 안되는 것이고 위법한 일로 딜이나 합의를 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전달했고 원내대표도 위법적 요소가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파악하고 '당연한 일'이라고 의견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 시·의회 계속된 '대립'…시민단체, 낭비적 갈등·대립 종료 요구
이 같은 시와 의회의 계속된 대립에 시민사회단체는 '낭비적 갈등과 대립을 종료하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날 세종참여자치시미연대(이하 '세종참여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최근 세종시와 시의회, 그리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시의원들 사이에 갈등으로만 치닫고 있는 사태에 실망을 금할 수가 없다"면서 "시와 의회는 시민의 삶을 윤택하기 위해 제정하는 조례를 두고 조례적용 대상인 시민은 없고 낭비적 갈등과 대립만 난무한 지금의 사태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작은 정부이면서 가까운 정부이기도 한 지방정부에 대해 시민이 기대하는 모습은 내가 살고 있는 도시, 그 속에서 나의 삶을 윤택하게 해주는 세종시 행정, 그리고 그 행정을 건강하게 견제하는 의정"이라며 "하지만, 최근 세종시민들은 여소야대의 세종시 권력구조에서 하루가 멀다하고 기싸움으로 변질된 세종시와 의회의 갈등, 거기에 작년 상병헌 의장의 성추문부터 얼마 전 김학서 의원의 돌이킬 수 없는 실수와 욕설 파문까지 부끄러움으로 얼룩진 의회만을 보게 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세종시는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의 대표선수로 선발된 도시다. 하지만 2027년 완공을 예정으로 했던 국회세종의사당은 2028년 완공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475일 만에 재개된 국회 운영개선소위에서 '전문가 자문단 구성'을 빌미로 국회 세종의사당 규칙 제정안 논의가 공전에 공전을 거듭하면서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올해, 세종시는 예산 최초 2조원 시대를 맞이했다. 교통, 환경, 문화, 경제, 산업, 대학유치 등 2023년에는 풀어야 하는 해묵은 과제와 새로운 과제와 현안이 산적해 있다"며 "세종시민의 삶은 끝갈 데 없는 낭비적인 여야 정쟁에 있지 않고, 국가균형발전, 미세먼지, 폐기물처리장, 출퇴근시간 교통문제, 소상공인, 상가공실, 대학유치 등에 있다는 사실을 세종시와 시의회는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당장, 세종시와 시의회는 낭비적 갈등을 멈추고 합의와 협력으로 행정과 의정을 정상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28일 김광운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발의한 임시회 소집에서 관광문화재단에 대한 문제가 집중 거론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꼼꼼한 예산 계획서를 요구하면서 5월 회기로 보류한 민주당과 국민의힘간 이견차이가 좁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어떤 결론이 도출 될 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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