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대전/백승원 기자] 예비 신혼부부 A씨는 사회적 거리 두기와 해외 입국자 격리 면제 등 정부 방역 지침 완화에 따라 미루던 결혼식을 위해 대전 엑스포 공원 인근 한 호텔 예식장을 찾았다. 예식장 상담을 받던 A씨는 원하는 날짜의 최소 보증 인원이 350명이라는 안내를 받았다.
A씨가 초대할 하객은 100 여명 남짓으로 최소 보증 인원 조정을 원했지만 예식장은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이에 350 여명 분의 식대 1천 505만원 가량을 지불하기로 하고 원하는 날짜에 계약을 했다. 다른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A씨의 부연이다.
A씨의 설명대로라면 A씨 최대 인원 하객 100명분 식대는 1인 당 4만 3천원을 기준 430만원이지만 호텔 측의 요구에 따라 1천 505만원의 식대를 내야한다. 이 가운데 식사를 하지 않는 250인분의 1천 75만원의 식대가 불필요하게 추가 지불한 것이다.
호텔 관계자는 "날짜와 시간 등에 따라 최소 보증 인원을 달리 하고 있다"며 "구체적 사항은 공개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는 당국의 물가 안정 정책과도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호텔 관계자의 주장대로 비수기에는 보증 인원을 달리한다면 구체적으로 시기와 보증 인원, 예식장 사용료 등을 공개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또 다른 예비 신혼부부 B씨의 상황도 비슷했다. B씨는 "예식장을 방문한 날 원하는 날짜에 최소 보증 인원이 300명이라는 말을 듣고 결혼식 일정을 또 다시 미뤘다"며 "참석 예상 인원을 훨씬 웃도는 식대 수천만원을 지불해야 하는데 큰 부담"이라고 털어놨다.
이같이 코로나 19로 결혼식을 미루던 예비 신혼부부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와 봄 웨딩 시즌이 겹치며 예식장에 몰리고 있지만 일부 예식장에서 '최소 보증인원'을 과도하게 설정해 예비 신혼부부들이 좌절하고 있다.
12일 지역 예식 업계에 따르면 최소 보증 인원은 결혼식에 참석한 하객들 중 식사를 할 인원을 일컫는다.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에 따라 결혼식 참석 가능 인원은 접종 여부와 관계 없이 299명이다. 하지만 일부 예식장들은 참석 가능 인원보다 많은 300명~350명을 최소 기준으로 두고 있다.
특히,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 변경으로 인해 참석 인원 제한이 강화될 경우에도 예식 업체에서는 식대를 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경우가 많아 최소 인원에 대한 부담이 더 크다는 것이 예비 신혼부부들의 설명이다.
A씨는 "지난해 거리 두기 지침이 강화돼 결혼식 참석이 99명으로 제한 됐을 당시에도 최소 보증 인원을 두고 예식 업체와 분쟁을 치루는 이야기를 많이 접했다. 현재는 거리 두기 지침이 완화되는 분위기지만 다시 강화되지 않는다고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에 최소 보증 인원을 낮게 설정하고 싶지만 대부분의 업체들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라고 토로했다.
앞서 전국신혼부부연합회(연합회)는 지난 8월부터 이같은 예식장 행태에 '갑질'이라고 규정하고 논란을 공론화하는 릴레이 시위를 진행했다. 연합회는 식사 하객이 없어도 200~300인의 식대를 지불해야 하는 최소 보증 인원 제도, 예식장의 답례 품 강매 등 현장 개선을 요구했다.
연합회 관계자는 "예식장들은 최소 보증 인원 제도로 사실상 예비 신혼부부들을 착취해 배를 불리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피해를 막기 위한 실질적인 정책이 마련되길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는 이같은 문제에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을 발표했다. 하지만 실효성에 대해 관련 업계는 꾸준히 지적하고 있다.
예식장의 경우 최소 보증 인원 수정이 불가하다 명시해도 계약하겠다는 예비 부부가 많아 권고를 따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업체 입장에서는 권고를 따르지 않아도 불이익이 없기 때문.
이에 대해 권익위는 직접 관여 등 예식장 운영에 대해 강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강제하기 어려운 분쟁에 대해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을 마련 제시한 권익위 또한 요식행위 전문 기관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최소 보증 인원은 업체와 소비자 간의 자율적인 계약이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거나 강제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예식 업계는 정부 지원금을 거의 받지 못해 그 부분도 고려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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