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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성탄 메시지

“두려워하지 마라. 보라, 나는 온 백성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을 너희에게 전한다.”(루카 2,10)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캄캄한 밤에도 양 떼를 지켜야했던 목동들에게 빛 속에 천사가 나타나 다윗의 고을에 구세주 그리스도께서 나셨음을 전합니다.

 

우리 모두 함께 성탄을 축하합시다!

 

어둠 속에서 빛나는 진리의 빛, 주님의 빛이 우리를 비춥니다.

우리가 밝히는 불빛을 끄고 어둠 속에서 빛나는 예수 그리스도의 빛, 우리를 구원하시는 참 구원의 빛을 바라봅시다.

 

빈 구유에 누우신 하느님의 사랑을 받아들이고 주님의 빛이 우리를 불태워 세상을 밝히기를 기도합시다.

물질적 풍요, 경쟁의 승리, 성공의 열정이 우리를 불태우고 경제대국, 세계 속의 한국을 밝힙니다.

 

수많은 치유 프로그램과 정의를 덧입은 투쟁이 상처받은 날개에 힘을 주고, 불나방처럼 그 불빛에 취한 우리는 매일 매순간 또다시 성공을 향해 날아갑니다.

 

그러나 실체가 없이 우리를 이끄는 그 빛은 새까만 그을음과 공허함 그리고 상처만 남겨줍니다.

 

화려한 빛에서 우리는 어두움과 절망을 경험합니다.

특별히 올 한 해는 부끄러움과 분노, 좌절과 두려움으로 물든 한 해였습

다.

눈앞의 이익과 성공을 위해 무감각하게, 일상적으로 버린 원칙과 양심이 대한민국을 거대한 구덩이 속에 빠트렸습니다.

 

세월호, 군 사망사고, 부모의 학대로 허망하고 비참하게 쓰러져간 아이들, 입에 담기조차 부끄럽고 끔찍한 사고와 사건들이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감조차 무너뜨리는 현실에서 우리는 불안에 떨며 서로를 탓했습니다.

 

그러나 과연 이웃인 `당신´만의 잘못일까요?

 

능력과 성장 제일주의를 입고 가정에서 자녀와 가족에게, 직장과 사회에서 이웃과 동료에게 던진 상처가 가시가 되어 서로를 찌릅니다.

 

학교의 왕따, 군대의 폭력, 가정과 사회의 끔찍한 폭력으로 되돌아와 모두를 불안에 빠뜨립니다. 한 번쯤하며 던진 양심이 언제든 터질 수 있는 사건 사고의 씨앗이 되었고 도덕적 해이와 안전 불감증은 사회적 기반을 약화 시킵니다.

 

 서로를 비난하고 투쟁을 위해 또 다른 투쟁을 하는 모습은 불의를 향한 정의로운 항거에 대한 의심을 키우고 진정한 변화에 대한 희망을 앗아갑니다.

 

 불나방 같은 우리를 이끌었던 풍요와 성공의 불빛이 무너져가는 우리 기반을 보지 못한 채 절벽을 향하도록 우리를 몰아간 것입니다.

 

모두가 거짓 불빛입니다. 그을음만 남기는 이 불빛을 온전히 끌 때, 그때야 비로소 우리를 구원하는 진리의 빛, 사랑의 빛을 볼 수 있습니다. 창조 때부터 비추던 빛, 강생으로 우리 모두에게 용서와 사랑을 보여주신 하느님의 빛을 만날 수 있습니다.

 

아기 예수님을 받아들인 초라한 빈 구유처럼 우리의 마음을 비울 때, 진리가 우리 안에서 빛을 발할 수 있습니다. 그 빛만이 목마르지 않고, 허망하지도 않으며, 지치지 않는 사랑의 힘을 우리에게 줍니다. 예수님께서 우리 안에서 밝히시는 진리의 빛만이 세상의 어두움을 물리치고, 인간과 자연의 본성을 온전히 비춰줍니다.

 

나의 의지가 아닌 하느님으로부터 오는 것만이 진정한 용서와 화해, 회심과 변화를 가능하게 합니다. 투쟁이 더 많은 갈등을 낳는다면, 하느님의 빛이 허락하시는 사랑과 용기는 유혹을 이기고, 불의에 맞서며, 죄인을 용서하는 가운데 함께 구원의 길로 나아가게 이끌어줍니다.

 

하느님의 빛은 강합니다. 어두움을 물리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작은 불빛 하나에도 수많은 별빛이 사라지듯, 이기심과 성공을 향한 무분별한 열정이 타오른다면 희미하지만 강력한 구원의 빛을 느낄 수조차 없습니다. 구원

 

의 빛을 향한 민감성은 신앙을 통해 회복됩니다. 성경의 말씀이, 조용한 가운데 드리는 기도가, 성사의 은총이 그리고 일치하는 교회의 증거와 나눔이 빛을 온전히 드러냅니다. 욕심으로 흐려진 우리 영혼을 맑게 하여,

 

주님께서 우리 안에 밝히신 불빛이 온전히 타올라 세상을 비추게 합니다. 이렇게 밝혀진 빛만이 우리의 갈증과 상처, 분노와 절망을 치유합니다. 연약하고 가난한 인간으로 이 세상에 오신 하느님의 사랑만이 우리가 진정으로 사랑하고, 용서하며 유혹을 이기고 불의에 맞설 힘을 줍니다.

 

예수님의 탄생을 기념하고 축하하는 성탄절은 매년 오는 연례행사나 고마운 사람들에게 인사를 전하고 선물을 나누는 단순한 기념일이 아닙니다.

 

대림 기간 동안 하느님의 사랑 앞에 우리 삶을 되돌아보고 용서를 구한 우리가 비워지고, 깨끗해진 마음으로 하느님의 빛이 빈 우리 마음속에 다시금 불을 밝혀주시기를 청하는 시간입니다. 신앙을 허락하시고 자녀로 불러주신 놀라우신 사랑과 신비를 다시 한 번 되새기고 예수님께서 우리 삶의 모든 순간에서 온전히 주님이 되시길 청하는 은총의 시간입니다.

 

이토록 놀라운 성탄을 맞이하여 우리 모두 서로에게 진정한 성탄 축하의 인사를 나눕시다. “두려워하지 마라. 보라, 나는 온 백성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을 너희에게 전한다. ”(루카 2,10) 주님께서 우리 안에 밝혀주신 빛을 안고 새로 밝아오는 한 해,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살아가길 다짐합시다. 거저 주어진 주님의 사랑과 용서를 기억하며 주님이 허락하신 사랑과 용서를 실천합시다.

 

어둠의 끝에서 희망을 봅니다. 우리 안에 주님의 빛이 불타오른다면 우리는 밝고 진정 희망이 가득한 새해를 꿈꿀 수 있습니다. 진정한 참회로 새로 태어나는 우리 교회와 그리스도인이 신앙의 참된 모습을 되찾고, 세상 안에서 진리와 사랑의 빛을 밝히기를 희망합니다. 빈 구유에 누워 계신 아기 예수님의 강생의 신비가 우리 모두에게 무한한 은총을 주시기를 기도합시다.

 

 성탄을 축하드립니다.

 

2014년 성탄절에

 

천주교 대전교구장 주교 유 흥 식 라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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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4-12-23 15:5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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