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한 기자의 독도사랑이 길어 낸 생생하고도 의미심장한 독도 체류기
  • 기사등록 2014-07-02 12:55:27
기사수정

한 기자의 독도사랑이 길어 낸 생생하고도 의미심장한 독도 체류기

 

 

“나는 독도가 일본이 넘보는, 우리가 지켜야 하는 그런 `상징의 섬´이라기보다 마라도나 백령도처럼 당연히 우리 영역 안에 있는 생활의 섬이기를 바란다. 그런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독도를 `관념적 섬´으로 생각하는데, 나의 경험이 독도를 `생활의 섬´으로 인식시키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기대를 갖고 있다.”

 

일본은 끊임없이 독도에 대한 야욕을 시도해왔다. 지속적으로 분쟁지역화해 최종에는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할 의도를 갖고 있다. 최근에는 아베 정권의 우경화 분위기에 힘입어 그 수위가 더욱 높아져 심상치 않다. 이에 이미 독도기자로 잘 알려진 저자는 그저 때가 되면 흥분하고 그러다 이내 사그라드는 것의 반복에 대해 깊은 문제제기를 한다. 저자는 일본의 야욕에 대한 강경대응 못지않게 독도가 우리 영토임에 대한 어떠한 이의제기도 원천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틀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점을 역설한다.

 

 이에 독도를 명실상부한 우리 땅이며 우리의 삶이 이어지는 공간이라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 독도살이를 시작한다. 2008년 9월부터 11월까지는 서도 어민숙소, 2008년 12월부터 2009년 2월까지는 동도 등대, 3월부터 5월까지는 서도 어민숙소, 6월부터 8월까지는 다시 동도 등대로 3개월 단위로 옮겨 다니며 독도와 한 몸이 되어 1년을 보낸 그 체류의 여정이 이 한 권의 책으로 오롯이 담겨진다. 저자는 이 글로써 `우리 땅의 연속성´이 확인되기를 기대한다. 단순한 민족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잔잔하게 독도의 모든 것을 그려내면서 우리 땅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가을, 독도인으로 살아가기」에서는 우여곡절 끝에 독도에 입도하는 과정이 생생하게 그려지고 독도인으로 살아갈 굳은 다짐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독도가 우리 삶의 공간임을 증명하기 위해 들어갔지만 절차가 여간 복잡하지 않다.

 

독도로 주소지를 옮기는 것도 수월치 않고, 우편물을 받는 것도 녹록지 않다. 저자 전충진은 이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면서 독도에서도 다른 곳과 차이 없는 행정 행위가 관철되어야 함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행정상 애로 사항과 잠자리를 설치게 한 독도 깔따구 등 어려운 점을 딛으면서 차츰 독도인으로 적응해간다.

 

「겨울, 삭풍은 긴 밤을 부르고…」에서 겨울 독도의 풍경을 잔잔히 그려낸다. 김성도 이장 내외가 겨울 3개월간 울릉도로 나가 생활하기 때문에, 저자도 서도 어민숙소에서 3개월 기한으로 동도 등대로 옮겨와 생활한다. 겨울의 독도살이는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고 또 쓸쓸하기까지 하다. 뱃길이 며칠 끊기면 부식 조달에도 어려움이 있고, 부족한 많은 것들은 직접 만들어 써야 한다. 저자는 이런 생활 속에서 우리가 잊었던 야성의 삶을 돌아본다.

 

설을 맞으면서 동해에 외롭게 서 있는 독도에 대한 쓸쓸한 단상을 남기기도 하는데, 갑자기 찿아온 오래된 일본 친구를 통해 희망을 엿보기도 한다. 일본의 독도 야욕은 전후 일본에 평화와 번영을 안겨준 평화헌법을 부정하는 행위라는 점을 일깨워주는데, 저자는 이러한 일본의 양심적 지식인의 외침에서 힘을 얻기도 한다.

 

「봄, 독도의 숨탄것들」에서 저자는 동도에서 다시 서도로 옮겨가면서 독도의 봄을 맞는다. 독도의 온갖 생명이 움트면서 활기찬 봄 생활이 이어진다. 한겨울 황량했던 독도에 초록이 번져가기 시작하고, 수많은 철새들도 쉬어가기 위해 독도를 찾는다. 또 독도 진객 물개도 찾아와 망중한을 즐기기도 한다.

 

수많은 사람들이 독도를 찾는다. 독도 관련 행사라든지 탐사 차원에서라든지 여러 이유로 독도를 찾아와 머물다가 떠나간다. 한때는 그렇게 머물다 떠나갔을 저자가 이젠 독도 주민으로서 사람들을 맞는 어려움을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독도를 찾아온 수많은 사람들과 미운 정 고운 정 들어 떠날 때는 시원 섭섭할 때가 많다. 그런 수많은 사람들의 왕래 속에서 독도는 명실상부한 우리 삶의 터전으로 자리잡아간다.

 

「여름, 독도살이 애환과 그 너머」에서 저자는 서서히 독도살이를 마무리해간다. 저자는 굳센 마음과 목표의식을 갖고 독도에서 살기 시작했는데, 그 첫마음 이상으로 독도의 삶에 착근해갔다. 독도살이에는 부족한 것도 많았고 외로움도 가득했다. 거친 풍랑은 그리운 이들과 상봉을 가로막기도 한다.

 

 저자는 독도에 대한 사명감에서 점차 독도와 강한 일체감을 갖게 된다. 독도와 독도를 둘러싼 모든 것은 저자가 인생을 관조하게 하고, 우리 역사를 더욱 꼼꼼하게 돌아보게 한다. 저자는 독도가 일본이 넘보는, 우리가 지켜야 하는 그런 `상징의 섬´이라기보다 우리 영역 안에 있는 생활의 섬이기를 바라면서 자신의 경험이 독도를 `생활의 섬´으로 인식시키는 기회가 되었으면 하는 기대를 재차 밝힌다.

 

독도, 누구도 의심할 수 없는 우리의 땅임을 몸으로 증명하다

일본은 아주 오래전부터 독도를 `다케시마´라 부르면서 원래 자신들의 영토였는데 한국에서 불법적으로 점유했다는 주장을 되풀이해왔다. 최근에는 우경화와 맞물려 아주 노골적으로 독도에 대한 야욕을 드러내고 있다.

 

2008년 초여름 일본은 중등학교 교과서해설서에 독도를 자국 영토로 가르치도록 하는 내용을 싣겠다고 발표했다. 또다시 사람들은 분개했지만 그러다가 관심이 사그라들고 그러기를 반복했다. 이때 대구 매일신문사에 근무했던 저자는 도저히 안 되겠다는 심정으로 회사에 독도 파견근무를 요청하고 `3개월 체류, 매 분기마다 체류 연장신청, 1년 조건부´ 입도 허가가 떨어져 독도에서 1년간 지내게 된다.

 

2008년 9월부터 11월까지는 서도 어민숙소, 2008년 12월부터 2009년 2월까지는 동도 등대, 3월부터 5월까지는 서도 어민숙소, 6월부터 8월까지는 다시 동도 등대로 3개월 단위로 옮겨 다니며 독도와 한 몸이 되어 1년을 보낸 그 체류의 여정이 시작된다. 저자의 1년간 독도 체류는 독도가 우리 땅임을 몸으로 증명하기 위한 힘겨운 여정이다.

 

독도에 사는 유일한 1가구 주민이자 독도 이장인 김성도 이장 내외가 사는 어민숙소에서 저자의 독도살이가 시작된다. 그런데 저자의 독도살이는 생각 외로 어려운 점이 많다. 독도로 주소지를 옮기는 것도 수월치 않고, 우편물을 받는 것도 녹록지 않다. 게다가 활동에도 제약이 따랐다. 저자 전충진은 이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면서 독도에서도 다른 곳과 차이 없는 행정 행위가 관철되어야 함을 이야기한다.

 

독도의 특수한 사정이 있기도 하겠지만 저자의 이러한 지적은 `실효지배´라는 수식어조차 거추장스러운, 독도가 명백한 우리 영토로서 기능한다는 측면에서 다시금 생각해봐야 할 지점임에 틀림없다.

 

저자는 자신의 독도살이를 과도하게 이상화하지 않는다. 뱃길이 막히면 물자가 부족해지기도 하고, 섬 자체의 자급자족에 한계가 있는 어려움이 있기는 하지만, 독도도 그저 이 땅의 다른 어느 곳과 다름 없이 저자의 말대로 “물때만 좋으면 신혼부부도 와서 하룻밤 묵고, 중학생도 자고 가는 평범한 대한민국 섬 중 하나일 따름”이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 사람들이 살아가는 터전일 뿐이다. 그곳은 작은 일에 기뻐하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하고, 가끔 다투기도 하는 질박한 삶이 이어지는 곳이다. 저자는 처음엔 막중한 사명감으로 독도를 찾았지만, 차츰 독도의 생활인이 되어가면서 독도에 대해 더욱 깊은 애정을 갖고 독도를 응시하게 된다.

 

이런 저자의 독도살이와 성찰은 독도에 대한 어떠한 강경 대응이나 간헐적인 구호보다 더욱 설득력 있게 독도가 우리 땅의 연속성에 놓여 있음을 보여주는 효과를 갖는다.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독도의 평화로운 풍광과 자연 그리고 역사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가 미처 못 보았던 독도의 숨은 이야기와 풍경들을 섬세하게 그려냄으로써 굳이 독도에 가지 않더라도 독도의 여러 모습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처럼 선명하게 보여진다. 독도에는 사배기, 꺽더구를 비롯한 수많은 물고기들이 살고 있어 주요한 식량원으로 활용된다.

 

또 독도를 울릉도의 가두리 어장쯤으로 여길 정도로 독도에는 오징어가 풍성하다. 오징어와 관련된 우리 역사의 단편을 보여주는 일화가 있다. 1․4후퇴 때 남으로 밀고 내려온 중국군 포로의 배낭에서 비상식량으로 지급된 울릉도 마른 오징어가 나왔다. 이 때문에 울릉도 오징어의 홍콩 수출을 전면 금지시켜버렸고, 울릉도 청년들은 하루아침에 실업자 신세가 되었다.

 

이때 특무상사 출신 제대군인 홍순칠이 섬에서 별달리 할 일 없는 청년들을 규합하여 독도의용수비대를 만들었다는 사연이다.

 

독도에는 해오라기, 괭이갈매기, 개똥지빠귀를 비롯해 수많은 새들이 서식한다. 이렇게 독도에서 관찰된 새의 종류는 모두 175종이라 한다(대구지방환경청, 2013년 현재). 또 조류학자들이 독도를 `구원의 섬´이라고 할 정도 많은 철새들이 독도를 경유한다. 새들은 독도에 내려앉아 몸을 추슬러 기력을 회복한 뒤에 다시 목적지로 날아간다.

 

이렇게 독도에서 쉬었다가 떠나가는 새가 160종가량이 된다고 한다. 저자는 이 수많은 새 중 바다가마우지를 가장 축복 받은 생명체라 한다. 큰 덩치에 수백, 수천 킬로미터를 이동하고, 10미터 이상 깊은 물속도 쉽게 잠수해 먹이를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바위섬인 독도에는 나무가 귀하다. 수많은 나무를 심었지만 뿌리를 제대로 내리지 못하고 만다. 그럼에도 곳곳의 푸르름은 위안과 생명의 경이를 느끼게 해준다. 동도 정상의 120년가량 된 사철나무는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수직절벽에 있다.

 

가을이 되면 옅은 갈색으로 바뀌는 참억새는 해풍에 맞서면서 장관을 연출한다. 독도의 대표적 선도종 식물인 해국은 바위틈이나 거친 자갈밭에 뿌리를 박고 생명을 지탱한다.

 

이처럼 독도에 있는 수많은 어류, 새들, 초목은 독도의 중요한 가족들이다. 저자의 눈에 비친 독도는 사람과 사람이,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져 있는 소박하고 아름다운 삶의 공간이다. 저자의 1년 동안의 노고가 빚어낸 체류기는 멀리 떨어져 있는 독도를 더 이상 멀리 떨어져만 있게 하지 않고, 우리 마음 곁으로 이끌어온다.

 

그 어떤 명백한 국가의 영토도 국민들이 자신의 것으로 깊이 인지하지 않는다면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이 체류기는 독도를 더욱 친숙하게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으로 느끼게 해준다.

 

독도를 몸으로 살아낸 저자의 호소는 일본의 만행에 대해 불쑥같이 솟아올랐다가 훅 꺼져버리는 분노의 반복보다 더욱 깊고 강한 울림과 힘을 전해준다.

 

■ 저자 소개

전충진

1961년 경북 청도 생.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기자가 되겠다고 작심하고 1991년 대구 매일신문사에 입사했다. 편집기자로 근무하면서 다도와 도자기에 심취해 2002년 『도자기와의 만남』을 출간했다. 2008년에는 일본의 교과서 해설서를 통한 `독도 도발´에 맞서 이 해 9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자청하여 1년간 독도상주 기자로 근무했다. 독도에서의 현지체험과 인문․자연환경을 1년간 82회에 걸쳐 독자들에게 전했으며, 이 글로 2009년 일경언론대상을 받았다. 2011년에는 1년간 신문에 연재한 글을 묶어 『여기는 독도』를 출간했다. 2012년 2월 매일신문사 주말팀장을 끝으로 퇴직하여 2년간 한국복지사이버대 독도학과 교수로 재직한 바 있다. 현재는 독도시민연대 발간 잡지 《우리땅 독도》 편집장을 맡아 집필과 강연활동을 하고 있다.

 

 

■ 책 속에서

`비로소 독도로 가는구나.´

창밖으로 내다보이는 바다는 파란색만 남기고 모든 색을 집어삼켜버렸다. 원색의 바다를 보는 그 짧은 시간 동안 내 눈은 이미 색을 감지하는 기능을 잃었다. 시신경은 푸른색 신호만 끊임없이 뇌에 전달해주었다. 하늘은 푸르러 높고 바다는 가없다. 물결은 잔잔하여 배는 미끄러지듯 망망대해를 가로질러 나아갔다. (pp.25~26)

 

첫 대면한 섬은 나를 기꺼이 품어주는데 이곳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그렇다. 날더러 독도에 오라고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순응하자. 섭섭함도 갖지 말고 울화통도 터뜨리지 말자. 나에게는 스스로 설정한 일이 있지 않은가? 독도가 우리 땅임음 `몸으로 증명하는 것.´ (p.39)

 

영토에 대한 지배권은 1년 내내, 24시간 내내 행정의 우산 아래 놓여 있어야 한다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렇지 않으면 이웃국가들로부터 의심받기 쉽다. 조선시대 때 우리가 `우산도․삼봉도´에 대해 관할을 포기한 적이 언제 있었던가. 3년에 한 번 경차관이나 수토관을 보내 섬을 지키도록 하지 않았나. 그렇지만 일본은 상설화된 행정기구가 없음을 알고 무단으로 이들 섬을 침범했다. 이를 빌미로 지금까지도 독도는 `주인 없는 땅´이었다고 생트집 잡는 것 아닌가. 영토는 결코 말로만 지켜지는 것이 아닐 것이다. (p.75)

 

인간이 신을 만날 수는 없다. 인간이 신을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자연을 통해서라고 한다. 틀리지 않다. 인간은 신이 만든 피조물을 통해 비로소 신의 모습을 보고, 신의 음성을 들을 수 있다. 자연과 교감하는 일은 신의 품안에서, 신의 음성을 듣는 일이다. 목마른 사철나무, 왕호장근, 해국, 쑥 심지어 넝쿨호박까지, 독도의 것들아, 강건하여라. (p.96)

외딴곳에 사는 사람들은 생존에 대한 강한 본능을 갖게 마련이다. 독도에 살면서 나 스스로도 생존본능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 논리보다는 감각에 의존하는 바가 더 크다는 의미다. 그 때문에 무의식중에도 모든 일은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고 자꾸 잡도리하는 것이다. 섬에서는 잊혔던 본능이 되살아나고 야성을 회복하는 것은 잠재된 삶의 애착이 그만큼 표면적으로 드러난다는 의미일 것이다. 손도끼를 움켜쥐노라면 팔뚝은 너끈해지고 가슴은 뻐근해진다. 내가 내 삶을 그만큼 더 사랑하게 되었다는 증거인가? (p.130)

 

일행은 서도 생활에 몸서리가 났는지 배 시간을 1시간 넘게 남겨놓고 동도 선착장으로 건너가자고 성화였다. 연락선 삼봉호가 들어오자 홍 교수팀은 못 나가기라도 할까봐 승객이 내리자마자, 연락선 삼봉호가 선착장에 닿자마자 얼른 배에 뛰어올랐다. 배를 타고 나자 그동안 굳었던 여자 연구원 얼굴에도 그제야 화색이 돌았다. 그녀는 그간 고마웠다면서 여학생처럼 고개 숙여 꾸벅 인사했다.

연락선이 출항 고동을 울리고 선착장을 빠져나갔다. 뭔지 모를 서운함이 밀려들었다. 그간 들었던 미운 정 고운 정인가. `그놈의 정 때문에´라는 시쳇말도 있지만, 그놈의 정은 궁핍(?) 속에서 더 살뜰해지는가……. (p.207)

새들은 독도에 내려앉아 날개 쉼을 하고 몸을 추스른다. 새 생명을 얻는 것이다. 그리고 기력을 차린 새들은 다시 그들의 목적지를 향해 날아간다. 이렇게 독도에서 날개 쉼을 하고 가는 새 종류만도 100종이 넘는다. 이것으로 독도는 새들의 생명을 살리는 `구원의 섬´이 되는 것이다. 이때 대해의 신기루, 중간 기착지 독도는 새들 종족 선조에서 후손으로, 또 그 후손으로 비전된다. (p.210)

 

뭍의 사람들은 독도를 멀리 떨어진 `상상 속의 섬´으로 생각할지 모르겠다. 독도에서 보는 이 섬은 물때만 좋으면 신혼부부도 와서 하룻밤 묵고, 중학생도 자고 가는 평범한 대한민국 섬 중 하나일 따름이다. (p.279)

 

동도에 앉아 오래도록 건너다보는 서도는 편안하다. 서도의 편안함으로 인해 나의 마음자리로부터는 불편함이 서서히 차오른다. 불편함은 서러움으로, 서러움은 다시 동통(疼痛)으로 천천히 치환된다. 머지않아 나는 이 광경에서 분리될 것이다. 독도의 이 순간은 기억 속 한 장면으로 저장될 터이다. 이제 이 선명한 것들은 더 이상 목격자 없이 늘 이 자리에 이렇게 있을 것이다.

 

이 광경을 두고 목격자 없이 떠나야 하는 것이 곧 나의 불편함이다. 불편하지만, 들어온 것이 그러하듯이 떠나는 것 또한 현실일 터이다. …… 내가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독도의 산은 나를 받아들이고 품어줬다. 그리고 이 산은 1년 동안 나를 안아 양육해줬다. 지금 나는 내 앞의 이 산과 한 몸이고 싶어 하는데, 산 역시 그러한지는 모르겠다.

 

그렇건 말건 기필코 나는, 나를 품어 양육해준 산을, 내 안에서 다시 탄생시킬 것이다. 이 순간 나에게 있어 독도는 더 이상 관념의 땅이 아니기에, 비록 내가 떠나더라도 나의 혼백이 머물 것임을 알겠다. (pp.312~314)

 

 

■ 차례

들어가는 글: 독도가 우리 땅임을 몸으로 말하겠다

가을, 독도인으로 살아가기

나는 지금부터 독도인이다

이 섬에 오라는 이는 없었지만

범보다 무서운 독도 깔따구

독도 동민들 발가벗고 춤추다

독도는 물 반, 고기 반

독도리 20-2번지 어민숙소 전충진

새들 주검에 바치는 조사

독도에도 120년생 노거수가 있다

겨울, 삭풍은 긴 밤을 부르고…

헬기가 온다고 짐 싸래요

일본에서 날아온 친구

야성의 회복, 도끼 만들기

길고도 길구나 겨울밤

설날 특식은 삶은 계란 한 개 반

괭이갈매기가 이혼하는 까닭은?

봄, 독도의 숨탄것들

사람 없는 서도, 쥐들의 천국

물개 제보자 현상금 10만원

물개가 왔어요, 물개

문어와 갈매기 싸움에 어부지리

저는 밥할 줄 잘 모르는데요

새들은 결코 독도를 잊지 않는다

`화산 같은 모순´을 견뎌라

독도 가거든 보찰이나 실컷 드소

나는 지금 숲을 꿈꿉니다

여름, 독도살이 애환과 그 너머

독도에서는 꿈마저 눅눅하네

인연은 성난 파도 너머 있고

열쇠고리 탬버린 흔들며 춤을

홍합도 날로 먹습니까?

바다는 날마다 표정을 바꾼다

아빠, 독도가 왜 우리 땅이야?

나 소망을 노래하리

나가는 글: 독도는 우리 삶의 터전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14-07-02 12:55:27
나도 한마디
※ 로그인 후 의견을 등록하시면, 자신의 의견을 관리하실 수 있습니다. 0/1000
최신뉴스더보기
유니세프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