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최대열 기자] 초등학교 1·2학년 교육시간 확대를 둘러싼 공론화가 본격화됐다. 3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포럼에서는 돌봄 공백과 공교육 역할을 고려해 교육시간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과 저학년 발달·휴식권을 고려해 일률적인 확대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섰다.
국가교육위원회와 국회미래연구원, 한국교육개발원이 3일 국회도서관에서 공동 개최한 ‘초등 저학년 교육시간 확대와 교육 내실화를 위한 정책 포럼’에서 교사와 학부모 등 지정토론자들이 초등 1·2학년 교육시간 확대를 둘러싼 쟁점과 학교 현장의 과제를 논의하고 있다. [사진-국가교육위원회 유튜브 캡처]
국가교육위원회는 3일 오전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 국회미래연구원·한국교육개발원과 공동으로 ‘초등 저학년 교육시간 확대와 교육 내실화를 위한 정책 포럼’을 열고 초등 저학년 교육시간 확대의 필요성과 교육과정 재설계, 학교 현장의 실행 조건 등을 논의했다.
이번 포럼은 이른바 ‘초등 1·2학년 오후 3시 하교’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열렸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다만 이날 논의는 오후 3시 하교제 도입을 결정하는 절차가 아니라 교육시간 확대의 필요성과 방향, 실행 조건을 검토하는 공론화 성격이다.
포럼에서는 황인혁·성문주 국회미래연구원 부연구위원이 ‘초등학교 수업시수 확대의 필요성에 대한 정책적 검토’를 발표하고, 이희현 한국교육개발원 학생·학부모연구실장이 ‘초등 저학년 교육 시간 확대의 쟁점과 과제’를 발표했다.
발제에서는 초등 저학년의 상대적으로 짧은 공교육 시간이 가정의 돌봄 부담과 학교 밖 교육 의존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교육시간 확대 필요성이 제기됐다. 다만 단순히 국어·수학 등 교과수업을 오후까지 연장하는 방식과는 구분해야 한다는 방향도 제시됐다.
특히 교육시간을 확대할 경우 문화·예술·체육과 탐구·체험, 관계 형성, 독서, 놀이와 쉼 등 저학년의 발달 특성에 맞는 활동을 포함해 교육과정을 재구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오후 3시 하교’를 학생들이 오후 3시까지 교실에 앉아 정규 교과수업을 받는 방식으로 단순화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반대로 학교 체류시간을 늘리는 것 자체가 저학년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반론도 지정토론에서 이어졌다.
교사와 학부모 토론자들은 돌봄 공백과 사교육 문제의 원인을 초등 저학년의 짧은 수업시간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제기했다. 맞벌이 여부와 가정환경, 부모의 교육관, 지역별 돌봄 여건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심소희 경기 손곡중 학부모는 돌봄 수요가 모든 가정에서 동일하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며 필요한 가정과 지역을 중심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심 학부모는 “돌봄공백은 선별적으로 발생하는 문제”라며 맞벌이·한부모·저소득 가정 등 가정환경과 지역·학교에 따라 돌봄 수요가 다른 만큼 일률적인 수업시수 확대보다 실제 수요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러면서 “수요를 조사해 필요한 곳에 유동적으로 투입할 수 있는 체계가 먼저”라고 강조했다.
조장우 평등교육 실현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조직위원장도 초등학생의 사교육 이용에는 돌봄뿐 아니라 선행학습과 부모의 교육관, 지역별 교육환경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하는 만큼 사교육 문제를 짧은 수업시간과 직접 연결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학교 현장의 반발도 상당하다. 앞서 교원단체들은 저학년 학생의 발달단계를 고려할 때 정규 수업시간을 일률적으로 늘리는 것보다 필요한 학생이 이용할 수 있는 방과후·돌봄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잇따라 내놨다.
초등교사노동조합이 초등학교 1·2학년 학생 2만9천13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도 ‘담임교사와 6·7교시까지 수업하고 오후 3시에 집에 간다면 어떨 것 같은가’라는 질문에 65.5%가 “너무 힘들고 지칠 것 같다”고 응답했다.
다만 해당 조사는 ‘담임교사와 6·7교시까지 수업한다’는 조건을 전제로 한 문항인 만큼 놀이·독서·예술·체육·휴식 등을 포함하는 다양한 교육시간 확대 방안 전체에 대한 학생들의 찬반으로 확대 해석하는 데는 주의가 필요하다.
국가교육위원회 국민의견플랫폼에도 저학년 교육시간 확대에 반대하는 학부모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한 학부모는 “지금처럼 늘봄, 돌봄, 방과후 지원으로 아이들과 부모 상황에 맞게 선택적으로 할 수 있게 해 달라”며 “3시까지 무조건 학교에 남으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의견에서는 초등 저학년 학생을 오후 3시까지 일률적으로 학교에 머물게 하는 것이 학생의 정서와 신체 발달에 적절한지를 먼저 검토해야 한다며 “아이들의 정서, 신체발달에 맞는 정책이 뭔지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의견은 돌봄이 필요한 가정에 대한 공적 지원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하기보다 현재 운영 중인 늘봄·돌봄·방과후 프로그램을 활용해 학생과 가정이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반면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2일 입장을 내고 국가교육위원회가 교육시간 확대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 자체를 환영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초등 저학년의 이른 하교가 맞벌이뿐 아니라 한부모·조부모 등 다양한 양육자에게 현실적인 돌봄 공백을 발생시키고 있다며 이 문제 역시 아동을 중심에 놓고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1시에 끝난 아동을 누가 데리러 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제기하며 돌봄교실이나 방과후학교를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 부모가 퇴근할 때까지 학생들이 학원을 옮겨 다니는 현실도 교육시간 논의에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시간 확대를 곧바로 ‘오후 3시까지 담임교사와 정규 교과수업을 계속하는 것’으로 전제하는 데 대해서도 반대했다. 학교 안에서 놀이·활동·독서 등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면서 학생들이 안전하게 머물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결국 이날 포럼을 통해 드러난 쟁점은 ‘오후 1시 하교냐, 오후 3시 하교냐’라는 단순한 시간 선택보다 복잡하다. 교육시간을 확대한다면 늘어난 시간을 정규 교과수업과 놀이·휴식·예술·체육·탐구 가운데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 늘봄·돌봄과 정규 교육과정의 역할을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부터 결정해야 한다.
학생과 학부모에게 선택권을 부여할 것인지도 핵심 쟁점이다. 일률적으로 교육시간을 늘릴 경우 돌봄이 필요하지 않은 학생까지 학교에 머물러야 한다는 문제가 제기되는 반면 선택형으로 운영할 경우 학교와 지역에 따른 프로그램의 질과 돌봄 격차를 어떻게 줄일 것인지가 과제로 남는다.
교원 확보와 학교 공간, 급식, 안전관리, 프로그램 운영인력과 재정 역시 실제 정책 시행에 앞서 검토해야 할 사안이다. 교육시간 확대가 결정되더라도 저학년 학생의 학교 체류시간만 늘리는 방식으로는 정책 취지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는 찬반 양측의 문제의식이 일정 부분 맞닿아 있다.
무엇보다 이날 포럼에서 나온 교육시간 확대 방안은 연구진과 토론자들이 공론화 과정에서 제시한 정책 제안과 의견으로, 국가교육위원회가 초등 1·2학년의 ‘오후 3시 하교’를 도입하거나 수업시수 확대를 확정한 것은 아니다.
향후 논의 역시 학생의 발달과 휴식·놀이권을 보장하면서 양육자의 돌봄 공백을 어떻게 줄일지, 공교육이 담당해야 할 책임의 범위를 어디까지 설정할지가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이번 포럼에서 나온 상반된 의견을 향후 교육정책 논의에 어떤 방식으로 반영할지가 다음 과제로 남았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 기자 daeyeol636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