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인터넷신문=최대열기자] 세종시가 6일 액티스코리아와 1조8,000억 원 규모의 100MW급 AI 데이터센터 건립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했지만, 앞서 네이버 ‘각 세종’ 유치 당시 기대했던 고용과 세수, 연관기업 집적 등 지역경제 효과가 실제 얼마나 실현됐는지 점검하고 이번 투자에서는 시민에게 돌아갈 실익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최용석 액티스코리아 대표(왼쪽)와 조상호 세종시장이 6일 세종시청 세종실에서 1조8,000억 원 규모의 100MW급 AI 데이터센터 건립 협력을 위한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협약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세종시]
세종시는 이날 시청 세종실에서 조상호 시장과 최용석 액티스코리아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립 협력을 위한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액티스코리아는 세종지역 약 13만㎡, 4만 평 규모 부지에 1조8,000억 원을 투자해 100MW급 AI 데이터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다. 착공 목표는 2027년이다.
협약에 따라 액티스코리아는 투자재원 조달과 사업 추진에 필요한 제반사항을 이행하고 지역기업 참여와 지역인재 채용 등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기로 했다. 세종시는 사업 추진에 필요한 인허가 등 행정지원과 부지·기반시설 확보 과정에서 관계기관 협의를 지원할 방침이다. 액티스코리아가 세종스마트국가산업단지 내 AI 관련 추가 투자 의향도 밝히면서 시는 후속 투자 유치에도 나선다.
그러나 1조8,000억 원이라는 대규모 투자액이 곧 대규모 지역 일자리 창출을 의미하는지는 별도로 따져봐야 한다. 세종에는 이미 대규모 데이터센터인 네이버 ‘각 세종’이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종시는 2019년 전국 100여 곳이 뛰어든 네이버 제2데이터센터 유치전에서 최종 입지로 선정됐다. 당시 네이버가 제시했던 투자규모는 5,400억 원이었고 이후 사업비는 6,500억 원 규모로 확대됐다. 유치 과정에서 세종시와 행복청, LH는 공동 대응에 나섰다. 세종시는 데이터센터 건립·운영을 위한 행·재정적 지원과 전담 TF 운영, 관련 민원 대응을 맡았고 행복청은 개발·실시계획 변경 등 행정절차를 지원했다.
LH도 부지 조성을 위한 인허가와 토지매매계약, 기반시설 공사 등을 지원했다. 네이버는 당초 요구했던 10만㎡보다 약 3배 넓은 29만3,697㎡의 원형지를 매입했다. 특히 해당 부지는 당초 대학용지였지만 데이터센터가 들어설 수 있도록 용도가 변경됐다. 200MVA 규모 전력 공급과 1일 5,100톤의 상수도 공급 등이 가능한 조건도 마련됐다.
세종시가 당시 내세웠던 것은 단순한 데이터센터 하나의 유치가 아니었다. 2019년 이춘희 당시 시장은 네이버 데이터센터 주변에 관련기업을 유치해 데이터 관련 기업 테마파크를 조성하는 등 세종만의 차별화된 데이터산업 공간을 만들겠다는 구상까지 밝혔다. 데이터센터 집적화를 비롯해 IoT·클라우드·빅데이터·모바일·AI 등 전후방 산업 활성화와 관련기업 추가 입주, 고용창출과 지방세수 증대 등도 주요 기대효과로 제시됐다.
2021년 ‘각 세종’ 기공 당시에는 구체적인 경제적 파급효과도 나왔다. 대전세종연구원 분석을 토대로 6,500억 원의 건설투자를 통해 세종지역 생산유발 7,076억 원, 부가가치유발 2,535억 원, 취업유발 3,064명의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됐다. 당시 세종시는 ‘각 세종’이 춘천 데이터센터보다 규모가 큰 만큼 네이버가 춘천시에 납부하던 연간 80억여 원보다 많은 지방세를 세종시에 납부할 것으로 기대했다.
운영단계 직접고용에 대한 기대도 있었다. 데이터센터 운영에 IT기술자와 시스템관리자, 개발자 등 약 200명의 직접고용이 예상됐고 신규 채용 과정에서 지역인재를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도 제시됐다. 그러나 ‘각 세종’ 가동 이후 공식적으로 확인된 근무인원은 당초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024년 6월 세종시의회 긴급현안질문에서 당시 이승원 경제부시장은 네이버 데이터센터 근무인원을 묻는 질문에 “현재 근무 중인 인력은 148명 정도”라고 밝혔다. 당시 세종시는 향후 서버가 추가되면 근무인력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148명은 당초 예상했던 직접고용 약 200명의 74% 수준이다. 더욱이 이 인원은 데이터센터를 24시간 운영하기 위한 3교대 체계의 전체 운영인력으로 파악되고 있어 일반적인 대규모 사업장의 상시근무 인력과는 구조가 다르다.
다만 148명 가운데 실제 교대근무 대상과 주간 고정근무 인원이 각각 몇 명인지, 한 근무시간대에 실제 몇 명이 근무하는지는 별도의 확인이 필요하다. 따라서 148명을 단순히 3으로 나눠 교대조별 근무인원을 산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또 당시 제시됐던 취업유발 3,064명 역시 ‘각 세종’에서 근무하는 직접고용 인원이 아니다. 데이터센터 건설투자가 산업 전반에 미치는 직·간접적인 고용효과를 산업연관분석을 통해 추정한 수치인 만큼 운영단계의 실제 고용인원과 구분해야 한다. 지역사회와의 상생효과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세종시와 네이버는 2020년 ‘소프트웨어야 놀자’를 통한 세종지역 어린이들의 데이터·AI 교육과 ‘프로젝트 꽃’을 통한 소상공인 지원 등을 제시했고 실제 관련 사업도 진행했다.
반면 네이버 데이터센터 유치를 계기로 기대했던 관련기업 집적과 시민 친화시설 등은 당초 기대와 비교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는지 종합적인 평가가 필요하다. 2024년 6월 세종시의회에서도 이 문제가 제기됐다. 김학서 의원은 네이버 데이터센터의 경제적 효과와 지역사회 상생 성과를 따져 물으며 중앙공원 내 네이버 정원과 소프트웨어 지원 등이 지역사회와 긴밀한 접점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취지로 지적했다.
이에 세종시는 소프트웨어·클라우드 교육과 공공정보 검색 최적화, 스타트업 성장지원 프로그램 등을 네이버와 추진하고 있으며 ICT·AI·클라우드 기술을 활용한 지역공헌 사업을 추가로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물론 ‘각 세종’의 산업적·기술적 성과와 지역경제 효과는 구분해서 평가해야 한다. ‘각 세종’은 단일 기업 데이터센터로 최대 60만 유닛의 서버 수용능력을 갖추고 자동제어와 공기조화 시스템, 자율주행차량과 물품운송·보안순찰 로봇 등 첨단기술을 적용했다. 친환경 설계와 에너지 효율 분야에서도 성과를 인정받았다.
문제는 대규모 첨단시설의 기술적 가치와 별개로 세종시가 기업유치 과정에서 강조했던 고용과 세수, 연관기업 유치 등 지역경제 효과가 실제 시민에게 어느 정도 돌아왔느냐는 것이다.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지역사회 갈등도 이미 경험했다. 지난해 세종시가 어진동 파이낸스센터Ⅱ에 40MW급 데이터센터 유치를 검토하자 인근 주민들이 전력 사용과 소음·발열, 전자파, 생활환경 영향 등을 제기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당시 반대 주민들은 기존 ‘각 세종’을 사례로 들며 막대한 투자규모에 비해 데이터센터가 만들어내는 직접고용과 주변 상권 활성화 효과가 크지 않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이런 상황에서 세종시는 이번에는 1조8,000억 원 규모의 100MW급 AI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한다.
이번 협약에는 지역기업 참여와 지역인재 채용이 명시됐지만 현재 공개된 내용만으로는 예상 직접고용 인원과 세종시민 채용 규모, 예상 지방세수, 지역기업 참여비율 등 지역경제 효과를 판단할 구체적인 수치가 없다.
AI 데이터센터는 고성능 연산장비를 대규모로 가동하는 시설인 만큼 전력과 냉각 인프라 확보도 핵심 사안이다. 세종시는 향후 전력 공급 규모와 용수 사용량, 기반시설 확보 방안과 비용 부담 주체 등도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특히 데이터센터 산업 특성상 투자규모와 고용효과가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 만큼 이번에는 ‘1조8,000억 원 투자’라는 숫자보다 실제 지역인재를 몇 명 채용하고 지역기업에 어느 정도의 공사·용역 참여 기회를 제공할 것인지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
조상호 시장은 “이번 협약은 세종의 미래산업 기반을 확충하는 의미 있는 출발점”이라며 “계획된 투자가 차질 없이 이행되고 스마트국가산단으로의 추가 투자로까지 발전될 수 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최용석 액티스코리아 대표는 “세종을 시작으로 국내 주요 거점에 데이터센터를 지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이번 협약을 계기로 세종스마트국가산업단지에 대한 추가 투자도 구체화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AI 시대 데이터센터는 국가 디지털산업을 뒷받침하는 핵심 인프라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의 기업유치 성과를 투자금액만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막대한 전력과 용수, 부지와 기반시설을 사용하는 만큼 지속적인 일자리와 세수, 연관기업 유치와 시민 편익까지 함께 따져야 한다.
세종시는 이미 ‘각 세종’이라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유치 경험을 갖고 있다. 1조8,000억 원이라는 또 하나의 투자계획을 성과로 내세우기에 앞서 네이버 유치 당시 기대했던 고용과 세수, 기업집적, 지역상생의 현재 성적표부터 시민에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그 결과를 토대로 이번 액티스코리아 AI 데이터센터에서는 직접고용과 지역인재 채용, 지방세수, 지역기업 참여 등 시민에게 돌아올 실질적인 효과를 구체적인 숫자로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이번 협약이 또 하나의 대규모 투자유치 발표를 넘어 세종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미래산업 투자로 평가받을 수 있다.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최대열 기자 daeyeol6364@hanmail.net